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큐멘투니스트 Apr 09. 2022

(소설) 꼬뮤니까시옹

에필로그

에필로그


1


3년 6개월 뒤.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해 최근 상장까지 마친 미오나테크. 의료용 나노 기술과 백신 개발을 주로 해 오던 이 회사 관련 뉴스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한쪽 구석에 떴다. 1년 전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써라노슈와 기술제휴 관련 MOU를 체결한 미오나테크는 써라노슈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 COVID-24 백신의 한국 생산 라이선스를 가지며 국내 독점 공급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전날까지 하향세를 보이던 미오나테크 주가가 높은 폭으로 반등했으며, 또한 미오나테크는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곧 생산될 백신 몇 종무상 지원하는 방안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뉴스는 전했다.

각자 자신의 삶을 탐닉하기에도 바쁜 세상에 누가 백신 개발사도 아니고 국내 독점 공급업체까지 신경을 쓸까. 실제로도 미오나테크 관련 소식을 눈여겨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회사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 빼고는 관심 가질 일은 없었다. 물론 주주들조차 미오나테크 기업 정체성 따위보다는 이 회사 주가에, 더 정확히 말하면 주가 반등률에만 흥미가 있었다.



 

2


다시 6개월 뒤.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렸다. 몇 차례 전 세계적 소동은 사람들이 질병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 놓았다. 두려움은 무뎌졌다. 하지만 만에 하나 자신들이 피해를 입거나 입혔을 때 발생할 절차상 귀찮음과 낙인효과, 적잖은 비용 때문에 예방조치에 적극이었다. 수 종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이 개발되었다. 수 가에 따라 차등화된 가격이 책정되었다. 미오나테크가 개발해 북한에도 지원한 K-68R 백신의 기본 접종은 국가가 무상 지원했다. 하지만 이마저 거부한 채 감염이 되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면 엄중한 민, 형사상 책임 묻겠다는 단서가 붙었다. 사람들은 최대한 인적이 뜸한 시간대를 골라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래도 줄을 길게 서고 접종을 기다려야 했다. 일찌감치 온 몇몇은 이미 접종을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병원문을 나서고 있었다.


“빨리 오길 잘했지. 조금은 욱신거리네.”


“들었어? 이거 맞고 나면 콜라가 먹고 싶어 진데.”


“콜라?”


“그런데, 콜라 중에서도 815 콜라가 먹고 싶데.”


“뭐? 하필 왜 815 콜라야? 피! 말도 안 돼! 콜라 팔려고 만든 루머구먼. 근데, 요즘도 그 콜라가 생산되나?”


친구인 듯 보이는 두 남자가 접종을 마친 병원을 나서며 나눈 대화였다. 한 명은 주삿바늘에 찔린 팔을 돌렸고, 한 명은 목마름을 느끼고 근처 마트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3


다시 3개월 뒤.

815 콜라를 생산하는 업체 고객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월간시사라이프 정동희 기자입니다. 요즘 815 콜라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기쁘시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저희 잡지사는 이번 매출 성공 사례에 관한 귀사의 경영 방식을 특집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잊고 있던 대한민국 또 하나의 자존심, 마침내 815 콜라의 독립선언!’ 뭐 이런 문구를 내세우면 어떨까 생각하는데요. 일단 언론에 알려진 매출액만 놓고 따지자면,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한 병씩은 마신 셈이 되는데요, 그 수치가 정확한지 궁금하고요. 기사 작성을 위해 각 지역별 판매율에 관한 자료도 필요한데요. 어떻습니까? 취재가 가능할까요?


“아! 안녕하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담당부서로 전화 돌려 드릴게요. 요즘 언론사에서 많이들 전화 주시네요. 호호호. 혹시 끊어지면 XXX-XXXX으로 전화해 주세요. 돌려드릴게요, 잠시만요.”


고객응대 담당자는 요즘처럼 자신 직업이 보람된 적이 없다 생각했다. 동희가 들고 있는 수화기에서 밝은 사람 목소리가 기계적 통화 연결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뚜루루루루루룩, 뚜루루루루루룩……”

 

 

 

(소설) 꼬뮤니까시옹 끝.

작가의 이전글 (소설) 꼬뮤니까시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