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키드' 소신 발언
최근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큰 관심 아래 개봉하였다.
뭐 '위키드'라는 타이틀이 워낙 유서가 깊고, 유명하기도 하였고,
해외의 평점 사이트 '로트 토마토'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평점을 받기도 해서,
2시간 40분이라는 꽤나 긴 러닝타임을 앞두고도 큰 기대를 안고 관람을 했다.
주인공들의 노래 실력은 뭐 말할 것도 없었고, 배경이 되는 세트장이나,
각 인물들을 표현하는 연출, 스토리텔링 솔직히 흠잡을 데 하나 없이 완벽했다.
대규모 자본이 넉넉하게 들어간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세세한 것조차 놓치지 않았고,
위키드의 대표 넘버들이 모두 비중있게 들어가 음악적으로 든든하다 못해 배가 부르다.
도대체 어떤 것이 문제였을까.
소신 발언을 하자면, 그럼에도 재미가 없었다.
바로 여기서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은데,
뮤지컬 영화에는 뮤지컬과 달리 극적 허용이라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뮤지컬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몇몇의 배우들만이 등장하여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재현해야한다는 현실적인 명분이 있기에,
관중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너그럽게 극중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반면,
뮤지컬 영화는 수많은 배우들이 대본에 따라 각자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각각의 캐릭터가 비춰질 여유도 충분하기에 관객들은 보다 현실적으로 스토리를 바라본다.
심지어, '위키드'를 뮤지컬이 아닌 영화로 먼저 접하는 관객의 경우
기존의 영화들이나 드라마들을 보듯이 스토리를 이해하려고 하기에,
뮤지컬 영화는 뮤지컬보다 어쩔 수 없이 '개연성'을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 '위키드'는 개연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놓쳤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마법이라는 개념이 있고, 말그대로 '염소'가 교수직에 있는 시대에서,
과연 피부가 초록색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중적인 혐오를 받는 상황도 이해가 안되고,
대학생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도,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그토록 많은 감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도 이해가 안된다.
뭐 여러가지 좋은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감독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것을 이해시키기에 영화는 너무나 짧았고, 그걸 참기에는 영화는 너무나 길었다.
대학생이라는 남자 주인공이 대학생 학부모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나이가 들어보이거나,
굳이 '하필 그걸?' 하는 식의 상식 밖의 행동들은 뭐 영화적 허용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영화에서 최소한으로 요구하는 개연성을 너무나 많이 벗어났다.
전에 개봉했던 기대작, '조커 2'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호아킨 피닉스의 미친 연기로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잠시나마 잊게 했던 '조커'의 후속작이
뮤지컬 영화로 정해진 뒤, 2편에 기다리는 관객들의 기대는 우려가 되었고,
결국 그 우려가 확실해지며 '조커 2'는 끔찍한 평점만을 남기며 사라졌다.
'조커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왜'라는 의문이 지나치게 나오면서 말이다.
물론, 이번 '위키드'가 '조커 2' 만큼이었냐하면 아니다.
노래도 좋았고, 노래가 정말 좋았으며, 연출이 좋았다.
단순히 영화로서 가져야할 개연성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뮤지컬과 영화는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
거의 3시간이 되는 '위키드'를 다시 보려면 아마 마법에 걸려야할 것 같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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