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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현 Jul 19. 2023

DAY-2, J들의 P여행 시작!

제주도 안의 작은 유럽

기분 좋게 하룻밤을 보내게 해준 숙소를 뒤로하고 제주 여행 시작!


우리는 파워 J답지 않게 이번 여행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고 왔기 때문에 다음 행선지를 정해야 했다.

어디를 갈 지, 어떻게 가야할 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마냥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냥 우리는 지금부터 어디든지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오히려 설렜고 애초에 엄청난 제주 여행이 아닌 쉬러 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안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제주 공항 근처의 호텔. 

우리가 남은 2박3일 간 머물 숙소는 서쪽 저지면에 위치한 곳으로 차로 약 5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있다.

그런데 숙소가 내륙에 더 가까워, 제주 공항 근처의 바다를 먼저 들렸다가 서쪽으로 향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이호테우 해변!

부산 광안리에서 나고 자란 나, 그리고 포항에서 나와 함께 대학 생활 4년을 함께한 친구는 바다를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바다를 좋아하는 만큼 예쁘고 멋진 해변을 자주 봤다.

그런데 제주도 여행 첫 일정으로 도착한 해변은 생각보다 날씨도 흐리고 바람도 아주 많이 불었다.

조금 당황스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사진도 찍고 산책도 했다. 

그래도 누가 제주도 아니랄까봐 돌은 정말 많았다. 날씨가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을 마음껏 눈에 담았다.


우리는 이호테우해변에 오기로 한 순간부터 가려던 식당이 있었다.

바로 순옥이네 명가!

포항에 살 때도 너무 좋아했던 물회를 그것도 전복물회로 맛 볼 수 있다니, 우리가 안 가볼 수 없었다.

이 주변이니까 산책할 겸 걸어갈까? 라고 생각했지만 식당까지는 걸어서 25분, 대중교통 18분.

그리고 택시는 무려 4분이었다.

이럴수가, 여기는 제주도였다! 차를 렌트하지 않으면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어쨋든, 아침도 먹지 않고 해변으로 향했던 우리는 배도 고팠고 결정적으로 캐리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택시를 불렀다. 4분 거리의 콜을 받아줄 택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우리의 택시여행이 시작됐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순옥이네 명가.

외경은 찍을 새도 없이 헐레벌떡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죽부터 어른들은 당연히 좋아하는 해산물 요리까지 있어서인지 예상외로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았다.

우리는 큰 고민 없이 전복 물회 하나, 전복 뚝배기 하나를 시켰다.

포항에서도 물회를 곧잘 찾아먹었던 우리에게 전복물회는 무난한 정도였다.

대신 전복뚝배기가 아주 맛있었다.

다음에 온다면 각자 전복뚝배기와 전복죽을 시켜보길 기약하며 그래도 맛있게 그릇을 비우고 나왔다.


응당 밥을 먹었다면 이제 카페에 가서 디저트를 먹을 차례.

주변을 잘 모르기도 하고 카페만은 실망하고싶지 않은 마음이 컸는데 우리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친구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지금 제주도에 와 있다는 것!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귤을 사먹어 본 적이 없다는 제주도민이었다. 지인 찬스를 사용해 어렵지 않게 정한 카페는 배도 채웠겠다, 걸어갈 만한 거리였다.

우리는 바다 주변을 찬찬히 걸으며 카페에 도착했다.


돌담과 뻥 뚫린 통유리, 내부 인테리어가 다 마음에 드는 카페였다.

운이 좋게 바다가 바로 보이는 통유리 앞쪽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시켰다. 

제주도하면 말차겠지만.. 

이 당시 나는 호지차에 푹 빠져있었다. 파는 곳이 잘 없는데 이 곳에서 심지어 *격불하는 제분차라는 이름으로 있었다. 이곳의 호지차라떼는 심지어 시원한 우유로 호지차를 격불해서 나왔다.

*격불: 머랭을 치는 것처럼 차의 거품을 내는 것


내가 계속해서 호지차를 외치자 친구도 같은 메뉴를 시켰고 다저트도 알차게 골라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쟁반을 가져올 때부터 친구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국그릇으로 써도 될 만큼 큰 사발에 메뉴가 나온 것!

모습은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너무너무 맛있었다. 시원한 우유로 격분을 해서 얼음이 없기 때문에 맛이 밍밍해지지도 않고 특히 거품을 먹는 것처럼 계속 부드러웠다.


그리고 또 하나 우도땅콩갸또.

