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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Dec 03. 2022

두 차례 병마

자전거를 타고 여느 때와 같이 항상 다니던 길로 퇴근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조금 빠르게 달리고 있었는데 턱에 자전거가 걸렸다. 사타구니가 자전거 프레임에 부딪히며 무언가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아팠지만 일단 집까지 걸어갔다.


바지가 피로 흥건하였다. 택시를 타고 응급실에 가서 간호사들이 내 상태를 보더니 퇴근한 의사를 다시 호출하였다. CT를 찍고 상태를 확인한 뒤 조영술을 실시했으나 조영술에 실패했다. 몸에 여러 전극선을 붙이고 배에 소변줄을 달은 채로 입원하였다.


20대 중반, 가장 혈기 왕성하고 건강해야 할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3개월간 거동이 불가능해졌다. 정말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들과도 점점 멀어지고 연락이 끊겨 마음이 아팠다.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까, 내상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두렵고 걱정스러웠다.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또 절대 안정을 취하였다. 침대에서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10분 걸었을 뿐인데 다리가 후덜거렸다. 조금씩 산책을 하며 벚꽃이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풍경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 황홀하였다. 그렇게 다시 출근하였고 세상에 대한 마음을 꾹 닫은 채 살아갔다.


새로운 부서로 배정이 되었다.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도 몰랐다. 매일 새벽까지 책을 보며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쌓아 올리고 다시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쳐내고. 동료들도 자기 일처리에 바빠 책을 보라거나 혼자 고민해보라는 식으로 알려줬다.


그러던 중 머리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공문서를 작성하는데 누군가가 나를 좇아와 죽이려는 것 같았다. 동료들은 나를 죽이려고 모해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쉬는 날에는 내가 살던 집 주변에 나를 잡으러 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어 나를 포위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더는 버티기 힘들어 사람들 몰래 직장이나 집 근처 공원에서 그만 살지 생각한 적도 많다. 그래도 살자고 다짐하며 정신의학과를 가니 약을 처방해주었다. 생계의 이유로 치료 때문에 휴직을 하는 것은 곤란했고, 약을 먹으며 꾹 참으면서 죽어라고 일에 매진했다. 일에 집중하면 그런 생각이 줄어들곤 했기 때문이다.


란 중에도 계속 새로운 모임에 나가봤지만 소심한 성격에 많은 말은 하지 못하고, 관계를  진전시키지는 못했다. 다시 예전의 소심했던 , 그것보다 훨씬  나빠진 상태로, 몸과 마음이 병든 상태가  것은 아닌지 싶었다.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받았던 내적인 상처도 곪아 들어갔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그럼에도 겉으로는 계속 웃었던, 웃어야했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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