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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Jun 10. 2024

보드라운 엄마의 피부

어렸을 때 엄마의 손은 

언제나 잡잡했다.

농사일할 때 답답하다며

장갑도 끼지 않고

맨 손으로 밭을 맸기 때문에

엄마손은 언제나 건조하고 

갈라져 있었다.


우리 엄마 냄새는

분냄새보다는 땀냄새와

흙냄새가 섞인

울 엄마만의 고유한 냄새가 있었다.



아주 가끔 특별한 날에만 입는

엄마의 샤방샤방한 꽃무 원피스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

장롱 속에 묵혔다가  

잠시 외출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 엄마는 스타킹을 여러 번

갈아 수고를 해야만 했다.

엄마는 차근차근 느긋하게

별일 아니라며 태연한 척 애썼다.



이유는 엄마의 거친 의 가시랭이가

실크처럼 보드라운 스타킹 

가만두지 못해  올을 뜯어

주르륵 일자로 올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 올을 멈추기 위해

투명 매니큐어를 바르는 게

좋다고도 배웠다.






그 후로 수십 년 후 흐린 뒤,

엄마의 고단했던 삶은

화를 찾은 건지 몰라도

한차례의 뇌졸중으로

농사일과 이별하며 다섯 차례의

허리 수술을 받으며 재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좌식생활 고사하고

남은 여생을 입식생활 해야만 했다.



한 발자국만 나아가려 해도

반듯이 엄마만의 보행기가 필요

엄마만의 좌변기가 필요했다.

누워서 대소변을 받아내며 살아야 한다고

다시는 신경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고 의사가 말했었는데

이것도 큰  행운처럼 기적 같은 일어났다.


아버지의 지극한 간병으로

보행기로 간단한 워킹과

화장실을 드나들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혼자서 간신히 눕고 앉았다 하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날개 없는 천사나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주간보호센터를 다니며

하루를 어린아이처럼

생활한 지  벌써 3년째가 되었다.



처음과 달리 엄마는

많이 밝아지셨고 자주 웃으신다.

소근육활동도 노치원에서

누구보다 잘한다고 칭찬을

받는다고 자랑했다.


그 해맑은 얼굴이

마치 5살 딸아이 때의 모습과 닮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기적이라 말해도 좋다.


엄마는 아직 내 이름도, 내 남편 이름도

내 아이들 이름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치매를 늦추는 약이

제법  효과가 있는 듯했다.


엊그제  엄마 생신파티에 다녀왔다.

여전히 엄마는 고왔고

흙냄새가 아 샴푸 향기가  났다.


엄마가 내손을 꼭 쥐었는데

그 손이 예전처럼 거칠지  않고

아기손보다 더 촉촉하고 보드라웠다.


향기 또한 엄마 냄새가 바뀌었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

소녀처럼 아기처럼 되고 있지만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누구나 한 번 소풍 나온 지구별에서

마음껏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다.

여전히 아름답고 고운

"한여사 사랑해요"라고

크게 소리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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