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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Dec 10. 2022

불안한 나에게 안정과 의미를 찾아

종각에 있는 한 스터디룸에서 평일 저녁에 지인을 만났다.

중국에서 지내다 돌아와 수개월만에 만나는 지인이었다.

지인은 평소에도 최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였다.

마침 최면에 대해 내가 썼던 글을 읽고 나에게 최면을 부탁하였다.


최면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상대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였다.

상대가 최면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간다면 더욱 뜻 깊을 것이라는 생각에 계속 물어보았다.

누군가는 실연의 아픔을, 누군가는 행복이나 꿈을, 누군가는 불안을 논한다고 예를 들어주었다.

그러자 상대는 불안을 해소하는 최면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최면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최면은 이완과 집중 상태라는 것을 먼저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상대가 불안을 해소하고 싶다고 하기에, 불안과 상반되는 상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상대는 안정이라고 대답하기에, 상대가 어떠할 때 안정을 느끼는지도 물었다.

주로 혼자서 쉬거나 편안한 사람을 만날 때 그렇다고 하였다.


상대의 손가락을 붙이고, 팔을 붙이고, 팔을 벌리며 반응성을 확인하니 양호하였다.

손바닥의 한 점을 바라보게 하며, 점점 그 점이 얼굴에 다가가게 하였다.

그리고서 눈을 감기고 순차적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 상태로 끌고 갔다.

이내 안정적인 상태를 떠올리도록 하였다.


상대가 먼저 떠올린 장면은 무언가를 배우러 쇼핑몰에 가고 있는 장면이었다.

초록색 가디건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빨리 걸어가고 있었다.

머리가 맑아지고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도 느껴진다고 하였다.


안정감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 또 다른 안정적인 상태를 떠올리도록 하였다.

상대는 서점에서 독서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책에 몰입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책에 집중하여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다.

뒷통수가 가벼워지며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후 상대에게 안정감을 느끼는 상상 속 두 자신이 되어,

불안함을 느끼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해주라고 하였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자,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떠니"


상대는 나지막히 흐르는 눈물을 티슈로 닦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시간이어서 고맙다고 하였고, 최면 상태를 경험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최면을 하느라 고생했다며 저녁으로 맘스터치 세트를 사주셨다.

최면의 또다른 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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