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기록하며 우리의 일상으로 만들기
언어 치료를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을 때, 내가 아이의 언어 자극을 위해 딱 한 달 동안 집에서 한 게 있다. 바로 식탁 위에 다이어리를 놓고 아이와 오늘 함께 한 언어 놀이 활동을 적은 것이다. 아이와 같이 읽은 책 제목과 어떤 스티커북, 학습지, 문제집을 함께 풀었는지 기록을 해 두었다.
한 달을 다이어리에 적으며 매일 아이와 뭔가를 함께 하려고 노력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아이와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언어 놀이 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 되었다.
내가 아이 둘을 돌봐야 하는 하원 직후에는 비교적 첫째 아이에게 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첫째는 동생이 잠들면 엄마는 온전히 본인의 차지인 것을 알았나 보다. 내가 둘째 아이를 데리고 둘이서만 침실에 들어가며
“엄마, 동생 재우고 나올게.”
라고 말하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홀로 식탁에 앉아 동생이 잠들기를 기다려주는 모습이 기특했다.
동생이 잠들고 방에서 나오는 나에게
"엄마, 스… 스… (티커북)"
라고 말하며 자기 옆에 앉으라고 불렀다.
책을 거부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엄마랑 매일 밤마다 자기 전에 그림책 보며 대화하고, 스티커 붙이며 워크북을 푸는 것이 재미있었나 보다. 나는 아이에게 과하게 칭찬해주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스티커북 연령 선택은 아이가 세 돌이 지났지만, 돌 아기용부터 풀어나갔고 나이에 맞는 문제집은 어려워했다. 본인에게 어렵다고 느껴지면 그게 엄마와의 놀이가 아니라 교육, 학습으로 다가오는지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아이 수준보다 높은 문제집을 함께 풀 때면, 거부하는 반응이 확 보였다. 그럴 땐,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자연관찰책이나 본인이 스스로 골라온 책을 가지고 함께 보았다.
아이는 자기 전까지 침대에서 태블릿 PC로 영상을 시청하곤 했다. 나도 옆에서 같이 쉬려고 아이가 영상을 보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나와 어떤 놀이 활동을 하거나 자기 전에
“끄세요. 원래 자리에 두고 오세요. 그래야 엄마랑 놀 수 있어요.”
라고 말하기를 반복했더니, 지금은 알아서 두고 온다. 예전에 우리 모습은 자기 전까지 각자 손에 휴대폰을 쥐고 영상을 시청하며 잠들었다면, 지금은 자기 전에 두 아들과 나란히 누워서 대화하다가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