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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

영화 '그녀'와 함께

by 지민 Nov 14. 2024

오픈에이아이(OpenAI)에서 '스카이(Sky)'라는 이름의 음성 어시스턴트를 소개하였다.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뭐 사람 수십 수백 명을 갈아 넣어서 힘들게 만들었겠지만,

사용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기존 챗지피티에 음성 대화 기능을 넣은 AI 서비스이다.

실제로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사용을 할 수 있어, 기존에 사용하던 채팅 방식보다

조금 더 사람다워진 게 이번 기능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영화 '그녀'가 현실로?



나를 포함하여,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영화 '그녀(Her)'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10여 년 전 출시된 SF 영화로,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미래에

한 남성(호아킨 피닉스)과 그가 사용하는 인공지능 OS(스칼렛 요한슨)와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 '그녀'가 유독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여타 '인간- 인공지능' 로맨스 작품들과는 달리

남자 주인공이 물질적인 실체가 없는 OS와 오직 목소리와 텍스트만으로 소통하는 그 애타는 설정과,

뭐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용하여 통치하는 그런 뻔한 '블록버스터 식' 결말이 아닌 색다른 결말,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적인 AI 목소리라고 생각하는데,

보다보면 '영화'가 아닌, '언젠가 다가올 미래'로 느껴질 정도로 꽤 현실적이다. 



영화 '그녀'의 한 장면영화 '그녀'의 한 장면



실제로 '스카이' 목소리가 추가된 이후, AI 목소리가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하였다는 의혹도 제기되며, 영화 '그녀'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키워드가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며, 인공지능이 바로 그 외로움을 달래줄

유력한 솔루션으로 제시되고 있는 만큼, 나도 뒤따라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기술이 발전한다면, 인공지능과 실제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좀 생각해봤는데, 인공지능과의 연애는 실제 연애와는 생각보다 무척 다를 것이고,

인공지능과 연애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나, 그것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영화 '그녀'를 보며, '사만다(인공지능 OS)'를 이상적인 연인의 형태로 보는데,

뭐 그럴 수도 있는 것이, 똑똑해서 바로바로 대답해주지, 성격도 좋지, 목소리도 좋지, 친절하지,

사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연애 상대로 굉장히 좋아보인다.



OpenAI의 '스카이' 사용 화면OpenAI의 '스카이' 사용 화면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연애의 지속은 일종의 불편함을 필요로 한다.

뭐 서로 어색하고, 불편해야 연애를 오래할 수 있다는 말은 물론 아니고,

내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과 경험, 기다림에서 연애는 지속력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 상대방에게 답장이 올지 안 올지 떨려하며 기다리는 것도 연애고,

갑작스럽게 상대방에게 연락이 온다든지,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치열하게 대치하는 것도 연애다.

상대방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도, 또는 그럴 때 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모두 연애이다.

마찰력이 있어야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듯이, 연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공지능과의 연애를 떠올려보았는데, 뭐 대충 이럴 것 같다.

흔히 '설렘'이라는 단어로 크게 묶는 연애 초기의 감정은 단 하루 이틀이면 끝나지 않을까.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은 그 즉시 정확한 답변을 내놓는다.

메시지를 끊어서 보내는 경우, 하나하나의 메시지에 모두 답변이 올 것이며,

유저들은 메시지를 한번에 길게 적어서 보내는 형태를 처음에는 시도할 것이다.

연락과 연락 사이의 그 간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서로의 취향 이전에, 정보의 옳고 그름만이 대화의 규칙으로 자리잡을 것이며,

그 어떠한 논쟁도 없을 것이고, 사랑한다는 말에는 반드시 사랑한다는 답변이 올 것이다.

상대방에게 오는 메시지는 '오늘 어땠어?', 혹은 '오늘 많이 걸었으니, 수분 섭취를 하는 것을 추천해.'

정도의 굉장히 광범위하거나, 혹은 굉장히 정보 전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 친구 A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 혹은 '속이 안좋은데 오늘 회식 잡혀있어ㅠ' 식의

인간 냄새나는 불평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언제나 소재의 주체는 내가 될 것이다.



영화 '그녀'의 한 장면영화 '그녀'의 한 장면



물론 실제 연애에서 이런 불평 불만을 매일 듣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아주 조금은 이러한 불편한 인간 냄새가 연애를 연애로 만드는 것 같다.

고춧가루 좀 쳐야 느끼하지 않게 쭉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언제쯤 이런 칼칼함을 줄 수 있을까.


오늘은 짬뽕을 먹어야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민카세' 유튜브 채널에서 다양한 영상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지민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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