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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라 Nov 19. 2023

사라지지 않아야 할 자리들

여성신문 [세상에 더하는 말풍선] 11월

11월 비평은 2023년 오늘의 우리만화 상을 수상한 난다 작가의 <도토리 문화센터>를 다룹니다. 전문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난다 작가의 '도토리 문화센터'는 "자리"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동시에 깎아내리는 직장을 포기할 수 없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착취하는 가정을 저버릴 수 없는 중노년 여성들의 이야기다. 끝없는 집안일을 떠안지만 인정받지도 보답받지도 못하는 엄마, 할머니, 며느리, 딸의 자리. 야근을 자처하며 부당한 언사와 성희롱을 견뎌낸 후에도 승진은 남자 동료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후발 주자의 자리.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했던가. 있을 곳을 잃으면 존재 자체도 잃을까 쉬지 않고 노동하는 한국의 여성들에게 이보다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그럼에도 취미도 휴식도 없이 일만 보며 달려온 40세 여성 고두리는 질문하게 된다: "내가 일을 지켜내면 일도 나를 지켜줄까. 내가 나를 증명할 수 없을 때에도 자리를 내어줄까." 그가 본부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노년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리는 장소인 도토리 문화센터를 없애 대규모 쇼핑센터를 세울 부지를 사수해야 한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자리를 빼앗아야 하는 잔인한 미션이지만 두리는 마다하지 않는다. 비싼 땅은 돈 되는 일에 쓰여야 하고, 취미 생활은 돈이 안 되니까. 두리는 문화센터를 전략적으로 없애기 위해 신규회원으로 분해 문화센터를 지키는 네 명의 여성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https://naver.me/GiejxK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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