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파트너스 Case5: 아날로그온의 Lots of Green
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상품 뒤에는 좋은 상품을 생산하기 하기 위해 노력하는 파트너사와 컬리팀이 있습니다. 컬리는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상품 뒤에 숨어 있는 파트너사의 이야기요. 파트너사와 컬리가 어떤 노력을 통해 상품을 선보이는지, 품질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컬리 파트너스 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채식이 최근 우리 식문화에 있어 핫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에는 비건 제품들을 모아 놓은 매대가 별도로 배치되어 있기도 하다. 여기엔 콩 단백질 등으로 만든 대체육이 들어간 만두, 우유가 사용되지 않은 아이스크림과 요거트 등 다양한 비건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컬리를 통해 비건 간편식을 출시하며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기업이 있다. 맛있는 비건 간편식이라는 콘셉트의 Lots of Green 제품을 출시하는 '아날로그온'이다.
아날로그온의 최주영 셰프와 컬리의 첫 만남은 우연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컬리는 컬리만의 간편식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서울 시내에 위치한 센트럴 키친(Central Kitchen)을 물색하고 있었고, 마침 최주영 셰프가 임대로 사용하던 역삼동 센트럴 키친이 계약 만료가 된 상태였다. 매물을 확인하고 인수하는 과정 속에서 컬리는 최주영 셰프의 경력, 음식에 대한 가치관 등을 알게 되며 협업을 제안하게 된다.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가족에게 당당하게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가급적 국산,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맛있고 좋은 품질의 음식을 만들려 합니다. 이 신념이 컬리와 함께 간편식을 개발할 때도 동일하게 이어진 거죠.” – 아날로그온 최주영 셰프
아날로그온에는 현재 총 3명의 셰프가 포진해 있으며, 이들을 주축으로 간편식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다른 간편식 브랜드와는 차별성을 갖는다. 초기부터 함께해온 최주영 셰프는 30여년 경력의 요리 연구가로 페이스북, 구글 등 유명 기업의 케이터링을 맡아 진행한 바가 있으며 대중을 위한 다양한 요리책을 꾸준히 출판하고 있다. 임페리얼 호텔 셰프 출신의 이탈리아 요리 전문 노재승 셰프와 북경연합대학 전통 중국요리학과 출신인 중화요리 전문가 박지한 셰프가 2019년 전후 합류하며 메뉴군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Lots of Love 볶음밥 3종으로 시작해서 2023년 2월 기준 16개의 제품이 컬리에 입고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제품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 제품인 '차돌듬뿍 묵은지 볶음밥'은 2018년 출시 후 2021년 5월과 7월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컬리 내 냉동볶음밥류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한다.
“처음 아날로그온을 설립했을 때, 최주영 셰프님과 제가 추구했던 목표는 셰프들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노재승, 박지한 셰프님이 함께 하게 되었고 저와 김자연 부장은 셰프님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유통 및 마케팅하며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 아날로그온 이동언 이사
간편식 레시피를 직접 개발하는 아날로그온 셰프들의 '맛'에 대한 기준은 매우 높다. 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 여타 간편식 제품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국내에서 한 번도 수입하지 않았던 식재료를 수입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간편식에 소비자가 지불할 수 있는 최대 지불의사는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값비싼 식재료만 사용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원가 관리와 함께 맛과 품질도 유지하면서 레시피 개발을 진행해야 했고 개발 기간이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현재 컬리에 출시되어 있는 마라샹궈 제품을 예시로 들면, 마라 소스부터 직접 만들었어요. 개발을 시작한 당시가 유행 초기였기 때문에, 국내에 마라 소스의 원료들이 잘 수입되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의 정통 마라 소스 레시피 기준 홍산초 뿐 아니라 청산초까지 필요했던 상황이었죠. 청산초가 수입이 잘 되지 않았던 품목이어서, 찾다 찾다 결국 한약재를 유통하는 곳에서 수입을 하게 됬어요. 마라 소스를 제조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마라샹궈로 제품화하기까지 2~3년정도 걸린 것 같아요.” – 아날로그온 김자연 부장 & 박지한 셰프
이렇게 개발된 레시피는 제조공장으로 넘어가 대량생산된다. 이때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셰프들이 처음 설계했던 그 맛이 그대로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단 아날로그온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부에서 만들어진 레시피를 공장에서 대량생산할 때 항상 나타나는 일이다. 소규모 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는 상황에 따라 조리의 순서나 방법을 다르게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반면, 공장에서 대량생산 시에는 '효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정을 세분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공정이 하나 추가되거나 수정될 때마다 비용이 추가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셰프가 설계한 이상적인 레시피가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 아날로그온 또한 동일한 문제에 맞닥뜨렸고, 이에 셰프들이 레시피 개발뿐 아니라 이후의 제조단계까지 관여하며 맛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보통 OEM을 맡기면 레시피만 넘겨준 후 만들어진 최종 샘플을 보고 수정사항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운영하게 되면 아날로그온이 생각한 맛과는 차이가 많이 나요. 