“최종 목표는 저도 이 공간에서 졸업하는 거예요” 부산 중앙동에 위치한 24평 남짓의 작은 공유 작업실. ‘반-창고(healing garage‧공유 작업실)’를 운영 중인 박현태 씨(33)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코이카(KOICA) 코디네이터로 해외에서 활동하던 그는 연고도 없는 부산에 ‘반-창고’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는 왜 이곳에서의 졸업이 자신의 최종 꿈이라고 말하는 걸까.
부산 중앙동에 위치한 공유작업실 '반-창고(healing garage)'
사무실 문을 열자 반-창고 신입 인턴 돌체(반려견)가 꼬리를 힘껏 흔들며 반긴다.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그의 소개처럼, 사무실 곳곳에는 구성원들이 직접 작업한 인테리어 용품과 일러스트 작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반-창고’라는 이름의 뜻은 뭘까. 운영자 박현태 씨는 “성공한 창업가들도 처음에는 작은 창고(garage)에서부터 시작한 것을 기본 모티브를 삼았어요. 이 공간에서 함께하며 마주칠 역경들을 서로 응원하며(healing)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반-창고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반-창고를 홍보했고 그 결과 연결지점이 없던 6명의 개인 창작자들이 이곳에 모이게 되었다. 예술가들은 일정한 비용을 지불한 후 자유로운 시간에 반-창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공유 작업실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곳에서는 정보 공유 및 자유로운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멤버들 간의 친목도 돈독한 편이다. 자유로운 대화를 가장한 잡담. 개인 창작자들 간에 정보 공유, 협업은 환영이다.
멤버들은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북 디자이너 등 각자 전공 분야가 다르다. 하지만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창작’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이곳에 모였다.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 모두 열린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었고 모두 외향적이고 자유로운 MZ세대의 특성이 돋보였다.
공유작업실 '반-창고(healing garage)'의 인턴 돌체
건축학도 이명주 씨는 이곳의 첫 번째 멤버이자 유일한 대학생이고, 최연소 멤버다. 그녀는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냐고 묻자 이명주 씨는 미소를 띠며 벽면에 걸린 패브릭 소재의 시폰 포스터를 가리켰다.
“제 첫 사이드 프로젝트예요. 처음 만들어 본 작업 물로 프리마켓까지 참여해 보았는데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다른 분야의 작가님들과 실제로 협업하며 나만의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 여기 공유 작업실까지 왔어요” 그녀는 취업 준비보다는 직접 부딪히며 얻는 경험을 쌓고 싶었다며 작업실 참가 동기를 전했다. 이명주 씨는 현재 운영자 박현태 씨와 다른 팀원 김효선 씨와 함께 TIMATA라는 사이드 프로젝트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함께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전시회, 인터뷰 콘텐츠, 시민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공유 오피스와 공유 작업실 반-창고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프로그래머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김효신 씨가 입을 열었다.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 분들과 허물없이 대화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함께 있으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들이 많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반-창고는 도전하는 모든 사람에게 활짝 열려있는 가능성의 공간. 실수도 맘껏 해볼 수 있는 인큐베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원데이 클래스(가죽공예), 사이드 프로젝트 등 작당모의 중인 멤버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온 박현태 씨는 더 안정적인 곳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비즈니스로 만들고 싶고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동료를 찾고자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공간을 만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이게 될 거라 생각했죠. 여기 모인 사람들끼리는 서로의 프로젝트에 도움을 줘요. 저도 그러한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려합니다.” 이 공간의 취지에 공감해서 하나둘씩 모여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귀한 자산이 되었다.
그는 반-창고를 운영하면서도 프리랜서로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 이곳 멤버들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꿈을 꾸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N 잡러, 부캐, 디지털 노마드’와 같은 새로운 일의 형태도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럴수록 ‘반-창고’처럼 자연스러운 협업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느슨한 연대 속에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부산 MZ세대 예술가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