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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보다 Dec 03. 2023

계산하지 말라고, 제발!!!

수학학원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얼마 전 학생과 이런 얘기를 나눴다.

학생: 선생님, 저희 아빠가 초등학생 때 수학은 계산만 잘하면 된대요.

나: 그래? 계산은 계산기가 사람보다 더 잘하는데?

학생: 어, 그러네요... 암튼 아빠가 그랬어요.


이 학부모님은 나와 비슷한 연배(저는 98학번입니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때 초등학교는 국민학교였고, 초등수학은 '산수'였다. 그저 이름이 달라진 것이고, 그 의미는 같을까? 그 시절의 국민학교와 지금의 초등학교는 교사의 위상부터 학생에 대한 인식까지 많은 것이 달라져있다. 그처럼 그 시절 '산수'라는 과목과 지금의 '초등수학'은 많이 달라졌다.


내가 국민학생이었던 시절, 나는 눈높이수학(그때는 공문수학)을 열심히, 꾸준히 하던 학생이었다. 그 성실함을 인정받아 그 회사에서 주관하는 올림피아드 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1교시는 계산력 시험, 2교시는 응용심화 시험으로 진행되었다. 계산하기를 아주 좋아하던 나는 1교시에서 날아다녔다. 나는 선생님이 분필을 놓자마자 계산을 끝내는 계산영재(?)였던 것이다. 나의 의기양양함은 거기까지였다. 이어진 2교시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좌절감은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계산력과 문제해결능력은 다르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던 것이다.



계산영재였던 그 아이는 세월이 흘러 수학강사가 되었고, 자신의 교실에서 "계산 좀 하지 마!!!!"를 외치고 다닌다. 하루에도 수없이 외친다. 이상하지 않은가. 수학쌤이 계산을 하지 말라니.

많은 학생들이 수학문제를 풀 때 자기가 할 수 있는 계산을 먼저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답이 안 나오면 그제야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수학문제는 [문제 관찰과 고민->풀이 계획과 식 세우기-> 확인 후 계산하기]의 순서로 접근해야 한다. 처음부터 많은 양의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한 문제라도 이 순서대로의 연습이 필요하다.


초6-2 원의넓이 문제


왼쪽 방법으로 열심히 계산한 아이들은 답이 안 나온다고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나는 질문을 한다.

나: 문제에서 몇 배냐고 물어보았지? 문제를 낸 사람이 어떤 의도로 이 문제를 냈을까?

학생: 몇 배는 곱하기잖아요. 그래서 거꾸로 나눴는데요.

나: 맞아. 방법이 틀린 건 아니야. 그런데 초6한테 '몇 배'라는 의미가 곱하기만 있을까? 'A는 B의 몇 배이다.' 이 표현 어느 단원에서 봤지?

학생: 비와 비율?

나: 맞아. 출제자가 초등 6학년 학생에게 비율 개념까지 사용해서 문제를 풀기를 바라지 않을까?


왼쪽의 풀이는 원의 넓이 구하는 공식만 생각해서 무조건 계산으로 돌진한 경우이다. 소수 곱셈에 소수 나눗셈까지 계산이 너무 많고, 그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오른쪽의 풀이는 원의 넓이 공식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몇 배"라는 표현을 보고 초6-1학기때 배운 비율의 개념을 연결시켜 분수형태로 만들어 약분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구한다.(이런 풀이는 틀리기가 힘들다)




얼마 전에도 중1 학생의 학부모 상담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때 수학은 계산정도만 시켰어요. 중학교 가면 어느 정도는 따라갈 줄 알았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학원도, 과외도 소용이 없네요. 아이가 수학시간을 두려워해요."

진단테스트 결과, 이 학생은 초등 수준의 계산력도 갖추지 못하였다. 계산은 놓치지 않고 시켰다고 하는데 계산력마저 좋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했듯, 수학공부에서 계산을 하고 답을 구하는 것은 결론에 해당한다. 과정에 대한 이해와 연습 없이 결론만 익히는 것은 겉핥기식 공부이다. 문제풀이 과정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하지 않은 아이들은 결국 수학이 어려워지고 재미가 없어진다.


우리 아이들에게 수학공부를 제대로 시키기 위해서 초등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은 이렇게 해주셨으면 한다.


1. 계산에서 틀렸다고 무조건 계산문제집을 추가하지 말자.

계산문제의 양을 늘려버리면 아이들은 수학에 질리게 되고, 계산에 대한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 틀린 이유가 단순 실수인지, 개념에 대한 이해 정도는 어떤지, 문제풀 때 잘못된 습관 때문인지 등 세밀하게 분석해서 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2. 답이 맞다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수학문제를 푸는 목적은 개념을 사용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풀이과정에 해당 단원의 개념을 적절히 사용하였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답은 맞는데 풀이 과정이 단원과 맞지 않은 경우가 많이 보일 것이다. 수학은 개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추론력이 길러지고, 그래야 문제해결능력은 향상된다.


3. 아이의 취향에 맞는 독서는 많이 할수록 수학공부에도 좋다.

단 3 문장으로 된 수학문제도 읽고 해석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꽤 많다. 글을 읽는 습관이 없는 아이들은 글밥의 양에 일단 질려버려 문제풀이를 포기하게 된다. '나는 읽는 사람이다'라는 자기 정체성이 있는 아이들은 수학문제에 자신 있게 접근한다. 수학공부도 기세다.




아인슈타인이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문제를 풀 시간이 1시간 주어진다면
그 중 55분은 질문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데 사용할 것이고,
나머지 5분은 그저 경험적 계산을 하는데 쓸 것이다.
나는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오래 생각할 뿐이다.




(대문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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