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선미 Nov 12. 2024

열쇠가 추억이 되다니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삐삐~~ 삐빅~~~ 도르륵


아이가 현관문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 소리다.


예전에는 달랐다.

짤랑짤랑

(열쇠끼리 부딪히는 소리)


철컥, 딸그락

(열쇠를 넣고 돌려서 문이 열리는 소리)


이제는 그런 소리가 아닌

삐삐빅~~~ 도르륵 하고 문이 열린다.





요즘 아이들은 모를 이 소리들이 나에게는 일상의 친숙한 반주였다. 그 소리는 때로는 안도감을 주었고, 때로는 불안감을 주었다. 특히 열쇠를 잊어버렸을 때의 그 덜컥 내려앉은 마음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한옥집에 살았던 나는 현관문에 열쇠구멍이 두 개였다. 동그란 열쇠와 일자로 된 열쇠였다. 위아래로 두 번 돌려야 하는 이중잠금장치는 번거롭기도 하고 어쩔 땐 비밀요원이 된 것처럼 묘한 설렘을 주었다. 금색으로 반짝이는 열쇠와 은색으로 반짝이는 열쇠만 있는 게 아니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열쇠꾸러미가 어찌나 무겁고 요란한지 조용하게 다가가고 싶은 순간에도 그럴 수 없었다. 특히 허리춤에 차고 다녔던 아빠는 멀리서 걸어와도 소리만 들어도 알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생일선물로 열쇠지갑을 주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사라졌다.








현관 열쇠는 복사해서 가족들이 하나씩 나눠가졌다. 그 당시만 해도 열쇠를 복사하는 거 자체가 비쌌는지 하나씩 나눠주지 않았다. 막내인 내게 돌아올 차례가 없었다. 가끔 열쇠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가방에 넣어서 등교할 때가 있었다. 신나게 놀고 집에 돌아오는데 열쇠를 어디 뒀더라. 아무리 책가방을 살피고 호주머니를 살펴도 딸그락 소리가 나지 않는다.


큰일이다.

열쇠를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집에 못 들어가는 건 둘째치고 칠칠치 못하게 잃어버려서 꾸중을 들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집에만 있던 엄마가 가끔 외출을 할 때는 우리 가족만의 비밀장소가 있었다. 화분 밑이나 우편함 속에 숨겨둔 열쇠를 우리만 알고서 딸깍 열고 들어오면 비밀요원이 된 기분이었다. 가족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그 방법은 우리 가족만 그런 게 아니라서 위험한 일이었다는 것을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도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다. 지문 인식, 비밀번호, 블루투스 등으로 편리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주머니 식에 넣고 다니던 열쇠가 덜그럭 거리는 소리도 사라지고, 열쇠구멍을 더듬어 찾던 그 순간의 설렘도 이제는 추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


열쇠로 잠그기만 해도 안전을 지키는 수호자였는데 지금은 스마트 도어록이 차지하면서 열쇠집도 사라져 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아파트단지 모퉁이 작은 상가에 있던 만능열쇠집이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흔적을 감추었다.



또 사라져 가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아날로그가 그리워지는 걸 보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 눈 깜짝할 새 변하는 세상이 좋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 빨라서 버겁기도 하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