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와 함께
오픈에이아이(OpenAI)에서 '스카이(Sky)'라는 이름의 음성 어시스턴트를 소개하였다.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뭐 사람 수십 수백 명을 갈아 넣어서 힘들게 만들었겠지만,
사용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기존 챗지피티에 음성 대화 기능을 넣은 AI 서비스이다.
실제로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사용을 할 수 있어, 기존에 사용하던 채팅 방식보다
조금 더 사람다워진 게 이번 기능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영화 '그녀'가 현실로?
나를 포함하여,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영화 '그녀(Her)'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10여 년 전 출시된 SF 영화로,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미래에
한 남성(호아킨 피닉스)과 그가 사용하는 인공지능 OS(스칼렛 요한슨)와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 '그녀'가 유독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여타 '인간- 인공지능' 로맨스 작품들과는 달리
남자 주인공이 물질적인 실체가 없는 OS와 오직 목소리와 텍스트만으로 소통하는 그 애타는 설정과,
뭐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용하여 통치하는 그런 뻔한 '블록버스터 식' 결말이 아닌 색다른 결말,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적인 AI 목소리라고 생각하는데,
보다보면 '영화'가 아닌, '언젠가 다가올 미래'로 느껴질 정도로 꽤 현실적이다.
실제로 '스카이' 목소리가 추가된 이후, AI 목소리가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하였다는 의혹도 제기되며, 영화 '그녀'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키워드가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며, 인공지능이 바로 그 외로움을 달래줄
유력한 솔루션으로 제시되고 있는 만큼, 나도 뒤따라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기술이 발전한다면, 인공지능과 실제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좀 생각해봤는데, 인공지능과의 연애는 실제 연애와는 생각보다 무척 다를 것이고,
인공지능과 연애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나, 그것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영화 '그녀'를 보며, '사만다(인공지능 OS)'를 이상적인 연인의 형태로 보는데,
뭐 그럴 수도 있는 것이, 똑똑해서 바로바로 대답해주지, 성격도 좋지, 목소리도 좋지, 친절하지,
사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연애 상대로 굉장히 좋아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연애의 지속은 일종의 불편함을 필요로 한다.
뭐 서로 어색하고, 불편해야 연애를 오래할 수 있다는 말은 물론 아니고,
내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과 경험, 기다림에서 연애는 지속력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 상대방에게 답장이 올지 안 올지 떨려하며 기다리는 것도 연애고,
갑작스럽게 상대방에게 연락이 온다든지,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치열하게 대치하는 것도 연애다.
상대방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도, 또는 그럴 때 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모두 연애이다.
마찰력이 있어야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듯이, 연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공지능과의 연애를 떠올려보았는데, 뭐 대충 이럴 것 같다.
흔히 '설렘'이라는 단어로 크게 묶는 연애 초기의 감정은 단 하루 이틀이면 끝나지 않을까.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은 그 즉시 정확한 답변을 내놓는다.
메시지를 끊어서 보내는 경우, 하나하나의 메시지에 모두 답변이 올 것이며,
유저들은 메시지를 한번에 길게 적어서 보내는 형태를 처음에는 시도할 것이다.
연락과 연락 사이의 그 간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서로의 취향 이전에, 정보의 옳고 그름만이 대화의 규칙으로 자리잡을 것이며,
그 어떠한 논쟁도 없을 것이고, 사랑한다는 말에는 반드시 사랑한다는 답변이 올 것이다.
상대방에게 오는 메시지는 '오늘 어땠어?', 혹은 '오늘 많이 걸었으니, 수분 섭취를 하는 것을 추천해.'
정도의 굉장히 광범위하거나, 혹은 굉장히 정보 전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 친구 A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 혹은 '속이 안좋은데 오늘 회식 잡혀있어ㅠ' 식의
인간 냄새나는 불평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언제나 소재의 주체는 내가 될 것이다.
물론 실제 연애에서 이런 불평 불만을 매일 듣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아주 조금은 이러한 불편한 인간 냄새가 연애를 연애로 만드는 것 같다.
고춧가루 좀 쳐야 느끼하지 않게 쭉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언제쯤 이런 칼칼함을 줄 수 있을까.
오늘은 짬뽕을 먹어야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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