이 디저트를 먹고 제주도에서 꼭 우도 땅콩을 사가리라 마음먹었다.

사실 다른 음식들은 충분히 서울에서도 비슷하게 먹을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디저트는 아직도 한 번만 먹은 게 아쉬울 정도다.


공항 근처에서의 일정은 마무리하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첫 째날 이미 왠만한 이동은 택시로 하게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이동하는 시간에 섭외 업무가 생겨서 조용하고 편안한 택시에서 50분 가량 친구도 나도 전화 업무를 보면서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둘 다 엄청난 집순이기 때문에 굳이 어디론가 가지 않아도 기분 좋게 머물 수 있는 숙소는 아주 중요했다. 그래서 비교적 비싼 숙소를 예약하는 것에 대한 망설임은 없었다.

(옷을 맞춰입었는데, 돌아와서 보니 같은 옷으로 같이 찍은 사진이 이것뿐이다)

마치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너무 귀여운 숙소였다.

1층에는 주인분 가족이 살고 2층을 숙소로 내어주는 것 같았는데, 신경쓰이지 않게 너무 배려를 잘 해주셨다.


한껏 기대하는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가니 외경은 시작에 불과했다!

내부 구조도 너무 이쁘고 소품 하나하나 신경써서 준비한 게 느껴졌다.

유럽 작은 마을에 신혼여행 온 부부같다는 장난을 치면서 한껏 신이 났다.

아마 제주도에 도착해서 이 숙소에 첫 발을 들인 순간이 제일 좋아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아주 방방 뛸 정도로!

조금 구석진 곳에 떨어져 있는 숙소여서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가까이에 마트도 있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음식점들도 있었다.


만족도 최상인 숙소를 조금 뒤로 하고 우리는 제주도에서의 시간을 소중히 쓰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

우리는 세세한 계획은 짜지 않았지만 꼭 오름에 올라가보자고 했다.

제주도는 곳곳에 오름이 많았다. 그 중 우리 숙소에서도 나름 가까운 금오름에 가기로 했다.

비가 와서 너무 아쉬웠지만 숙소에 비치된 예쁜 우산으로 바꿔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본 금오름 사진은 이런 게 아니였지만 ..ㅎㅎ

날씨가 흐렸을 뿐더러 아직 풀이 자라지 않아서 우리가 생각한 풍경을 아니지만 이 풍경 또한 지금만 볼 수 있는 금오름을 보았으니 그걸로 되었다 !


금오름에서 내려오는 도중 빗줄기는 점점 더 심해졌다.

'흑돼지와 갈치구이를 꼭 먹고 올 것!'

이라는 단 두 가지의 리스트를 들고 온 우리는 흑돼지구이 집을 찾아야만 했는데 유명한 식당들은 이미 웨이팅이 상당할 것이 분명하고 굵어지는 빗줄기와 추위에 근처 식당을 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던 중 문득 우리 숙소 바로 맞은편에 흑돼지구이 식당이 떠올랐다.

사실 그렇게 유명해보이지도, 아주 특별해보이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이번에 J가 아닌 P여행을 오지 않았는가! 아침부터 열심히 달린 탓에 둘 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맞은편 식당에 가는 것에 찬성했다.


귀여운 버섯에서도 보이듯, 우리가 온 흑돼지구이집은 물통식당!

결과는 완전 대만족이었다.

처음에는 손님이 우리 둘밖에 없어서 불안했지만 그 불안함이 무색하게 고기도 멜젓도 된장찌개도 정말정말 맛있었다. 하루종일 비오는 밖에서 돌아다닌 우리는 별다른 말도 없이 허겁지겁 저녁을 헤치웠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이틀동안 집 안에서 먹을 물과 요깃거리를 사러 마트로 갔다.

대부분 끼니는 밖에서 먹을테니 간단하게만 사서 나오는데, 출구에서 군고구마를 팔고있었다.

저녁을 먹어서 배가 든든한 상태에서도 그 냄새를 뒤로하고 올 수는 없었다.

결국 양손 가득히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해변이 춥고 흐리기도하고 물회가 생각보다 무난했고, 금오름도 우리가 생각하던 풍경이 아니였지만

나름 알차게 하루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서 따뜻하게 마시는 차, 주인분들이 준비해주신 귤도 있고 고구마도 사왔고 푹신한 침대에 넷플릭스까지 있으니 이것으로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기억할 수 있었다.


잠들기도 아쉬운 숙소에서 제주도 둘째날 행복하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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