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제안 받는 글쓰기 비법(20)
'운이 좋았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단순한 겸손의 말이라서가 아니라 세상의 근본 원리가 바로 '운'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엔 뭐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을 갖고 살아갑니다. 나이를 먹으면 자꾸만 운과 운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포자기나 책임회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얻은 논리적 결론이란 생각이 더 강합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고들 하지만 주변에 보면 성공을 위해 분주하게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병에 걸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처럼 노력하면 언젠가 반드시 보상받게 된다는 믿음이, 운이나 운명에 의해 쉽게 깨지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최근에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아진 것도 비슷한 근원에서 출발합니다.
언뜻 시험을 통해 명문 대학이나 의대에 진학하는 건, 노력으로 성취한 개인의 능력이므로 공정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진국에 태어난 것, 사회로부터 공정하고 평등한 자격을 부여받는 것, 더 나아가 부모가 엄청난 학원비와 학비를 댈 수 있는 재력을 갖고 있다는, '운'이 필요합니다. 즉 물을 길으러 매일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마을에서 태어나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노력을 해도 원하는 성과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능력주의에 대한 주된 비판은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그 노력의 전제인 '운'을 무시한 채, 자신의 성과는 100퍼센트 공정한 것처럼 행동하고 인정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어날 것은 일어나는 법'이니 모든 것을 운에 맡기고 살면 될까요? 나름 운이 좋았기에 '운이 좋았어'는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는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는 방향성입니다. 운명대로 흘러가겠지라고 마음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세상의 법칙은 운의 세계인 동시에 인과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즉 사과를 먹고 싶으면 사과밭 근처에 가서 어슬렁거려야 굴러 떨어진 사과라도 주워 먹는 행운이 생길 확률이 높은 법이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책 출간이 목표이기에 이미 뚜렷한 방향성이 있는 법입니다.
사실 방향 설정은 일종의 꿈을 꾸는 과정이기에 가장 쉬울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허들입니다. 요즘엔 '나는 작가가 될 거야, 나는 대통령이 될 거야'처럼 단순히 꿈을 갖는 것조차 망설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데다가 실패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운을 불러오는 첫걸음은 방향성입니다. '나는 저 방향으로 가보기로 했어'라고 결정해야 비바람이 불든 길을 잃든 어쨌든 목표 지점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방향성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을 뗀 셈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운을 맞이할 준비입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겠다는 방향성이 있다면, 소개팅에 앞서 목욕도 하고 깔끔하게 다려진 옷을 입고 나가겠죠. 로또를 맞아 부자가 되는 꿈을 꾼다면 매주 로또를 사겠죠. 이 모두가 운을 맞이할 준비입니다.
책을 출간하거나 출간제안을 받겠다는 방향이 정해졌다면 그에 맞게 성실하게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려야 합니다. 글을 어떻게 기획하고 써야 할지는 앞선 글에서 밝혔으니 참고하여 열심히 글을 쓰면 됩니다. 만약 출판사 편집자가 우연히 본 당신의 글이 좋아서 연락했을 때, 책 한 권 분량의 기획과 글감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운은 바로 떠날 테니까요.
운을 맞이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운을 시험하기입니다. 저는 운을 시험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 덕분에 운 좋게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운을 시험한다는 것은 가벼운 마음을 뜻합니다. '이 작품엔 내 운명이 걸렸어!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선 안돼!'같은 비장한 각오와 절박한 마음은 좋은 결과에 약간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마음은 문을 두드릴 용기를 앗아가 버립니다. 생각해 보세요.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려서 출간할 원고와 기획까지 있다는 건 이미 대단한 행운입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방향성도 있고, 무언가를 할 자투리 시간도 주어졌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똑똑' 두드릴 차례입니다. 문 안쪽에 있는 출판사는 도도한 성벽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있는 편집자들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운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문을 열어볼까?'란 마음이 들어 문을 열어준다면 행운입니다. 별 다른 반응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운을 시험했던 것이니 '에헴', 어깨를 추스르고 다음 집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려 보면 됩니다.
어느 유튜버가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나서 깨달은 사실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엄청난 기업을 세우거나 대성공을 바라고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란 것입니다. 대개는 '이거 한 번 해볼까?'란 마음으로 우당탕탕이 그들의 시작이었단 것이죠. 인생이 재밌는 건 바로 이런 운을 시험해 보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대한 사상가 니체의 위버멘쉬 사상의 근간도 따지고 보면 운이 나쁘면 나쁜 대로 운이 좋으면 좋은 대로 우당탕탕 살아보자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당탕탕 가벼운 마음으로 운을 시험해봅시다.
저는 책을 세 권 낸 작가입니다만 따지고 보면 모두 운이 좋았습니다. 특히 최근에 낸 두 권은 문을 여러 군데 두드리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다른 출판사에서 먼저 제 문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얼마 전 회사 친구와 차를 한 잔 마시는데, '책을 내면 뭐가 좋아요?'라고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답했습니다. '독자분들이 위로를 받고 제 책이 도움이 됐다는 글을 읽을 때가 제일 좋아요.'
'일터에 관한 낯선 시선'을 읽으며 출근길에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받았다는 독자, 용기 있게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됐다는 분도 있고, 서로의 노동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앞으로 더 친절한 삶을 살겠다는 다짐도 있었습니다. '철학자의 말하기 수업'을 읽으며 아이들과 대화할 때 이렇게 훈육해야지 생각하는 독자, 비판에 상처받지 않고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리뷰를 읽을 때면 '책 쓰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두가 운을 시험했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브런치 연작 시리즈를 읽고 '나도 운을 시험해 볼까?'란 마음을 갖게 됐다면, 저도 여러분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며 끊임없이 운을 시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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