이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공장에만 맡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생산 때 조리법, 조리 시간 등과 같은 부분을 세심하게 잡아드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라구 소스를 제조할 때 해동이 덜 된 상태의 고기를 섞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고기의 식감이 뭉개져서 예상하지 않았던 식감이 나게 되죠. 제조 전날 냉장으로 옮겨서 해동을 시키고 볶아 달라는 디테일한 공정 과정을 현장에서 세세하게 전달합니다.”- 아날로그온 노재승 셰프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소비자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으나, 막상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컬리는 이러한 선택지를 늘리는데 관심이 많다. 설립초기부터 지속가능한 가치를 담고 있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입고시켰으며, 2020년 초에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상품 선정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여 선도적으로 환경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상품의 구색을 다양화하고 있다.
비건 제품도 마찬가지다. 육류 소비 증가에 따라 육류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며,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체계 확립이 사회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건 제품이 성장하고 있으며, 컬리는 발빠르게 비건 제품의 라인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2021년 1월에는 채식 테마관 이벤트를 실행하며 “앞으로 비건 제품은 컬리에서 찾아라” 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던지기도 했다. 컬리에 판매되는 비건 제품은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치약, 화장품 등 생활용품도 있지만, 대부분 식료품이다. 음료, 소스류, 만두, 간편식, 베이커리, 유제품 등 범주도 다양하다.
컬리의 비건 상품의 연도별 매출 증가율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에는 비건 음료의 성장세가 높았고 2019년에는 비건 소스의 판매량 증가폭이 컸다. 비건 확산세 초기였기 때문에, 비교적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음료, 소스 등에 호응이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마요네즈, 대체육 등 요리에 사용되는 식재료 형태 뿐만 아니라, 간편식 형태로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늘 즐기는 최종 메뉴로의 확장을 기획한다.
아날로그온은 기존에 입고되던 Lots of Love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맛'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는 비건 간편식을 기획하였다. 사실, '맛있는 비건 제품'이라는 말은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비건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식단인데, '건강한 맛'이라는 표현이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였지만 맛이 없을 때 에둘러 사용하는 표현인 것처럼 건강과 맛이라는 단어는 그리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날로그온은 기존에 추구해오던 좋은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간편식 컨셉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맛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비건 제품이 맛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뚫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그중에서도 아날로그온의 첫 비건 간편식인 '콩으로, 라구소스'는 2023년 2월 기준, 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비건 소스 중 판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맛있는 비건 제품”을 매출 성장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첫 비건 간편식으로 라구 소스가 결정되었습니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죠.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는 라구 소스 레시피 그대로 소고기를 콩고기로만 바꾸어 만들면 콩 냄새가 너무 심했습니다. 콩고기를 오븐에 구워보고, 기름에 볶아보고, 쪄보기도 하며 어떤 방식으로 조리했을 때 가장 이질감 없는 맛이 나오는지를 연구하였죠. 덩달아 제조공장에서의 공정도 여타 다른 라구 소스와는 다른 공정을 적용해야해서 더 어려웠습니다.” – 아날로그온 노재승 셰프
이렇게 개발한 아날로그온의 첫 비건 제품인 '콩으로, 라구소스'에 기존처럼 Lots of Love라는 브랜드를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비건 간편식의 경우 “건강”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가 더해진다는 점이 다르기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새로운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더 적절했다. 기존의 Lots of Love와 아예 다른 브랜드로 출시할지, 혹은 기존 브랜드의 요소를 유지하면서 확장하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고민 끝에, 브랜드 확장 방식을 선택한다. 기존의 Lots of Love가 갖고 있던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는 간편식이라는 컨셉은 일관적이었기에, 'Lots of' 브랜드 네임을 공통적으로 적용하여 'Lots of Green'으로 결정하였다.
