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쥐는 운전을 할 수 있다.
2019년 리치몬드 대학교의 신경인지학과 연구실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연구를 시작한다.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공개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는데,
그것은 바로 쥐에게 자동차를 운전하도록 훈련을 시킨 뒤, 쥐의 신경 상태를 확인하는 실험이다.
실험을 위해서는 당연히도 쥐가 운전할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미니어처 자동차가 준비되어야하고,
쥐가 너무나 좋아하는 '프룻 룹' 시리얼, 그리고 이런저런 쥐들의 장난감이 필요하였다.
프룻 룹을 뭔지 설명하자면 형형색색의 도넛 모양 시리얼, 그것이다.
연구진들은 일단 처음에 프룻 룹을 이용하여 쥐가 자동차에 타도록 만들었고,
자동차에 있는 세 개의 레버를 사용하는 방법을 꽤 짧은 시간에 걸쳐 훈련시켰다.
쥐는 두 집단으로 나누어졌는데, 한 쪽은 장난감으로 어지러운 환경에서, 다른 한 쪽은 깨끗한 환경에서
동일한 훈련을 받았다. 뭐 이게 방 청소를 하지 말아야할 명분이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일단 지저분한 환경에 있던 전자의 쥐 집단이 훈련을 더 일찍 완수하였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방식은 우리가 아는 자동차와는 조금 다르다.
자동차에는 레버가 나란히 세 개가 있어, 맨 왼쪽 레버를 당기면 자동차가 왼쪽으로 틀어지며,
맨 오른쪽 레버를 당기면 오른쪽으로 틀어진다. 그리고 가운데 레버를 당기면 자동차가 전진한다.
쥐들은 각각의 레버를 작동하는 법을 익히며, 프룻 룹이 매달려 있는 도착지점까지 자동차를
운전하는 훈련을 약 1년 간 수행했고, 나중에는 차를 태워달라고 조르는 지경에 이른다.
여기서부터가 정말 흥미로운 내용인데, 연구진들은 처음에 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프룻 룹에 의한 학습 효과라 생각하였다. 단순히 도착 지점의 프룻 룹이 먹고 싶어서 쥐들이
운전을 하고싶다고 생각했으나, 놀랍게도 프룻 룹은 쥐들의 주요 동기가 아니었다.
실험실의 쥐들을 자극한 것은 순수한 드라이빙 욕구였다.
쥐들은 그 손맛을 잊지 못해 운전을 서로 하려고 난리였고, 프룻 룹이 앞에 있음에도
자동차를 운전하여 코스를 모두 돈 뒤에야 프룻 룹에 관심을 가졌다.
쥐의 감정은 꼬리로 표현이 된다고 하는데,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가 높게 서 있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꼬리가 축 쳐져있다고 한다.
운전을 앞둔 쥐들은 실제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꼬리를 높게 세운 뒤,
산책을 나가는 강아지 마냥 '날뛰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심지어 어떤 쥐는
자신의 차례가 아님에도 운전석에 탑승해서 레버를 급하게 잡아당기기도 하였다.
짧은 드라이빙 코스와 긴 드라이빙 코스 중에서 대다수의 쥐들이 긴 드라이빙 코스를 선택하였고,
그것조차 아쉬운지 놀이기구에 탄 애처럼 하차를 거부하는 쥐도 많았다.
운전을 할 수 있을거란 기대감을 갖고 대기를 하는 쥐들은 낮은 스트레스의 각성 상태를 보였는데,
이는 동물들도 훈련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운전을 하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뭐 뻔하다면 뻔하고, 새롭다면 새로운 점을 시사한다.
쥐들도 새로운 걸 배우며 재미를 느끼는데, 나는 요즘들어 뭔가 배우는 게 귀찮기만 하다.
장농면허 8년 차에 접어든 나. 조만간 운전 연수를 받아봐야겠다.
운전에서만은 쥐에게 질 순 없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민카세' 유튜브 채널에서 다양한 영상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