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선거 후보 포스터 문구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얼마 전에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고 현재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요. 오늘은 대한민국의 선거철을 맞아 역대 대통령선거 후보 포스터 문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시기를 크게 1948-1960년, 1963-1987년, 1992-2007년, 2012-2022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1. 1948-1960년 제1대~제4대 대통령선거
제1대 대통령 이승만은 1948년 국회에서 선출하여 선거운동과 홍보 포스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제1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승만 대통령은 무려 제4대 대통령까지 연임하고 4대째에 결국 하야하는데요. 제2대~제4대 대통령선거 후보 포스터 문구만 모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2대 우리 민족의 최고 영도자이신 이박사를 대통령으로 다같이 투표합시다(이승만)
제3대 못살겠다, 갈아보자!(신익희) vs 나라와 겨레의 어버이신 이승만 박사를 또다시 우리의 대통령으로!(이승만)
제4대 협잡선거 물리치자!(윤보선) vs 나라위한 80평생 합심하여 또 모시자 대통령에 이승만 박사를(이승만)
이 시기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그의 독재를 막는 민주당의 대립이 잘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3대 대통령 후보 신익희는 이승만의 독재에 맞서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문구를 내걸며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선거 도중 사망하였음에도 추모표로 185만 표나 얻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구를 소개하자면, 제4대 대선 민주당의 ‘협잡선거 물리치자!’라는 문구인데요. 협잡의 뜻은 ‘옳지 않은 방법으로 남을 속인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이 시기의 선거 포스터는 이승만의 독재와 부정선거를 드러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1963-1987년 제5대~제13대 대통령선거
제5대~제9대, 제11대~제12대는 각각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연임하면서 대한민국에 군정이 들어서게 됩니다. 당시 포스터 문구에도 이러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선거 홍보물의 이미지와 카피가 선거운동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 시기 선거 포스터 문구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5대 군정으로 병든 나라 민정으로 바로잡자(윤보선) vs 민주공화당 박정희(박정희)
제6대 빈익빈이 근대화냐 썩은 정치 뿌리뽑자!!(윤보선) vs 민주공화당 박정희(박정희)
제7대 10년 세도 썩은 정치 못 참겠다 갈아치자!(김대중) vs보다 밝고 안정된 내일을 약속합니다!(박정희)
제13대 군정종식 친근한 대통령 정직한 정부(김영삼) vs 이제는 안정입니다(노태우)
제8대~제12대 선거 포스터는 독재로 인해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을 만큼 이 시기 대한민국의 정치는 어두웠습니다. 선거 포스터 문구에서 군정, 세도, 썩은 정치 등의 키워드를 사용하여 국민들을 대표하여 불만을 표현하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7대 대선 후보 김대중은 ‘10년 세도 썩은 정치 못 참겠다 갈아치자!’라는 문구로, 신익희의 카피를 인용하여 독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13대 대선부터는 유신 체제로 사라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하면서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 정치가 시작됩니다.
3. 1992-2007년 제14대~제17대
1997년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은 경제 위기를 겪게 됩니다. 그 결과 대선 포스터에도 경제가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게 됩니다. 또한 이 시기부터 선거에 지역감정과 네거티브 전략이 등장하여 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이 극심해지는데요. 활발한 정치가 시작된 이 시기 대선 포스터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4대 이번에는 바꿉시다(김대중) vs 신한국 창조(김영삼)
제15대 깨끗한 정치, 튼튼한 경제(이회창) VS 경제를 살립시다!(김대중)
제16대 나라다운 나라(이회창) vs 새로운 대한민국(노무현)
제17대 가족이 행복한 나라(정동영) vs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명박)
이 시기 대표 포스터 문구로 제15대 대선의 두 가지 문구를 선택했는데요. 1997년 IMF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두 후보 모두 경제를 키워드로 내걸었습니다. 민주 선거가 부활하면서 대통령 선거에도 많은 정당과 후보들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여당과 제1야당이 크게 대립하면서 선거에 지역감정과 네거티브를 이용하는 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후보들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경제와 복지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열띤 선거운동을 펼쳤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2012-2022년 제18대~제20대
마지막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대선 포스터를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날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공약 등 다양한 공약이 등장하면서 각자의 가치관에 맞는 후보를 선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기도 하고, 촛불 시위로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서 탄핵이 이루어지는 등 대한민국 정치 전반에 민주주의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선거 포스터 문구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18대 사람이 먼저다(문재인) vs 준비된 여성대통령(박근혜)
제19대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홍준표) vs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문재인)
제20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이재명) vs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나라를 바꾸는 대통령(윤석열)
이 시기에는 후보들이 다양한 공약을 들고 나와서 특정 키워드에 집중하기보다 공약 자체를 문구로 내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역대 대선 포스터를 살펴보니, 아직 대한민국이 완전한 민주주의에 도달하지는 못했을지라도 과거에 비해 정치가 민주적으로 변화된 양상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거 포스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대상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선거와 민주주의에 조금 더 다가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9기 송효리
참고자료 |
주제별 컬렉션 - 대통령선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사 아카이브.
선거자료 – 후보자 선전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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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웅진지식하우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