컬리에는 그 어떤 온라인 플랫폼에 비해 지속가능성 가치에 동의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모여 있다. 지속가능성 가치를 강조한 제품들을 기꺼이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소비 성장세를 보이는 컬리에서 Lots of Green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어쩌면 예상됐던 것이었다. 물론 Lots of Green의 성장세는 컬리의 소비자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품력 때문이기도 하다. 비건 간편식도 일반 간편식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충분히 맛있다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Lots of Green에 대한 호평은 “비건 제품 = 컬리”라는 공식을 더욱 공고히 하며 컬리 내 비건 제품군의 구색을 넓히는데 기여한다.
아날로그온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Kurly Only로 컬리에만 제품을 입고하고 있다. 컬리에서의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이후, 다른 유통회사에서의 러브콜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리에만 입고시킨 가장 큰 이유는, 아날로그온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날로그온 구성원 전원은 판매 플랫폼이 컬리였기 때문에 맛과 품질에 대한 높은 기준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컬리가 아니었다면, 셰프님들이 만들고 싶은 품질의 수준을 맞출 수 없었을 겁니다. 만약 그렇게 만들었다 해도, 유통 채널을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되요. 컬리에 비해 대부분의 유통사가 이야기하는 목표 가격대가 굉장히 낮습니다. 그 가격에 맞춰 제품을 만들게 되면, 마진을 포기하거나 우리의 신념을 버리고 제품의 품질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 아날로그온 김자연 부장
“콩으로, 라구소스에 사용하는 토마토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저희는 산마르자노 품종의 홀토마토를 사용합니다. 맛을 더 좋게 하지만, 다른 OEM 제품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대량생산 공정에서 사용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저희가 이 토마토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그리고 지금까지 아날로그온 제품들이 잘 판매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차이를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컬리에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저희에게는 컬리가 잘 마련된 무대와 같아요.” – 아날로그온 노재승 셰프
컬리와 아날로그온은 협력관계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아날로그온의 Lots of Love 및 Green 제품들을 컬리의 PB제품으로 변경했다. 컬리의 대표 브랜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 까다로운 검수와 실사가 진행되는 동시에 컬리가 직접 관리해주는 영역이 늘어난다. 예컨대, 기존에는 간편식 제조시설의 HACCP 인증 여부를 인증서로만 확인했다면, PB제품이 되면서는 컬리에서 직접 실사를 나가거나 실사대행기업을 통해 제조시설의 HACCP 인증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포장 위 표기 사항 또한 컬리에서 직접 관여하여 관리한다. 즉, PB화가 되면서, 아날로그온 셰프에게는 맛의 까다로운 기준을 지키며 마음껏 레시피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더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최주영 셰프는 컬리가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강력하게 내비쳤다.
“매년 연말 즈음에는 내년에는 이랬으면 하고 바라는게 있어요. 내년에도 컬리의 무대가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희의 신념을 알아주는, 맛과 품질의 차이를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았으면 해요. 그래야 아날로그온도 지금의 신념을 갖고 일할 수 있기 때문이죠.” – 아날로그온 최주영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