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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May 09. 2024

기쁨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feat. 밥아저씨

어제까지 내리 사흘동안 비가 쏟아졌다. 한 달 만에 갖게 된 휴일에 우중충한 날씨라니. 무척 아쉬웠다. 오늘 드디어 맑은 하늘을 보게 되었을 때, '와'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그동안 하늘에 넓게 펼쳐졌던 비구름을 돌돌돌 말아놓으니 하늘의 푸른색이 드러났다. 흐린 날의 우울함과 대비되었기에 맑은 날의 화사함은 내 마음을 흔들어놓기 충분했다. 맑은 날이 계속되어 더워지면 다시 툴툴거리며 비를 기다리게 되겠지만.


그동안 거의 일주일 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아 두통, 몸살에 갈비뼈까지 아파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러다 오늘은 드디어 맑아진 하늘처럼 기침이 잦아들었고, 컨디션도 좋아졌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작은 일에도 많이 기뻐한 하루였다.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 나는 평소에 건강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 그러다 이번처럼 크게 아프면 건강을 당연히 여겼던 나를 질책하며, 다시는 아프고 싶지 않다고 칭얼댄다.


'늘 오늘처럼 좋기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나에게 이런 메시지(글감)가 도착했다.



어린 시절 무척 재미있게 보았던 밥(Bob Ross) 아저씨의 영상. 무엇이든 말하는 대로 뚝딱뚝딱 그려내는 그의 솜씨가 그저 신기했다. 그때는 밥 아저씨가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림만 보았는데 오늘에야 알 것 같았다.

'어두움이 없는 빛, 빛이 없는 어두움.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슬픔 속에 있다면 곧 도착할 기쁨을 기다리는 중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또 모르겠다. 배우자와 사별하는 슬픔. 그건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흐렸다가 맑아진 하늘을 보면 그제야 좋아하고, 내 몸이 아프면 찡그리다 좀 나아지니 헤벌쭉 웃는 정도의 내가 아저씨의 깊이를 가늠하기는 힘들다. 자신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그 속에 위로를 넣어두다니. 아저씨는 도대체 얼마나 강인하고 깊은 사람이었던 걸까.


삶의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

또한 희망을 나누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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