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인쇄물로 보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
근현대사 디지털아카이브에서는 주제별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바로 그중 하나인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컬렉션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개항이 사회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일제 강점 및 분단,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국제질서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우리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자료들은 시기별로 개항기,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로 나뉘는데요. 총 2,382점 중 개항기 자료는 349점, 일제강점기 자료는 344점, 해방 이후의 자료는 1,689점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시기별로 자료 한 가지씩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우선 개항기는 19세기 서구 자본주의가 동아시아로 확장되며 중국과 일본의 세력다툼이 가세하는 한편, 대륙진출과 이권 쟁취를 위해 제국들이 경쟁한 시기인데요. 개항기의 자료는 조선의 정세 및 조선에서 발발한 전쟁에 관한 신문·도서를 중심으로, 견문록 및 여행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할 자료는 1886년 퍼시벌 로웰(Percival Lawrence Lowell, 1855~1916)이 지은 '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입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조선(朝鮮)’을 한자 풀이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책은 총 412쪽으로, 27장으로 구성되는데요. 로웰이 약 3개월 조선에 체류하며 보고 느낀 당시의 정치, 사회, 문화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진도 삽입되어 있는데요, 로웰이 1884년 조선 고위관리의 초대로 한강 변 별장에서 당시 최신 유행품이었던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보기 위한 시간, 조선의 아침은 몽환의 경지에 놓여 있다. 희미한 안개는 원경을 꿈속같이 보이게 했고, 아침은 한 낮까지 꾸물거리며 지체하는 듯했다. (조경철 역 2001, 61)
로웰이 조선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그가 조선 최초의 외교사절단인 보빙사의 미국행을 안내할 외국인 서기관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 있는데요. 로웰은 보빙사 일행이 미국에서 외교활동을 하는 동안 안내 역할을 맡았고, 이 같은 공로를 전해 들은 고종이 로웰을 빈객으로 초청한 것이죠. 그렇게 로웰은 조선 국왕의 공식 초청을 받아 입국하게 된 최초의 서양인이 되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로웰이 천문학자라는 점입니다. 그는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초기에는 실업가로 활약했으며, 한때 외교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한국과 일본 등 극동을 여행하며, 《조선》(1886) 《극동의 정신》(1888) 등 여러 권의 기행문을 저술했습니다. 특히 그는 고종의 사진을 처음으로 촬영하며 한국에 사진술을 소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자료는 한국을 거점으로 세력을 확장하려 한 일본의 입장과 일본에 의해 식민화된 한국을 보는 다른 국가들의 입장이 반영된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Village Life in Korea>, <1900, 조선에 살다>라고도 불리는 이 책은 미국의 선교사 제이콥 로버트 무스(Jacob Robert Moose)가 조선 전역을 자전거로 누비며 조선인의 삶과 조선 사회상에 대해 집필한 기행입니다. 표지 2장과 본문 242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11년 발행되었습니다. 본문은 'GEOGRAPHICAL SKETCH, RESOURCES, HISTORICAL SKETCH, THE CAPITAL' 등 총 23장으로 구성됩니다. 기존에 조선에 관해 이야기한 책들과 달리 한국에 대한 애정과 함께 조선 시골 마을을 중심으로 서민들의 삶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새로운데요.
무스는 다른 선교사들과 달리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십수 년을 보냈습니다. 단순히 머무른 정도가 아니라, 1890년부터 20년 가까이 조선인들과 함께 생활했고, 남들이 접하지 못한 신지식으로 조선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자녀 넷 중 셋은 조선에서 태어났는데, 특히 그가 오래 머문 곳은 춘천으로, 책의 상당 부분이 춘천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책에서 드러나는 일본인에 대한 적개심이나 관리들의 부정에 대한 폭로, 민중을 옭아매는 관습 등에 대한 비판은 당시 조선 지식인들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방 이후는 조선이 일제강점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부 수립 및 운영이 전개되었던 시기였는데요.
마지막 자료인 <자유의 벗>은 1957년 1월 창간되어 1972년 6월 종간된 미군 소속의 기관지이자 민주주의 이념의 종합지였습니다. 유엔군 총사령부에서 무료로 발행했는데요. 국내외 동향과 전후의 재건 모습 및 발전 소식, 수필, 시사만평, 사진 등이 게재되었습니다. 또한, 유엔군 총사령부의 방송 광고가 게재되었으며, 한자는 괄호 안에 병기한 형태로 순 한글로 발행되었습니다. 책이 귀했던 시기, 천연색의 잡지는 특히 어린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은 1967년 발행본인데요. 사진 속 발행본 모두 29쪽 분량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3호, 4호, 7호, 8호, 11호, 12호인데요. 이들 발행본에는 ‘한국의 퍼어스트레이디 육 여사와의 단독회견기’, ‘한국에서 활약하는 미국의 평화봉사단’, ‘월남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한국의 해병용사들’, ‘월남의 유일한 여성 시장’, ‘자유만세-이수근씨의 북한탈출’, ‘한국의 어린이신문들’, ‘수출증대의 선봉에 서있는 대한무역진흥공사’, ‘살기좋은 국토의 설계자들’, ‘발전하는 월남의 어업’, ‘인구팽창에 대처하는 한국의 가족계획’, ‘세계사람들의 학교가 될 인공위성’ 등의 내용의 기사가 수록되었습니다. 당시 대내외 상황과 관련된 내용이 실렸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외국인들에게 당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 한국의 모습이 다르게 비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혼란스러웠던 시기, 외국에서는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아는 것은 우리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분명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것입니다. 여러분도 근현대사 디지털아카이브를 통해 다양한 컬렉션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양여진
참고문헌 |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사 디지털아카이브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컬렉션
(http://archive.much.go.kr/archive/subject/detail.do?sbj_id=4001)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문경호 (2015) 파란 눈을 통해 조선의 마지막 모습을 보다 – 제이콥로버트무스 저, 문무홍 외 역, 『1900, 조선에 살다』, 푸른역사, 2008을 읽고 -, 역사와 역사교육, 30, 183-203
- 이지나(Jina Lee), 정희선(Heesun Chung). "P. 로웰(P. Lowell)의 여행기에 나타난 개화기 조선에 대한 시선과 표상." 문화역사지리, (2017):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