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준비했다. 역덕후 생존법에 관한 4가지 강의
지난 7월 27일과 28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바로 청소년(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역사덕후의 생존법’이라는 재미있는 강의가 이뤄졌는데요. 역사를 좋아하지만, 어떻게 역사 관련 직무나 진로를 생각할지는 아직 잘 모르고, 관련 직업이 생소하기만 한 청소년들. 재미있는 1박 2일 동안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여름방학 청소년 교육’, “역사덕후의 생존법” 강의 현장에 동행했습니다.
생존법’①
① 역사, 내 마음의 거울
첫 번째 강의는 서울대 규장각 교수인 노관범 교수가 강의를 맡았습니다. 노관범 교수는 대표적인 ‘학자’인데요. 역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마치면 노관범 교수와 같은 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노관범 교수는 내 마음 속에는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내가 생각하는 세계사와 지구촌에서 다른 친구들이 생각하는 세계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말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역사와 반대편에서 생각하는 역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말했습니다.
실제 세계사를 보면, 제국주의 시대에 영국은 영국민들에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부국강병의 상징으로 보이지만, 아프리카나 인도와 같은 식민지배를 받았던 지역에서는 영국의 제국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이렇게 ‘동일한 사건’이라도 역사를 해석하는 방법은 모두 다른 셈이죠. 노관범 교수는 이런 점을 부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역사덕후의 생존법이 “미래에 역사학자가 될 꿈나무에게 멋진 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요. 강의가 끝난 후 참석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역사’를 묻자, 노관범 교수는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의 근대사를 좋아한다”라고 답했습니다.
② 알게 하지 말고, 쓰게 하지 말라
두 번째 강의는 알게 하지 말고, 쓰게 하지 말라입니다. 이 말은 조선시대 3대 왕인 태종 이방원이 남긴 말인데요. 알게 하지 말고, 쓰게 하지 말라고 했지만, 꿋꿋이 기록을 남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시대에는 사관, 현재에는 ‘아키비스트’입니다.
아키비스트(archivist)는 기록(문서) 보관 담당자라는 뜻입니다. 이와 딱 어울리는 인물이 강의를 맡았는데요. 바로 서울기록원 원종관 보존서비스과장입니다. 원종관 과장은 아키비스트를 이렇게 비유하면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고속도로가 있습니다. 그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도 있죠.우리는 좋은 고속도로를 만드는 일. 자동차가 멋지게 달리도록 말이죠. 그렇다면, 아주 멋진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누굴까요? 바로 박물관 큐레이터의 역할입니다.
원종관 과장은 총 3가지를 중심으로 말했습니다. 첫째는 직업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역덕후들의 진로 중 하나는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인데요. 조선시대 사관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켜낸 조선시대 임금의 역사는 현재 국가기록원에 보존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행정안전부 산하에 국가기록원이 있고, 미국은 NARA라는 기록보존소, 호주, 영국, 유럽, 일본, 중국 모두 이와 유사한 기록원이 있습니다. 강대국, 선진국일수록 기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서울기록원도 수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종관 과장은 “서울기록원은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서울의 역사, 지리, 행정, 사진 인물정보 등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록물만 무려 60만 점 가까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 필름까지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둘째, ‘기록된 것은 정말 사실일까? 진실과 거짓’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사진으로 잘 알려진 사진 한 장을 소개한 원종관 과장은 “2019년 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진으로, 사진 속 ‘위안부’는 박영심 할머니”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사진은 미군이 촬영한 사진인데요. 사진 속 설명에는 4명의 일본인이라고 적혀있었고, 한동안 사진은 일본인 ‘위안부’였었습니다. 박영심 할머니가 증언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 사례를 통해 원종관 과장은 “기록은 모두 사실인지? 아니면 얼마까지가 사실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기록과 관련된 다른 직업들인데요. 우연히 기록을 찾아서 드라마 작가가 된 사연, 유튜브 복원왕의 사례, KBS의 비디오 아카이브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PD 등 기록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 직업을 소개했습니다.
③ 나는 어쩌다 '역덕'으로 불리게 되었는가
첫 번째 날 마지막 강의는 한겨례21 유찬근 칼럼니스트가 맡았습니다. 유찬근 칼럼니스트는 글쓰기를 쉽게 소개했는데요. 본인만의 관점으로 바라본 역사학적 글쓰기와 사회학적 글쓰기를 소개했고, 글쓰기의 모범으로 보여지는 역사책들도 몇 권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역사책 서평 쓰기, 서평을 작성하는 방법 등을 알려줬는데요. 유찬근 칼럼니스트는 먼저 도서관이나 서점 등에서 책을 고르는 방법과 대학 강의계획서의 참고문헌에서 좋은 역사책을 고를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책을 읽어야겠죠. 책을 읽은 다음에 글의 장르에 따라 통용되는 문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최대한 많이 쓰는 법과 하나의 글을 여럿이서 돌아가면서 읽을 수 있는 ‘윤독 공동체’를 만들면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첫 번째 날은 대부분 강의가 진행됐는데요. 강의를 듣고, 두 번째 날 청소년들은 본인만의 전시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다음 편에서 두 번째 날에 진행된 역사덕후의 생존법을 소개합니다!
글·기획·사진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9기 조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