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만난 친구가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온라인 세상의 '온' 자도 모르던 내가 이제는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를 직접 만나면서 진정한 이웃이 되고, 현실의 이웃이 되었다.
그렇게 글로 소통하면서 말하지 않아도 알 정도의 두터운 관계가 성립되고 서로를 신뢰하게 되었다. 벌써 블로그로 글을 쓰고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이웃들이 생겼다. 여기서 이웃은 온라인 이웃이지만, 실명을 묻지도, 나이를 묻지도 않고, 하는 일을 묻지 않는 곳이다. 그저 글로 이웃이 되고, 궁금한 것이 있어도 글로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아주 느리면서도 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종종 이런 관계가 아닌 돌직구에 성급한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특징은 본인들이 다가왔다 본인들이 멀어져 간다는 것이다. 나는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너무 느리거나 반응이 더뎠는지 참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것이다.
나는 본래 소극적이고 먼저 다가가기보다는 천천히 느리게 다가가는 편이다. 그런 것을 내 글에서도 이웃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이어가는 친구도 있지만, 온라인 세상은 주목적이 사업을 위한 사람들이 많기에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나는 그저 글을 쓰고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기에 그런 이웃들이 꽤 있다.
이번 달 초에 블로그 이웃이자 브런치 작가이신 소중한 작가님이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 제가 수원 스타필드에서 모임이 있어서 가는데 작가님이 사시는 곳과 멀지 않은지 여쭈었다. 그렇게 대화는 오갔고 번개 모임으로 만남이 연결되었다. 언제나 그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공부하는 부분이 나와 맞닿았다.
사람마다 제각기의 사연이 있듯이 '나는 언젠가는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빠른 만남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12월 7일에 스타필드에서 연락처를 주고받고 만났다. 짧게 들어오셨기에 그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미국보다는 서울이 가까우니 만날 기회가 더 있을 수 있지만, 그 작가님도 일정과 사정이 분명 있을 터라 선뜻 다음 약속을 할 수 없었다.
스타필드에서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대화는 끊이질 않았다. 함께 자리를 빛내주신 브런친 작가방의 작가님도 동석해서 자리는 더욱 풍요로워졌다. 작가님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정이 느껴졌다. 서로의 아픔을 아주 조심스럽게 공통분모를 묻고 도와주려는 말들이 따스했고, 이것이 바로 마음이라고 여겨졌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정이라고 말하기 전에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처음에는 소개받으면 친구가 생기는 건가 하는 의문 뒤에 꿍꿍이를 감지하는 순간, 우리는 나도 모르게 멀리하게 된다. 바로 어른이 되었다는 말이고, 공사를 구분할 줄 안다는 얘기다. 때로는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넘나드는 사람을 보기도 하는데,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정작 본인은 알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얼마나 외로울까 싶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글로 친구가 되었고,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고 밀어주고 싶은 정이 느껴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는 이어졌다. 우리는 수원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에서 만났지만, 자그마한 그 장소에서 한 자리에서 긴 시간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이런 만남이 좋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아쉬움이 있기에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수 있고, 그래서 짧은 만남을 하고 돌아왔다. 이른 아침부터 출발한 수원에서의 만남은 순식간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다.
새온독 독서모임은 5년째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나 반갑고 정답고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새로운 회장님과 총무님이 이끄는 2025년이 기다리고 있기에 기대된다.
글로만 만난 친구는 오랜 친구가 되기도 해서 나는 좋다. 그 작가님과의 첫 만남은 설레고 조심스러웠지만, 활짝 미소 짓는 그녀의 이끌림에 풍덩 빠졌다가 돌아왔다. 이렇게 뒤늦은 후기를 쓰는 이유도 아직도 그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친구와의 따뜻한 만남, 그 순간의 감정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