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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Oct 31. 2024

'진짜 현실'과 '시뮬레이션 현실'

넷플릭스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을 보고.

'게임을 통해 소통해보는 건 어때요?'

넷플릭스에서 최근 영화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을 공개하였다.

한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일명 WOW)를 즐겼던 유저였기에 일단 눈길을 끈 것도 있었고,

뛰어난 연출로 상도 여기저기서 탄 작품이라고 소개되어 홀리듯이 재생을 하였다.


일단 조금의 스포라도 듣기 싫으신 분들,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보고싶으신 분들을 위해

최대한 스포가 될 수 있는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이기에 사실상 처음 5분에 전체 내용이 담겨져있다.

세 줄 요약 먼저 적어두고, 뒤이어 자세히 묘사하는 친절한 구성이라.


'마츠'의 게임 내 캐릭터 '이벨린(우측)'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근육이 수축되는 희귀 질환을 가진 소년 '마츠'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 내에서

'이벨린'이라는 게임 닉네임으로 두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안타깝고 감동적인 실화.

현실에서 몸을 가누기 힘든 '마츠'는 게임 내 '이벨린' 캐릭터로 자유롭게 사람들과 소통하며 인생을 경험한다.


뭐 물론 내용만 들으면 어느정도 뻔한 플롯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진부한 플롯을 풀어내는 연출은 한마디로 '이븐하게 익었다'고 할 수 있다.

극중에서는 현실 세계 '마츠'의 삶과 게임 속 '이벨린'의 삶을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실 세계의 영화 속 분량은 점점 줄고, 게임 세계의 분량이 점차 늘어간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순간 현실보다 더욱 현실에 가까워진 '비현실'이 익숙해지며,

'마츠'가 겪는 복합된 감정들과 그가 바라보는 시야를 공유하게 된다.


여가 생활, 풋풋한 연애, 사람들과의 소통, 심지어 자유로운 음식 섭취까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경험들을 '마츠'는 '이벨린'의 몸을 빌려해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 소년이 가장 오랜 시간 할애하는 것은 달리기,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이다.

현실의 '마츠'는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말이다. 


유저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것을 즐기는 '이벨린(중앙)'


그렇다면 '마츠'에게는 현실과 게임 중에서 무엇이 현실일까.

우리가 지금 말하는 '진짜 현실'이 그에게도 '진짜 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애초에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한창 과학계를 뜨겁게 달군 주제가 있다.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이 바로 그것인데,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우주가

가공되지 않은 원형의 우주가 아닌, 여러 우주 모형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진짜의 진짜의 진짜'라고 믿어 의심치않는 지금 여기 세상이

외부의 어떤 존재의 시선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세상 정도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은 필연적으로 다중 우주론을 뒷받침한다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을 증명하는 것, 반증하는 것 또한 모두 굉장히 어렵다.

일부 사람들은 '글리치(Glitch)'라고 부르는 일상 속 결함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 세상은 실제 세상이 아니고 시뮬레이션 세상의 일종이라는 것을 입증하려 하지만,

애초에 결함이라는 것을 판단하기 전에 완벽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하기에

이것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어떤 것. 가령 모든 차원의 우주를 관통하는 절대적인 물리 법칙 따위의 절대적인 진리를

우리가 어떠한 방법으로 알아내어, 그것을 나침반 삼아 한발 한발 진리를 탐험하는 노력이

사실상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의 영역과 꽤 많은 부분 겹쳐있기 때문이다. 


글리치의 예시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얘기를 시작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개인적인 결론은 이 세상이 '진짜 현실'인지 '시뮬레이션 현실'인지는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역할은 같다.


눈 앞의 현실을 풍부하게 경험하고, 향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속 '이벨린'의 많은 친구들이 현실의 '마츠'와 그의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과 긍정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면,

더 다양한 현실 세상에서의 우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뭐 다소 뻔한 마무리로 글이 끝나버린 것 같지만,

가끔은 이렇게 뻔한 마무리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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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지민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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