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는 달리 매우 만족스러운 진학
4세 하반기부터 고민이 하나 생겼다. 바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진학이다. 2년 반 동안 다닌 어린이집은 정말 만족스러웠고, 선생님께 항상 감사했다. 아이가 잘 적응해서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이라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지원한 유치원에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니 한 번 지원해보았다. 그런데 경쟁이 워낙 심해서 기대하지 않았던 우리의 1 지망 집 근처 공립유치원이 붙은 것이다. 행복한 결과에 나의 걱정은 오히려 커져갔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떨어졌으면 어린이집으로 진학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5세 반까지 밖에 없는 어린이집이라 내후년에는 반드시 기관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행운에도 마냥 행복하지 만은 않았다. 배변 훈련 또한 걱정이었다. 그래서 유치원 입학하기 전까지도 수십 번의 후회를 했었다. 내 욕심에 유치원을 선택한 걸까?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 수 있을까?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2020년 5월 27일, 아이의 유치원 첫 등원 날이었다. 세 달을 기관에 다니지 않으며 엄마와 붙어있었기에 유치원 등원이 어려울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게다가 등원 절차가 이전보다 엄격해졌기에 유치원 입구로부터 3m가량 떨어진 곳에서부터 엄마와 헤어져야 한다. 처음에는 선생님의 지도 아래 잘 따라가더니 결국 울음이 터져 나에게 뛰쳐나왔다. 그렇게 1주일은 등원하는 것이 힘들었다.
유치원에 다닌 지 한 달이 되었을 때에도 유치원에 들어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많이 밝아졌고 등원하면서 친구라도 만나면 신나서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제법 말도 많아졌다. 그리고 등원한 지 두 달이 넘어가니 한 번도 안 가겠다고 떼쓴 적이 없고 잘 들어간다. 유치원 입구에 가면 스스로 앞머리를 올리고 선생님께서 체온 확인 후, 신발 벗고 신발장 제 자리에 올린 다음 교실로 간다.
유치원 등원 첫날, 하원 하려고 유치원 문 앞에서 기다리는데, 아이가 해맑게
“엄마, 왔어? 엄마, 왔어?”
말하면서 뛰어나왔다. 그때의 표정과 아이의 말을 잊을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유치원에서 나오면, 오늘은 뭘 했는지, 뭘 먹었는지 얘기하려고 노력하며, 본인이 만든 작품을 가방에서 꺼내서 보여준다. 어제는 유치원에서의 활동 사진을 보여줬더니 친구들 이름도 제법 말하고, 배운 노래를 율동과 함께 부르기도 한다. 아들이 처음으로 나에게 들려준 노래는 문어와 오징어 동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