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을 잠시 배웠던 때가 있다.
배웠다고 하기도 뭐 하고, 그냥 체험 했다.
호주 골드코스트 에서 였다.
먼저 서핑보드에 엎어져서 파도를 뚫고 바다로 조금 나가야 한다고 했다.
파도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강하게 몰아쳐 왔다.
열심히 팔을 저어 넘고 넘고 넘었다.
시야에는 그저 넘어야 할 파도 밖에 안보였다.
한 파도가 지나면 또 다른 파도가 보였고 팔이 저릴때까지 넘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여느 다른 파도들과 다를 것 없던 어떤 파도를 넘은 순간,
안 보이던 수평선이 보이고 파도를 기다리는 다른 서퍼들이 보였다.
일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밀려오는 파도들만 꾸역꾸역 넘던 세상에서
수평선까지 반짝이던 바다가 눈 부신 세상.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의 눈빛이 반짝이던 세상.
잔잔한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만 들리던 세상.
꾸역꾸역 지칠 정도로 넘던 파도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 세상.
일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난 서핑을 잘 타지 못한다.
아직 제대로 일어나 파도를 타 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서핑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는건,
그 일순간을 잊지 못해서다.
삶에도 여러 파도들이 쉼 없이 덮쳐올 때가 있다.
더 이상 넘을 수 없다 느낄 정도로 지치게 될 때가 있다.
그래도 넘고 넘고 넘다보면,
일순간 세상이 바뀔 파도를 넘곤 한다.
삶을 잘 살진 못하더라도,
그래도 살아가는건, 또 다시 파도를 넘어 보는 건,
그 일순간 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파도는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