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Jun 08. 2022

<파친코>의 주인공 - 일본 땅 위의 조선인, 자이니치

파친코로 알아보는 자이니치(在日, 재일교포)의 삶

최근 애플티비플러스(ApptleTV+)에서 제작한 8부작 드라마 <파친코>가 호평 속에 종영했습니다. 재미작가 이미진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드라마 <파친코> 공식 포스터


<파친코>는 ‘선자’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자이니치 (在日, 재일교포)의 삶을 다룹니다.


드라마 파친코에서 모자수 역으로 출연한 재일동포 3세 박소희 배우는 “저의 정체성은 한국인도, 한국계 일본인도 아닙니다. 자이니치일 뿐입니다.”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자이니치’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드라마 <파친코> 스틸컷 (출처: Apple TV)


1910년 한일 병합 이후 일제 치하에서 많은 한국인은 생계를 잃고, 고향을 뒤로 한 채 외국 땅으로 떠났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은 200만 명 정도로, 해방 이후에도 약 60만 명이 귀환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에 남게 된 조선인과 그 후손을 바로 ‘자이니치’라고 부르는 것인데요. 현재 일본에 살고있는 조선 반도 출신자들을 부르는 호칭은 ‘재일조선인’, ‘재일한국·조선인’, ‘재일동포’, ‘재일교포’, ‘자이니치’ 등등 다양합니다.


전후 일본에 남은 재일동포들은 한국 국적 선택이 가능해진 1965년 한일국교 회복 전까지 '조선적'(朝鮮籍) 국적의 특별영주권자로 살아왔습니다. 일본에 남은 이들의 이유는 저마다 다양했습니다. 일본인과 가정을 꾸린 이도 있었고, 귀향할 경우 소지 가능한 재산이 엄격히 한정되었기에 겨우 꾸린 밑천을 포기해야 한다는 부담이 이유가 되기도 했으며, 어렵게 귀향했다가 전쟁 등으로 혼란한 한반도에 일자리가 없어 다시 밀항선을 탄 이들도 있었습니다.


드라마 <파친코> 스틸컷 (출처: Apple TV)


한편, 단일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 제대로 된 취업을 하기 어려웠기에 이들은 한국식 불고깃집인 야키니쿠 등의 요식업을 하거나, 사금융업 또는 ‘파친코’ 등 유기업에 종사했습니다. 여기서 이번 기사에서 소개한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파친코’는 쇠 구슬이 굴러가 결과를 내는 일본의 도박 기계를 말합니다.


자이니치는 현재 약 80만 명으로, 일본 인구의 1% 정도를 차지합니다. 98%가 남한 출신이지만, 귀화하는 이들이 늘며 한국 국적자는 43만 명, 남과 북 어느 쪽도 택하지 않은 조선적은 2만 6천 명으로 줄었습니다.


이들이 일본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일본 내에서 자이니치를 연구한 자료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사 아카이브에서도 만나볼 수 있답니다!




출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사 디지털아카이브


좌측의 『日本人のみた在日朝鮮人(일본인이 본 재일조선인)』은 1959년 일본기관지통신사에서 발행, 노동자 르포르타주 집단에서 편찬한 책인데요. 1950년대 재일조선인의 처지와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본인의 태도, 조선인들의 귀국문제에 대해 인권적 접근의 필요성 등을 논하고 있습니다.


우측은 『在日朝鮮人(재일조선인)』입니다. 1971년 자이카이텐보신샤(財界展望新社)에서 발행한 것으로, 나카조노 에이스케(中薗英助)가 일본 내 재일조선인들의 처우에 대해 서술한 책인데요. ‘우리 안의 「조선」’, ‘「법적지위」의 조선인상’, ‘일본인의 숙제로서’ 등을 목차로 합니다.


소설 『파친코』 미국판, 한국판 도서 표지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자이니치는 생존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원작 소설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이 결의에 찬 문장에서도 엿볼 수 있듯, 자이니치는 스스로를 ‘경계 위의 존재’로 위치시키며 자신들만의 삶을 구축하고, 영위해갔는데요. 이번 드라마 <파친코>의 흥행은 그들의 처절했던 삶의 이야기를 세계에서 공감하고, 알아본 결과인 듯합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9기 양여진

참고문헌 |

전성곤 (2020) 국민국가를 어떻게 상대화 할 수 있는가: ‘호칭’과의 결별 ― ‘재일/자이니치’ 표상과 그 복수성 ― ,한국일본학회 학술대회, 254-258

오태영 O. T.-Y. 경계 위의 존재들 - 이민진의 『파친코』를 통해 본 재일조선인의 존재 방식. 현대소설연구, [s. l.], n. 82, p. 377–405, 2021.

연합뉴스, 세 나라의 경계에 선 '자이니치' 100년 고난사, 2016-08-22, (https://www.yna.co.kr/view/AKR20220510137100371?input=1195m)

MBC NEWS, [집중취재M] 파친코의 '자이니치'‥'조센진'이라고 돌 맞고, 2022-04-18,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60475_35744.html)






작가의 이전글 사진으로 만나는 지구촌 어린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