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오랫동안 ‘비싼 취미’로 여겨져 왔다. 고가의 카메라와 렌즈, 끝없이 추가되는 장비, 인화와 편집에 드는 비용 등 사진을 즐기기 위해선 상당한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정작 ‘부자들의 취미’라고 하면 골프, 요트, 승마 같은 것들이 떠오르지, 사진은 잘 연상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나는 그 이유가 사진이 지닌 근본적인 속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관찰하고, 사소한 순간을 포착하며, 어떤 의미를 담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돈보다 시간과 태도가 필요한 예술이다.
⚜️사진은 능동적인 취미다
부자들의 취미는 보통 수동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고급 레스토랑에서 미식을 즐기거나, 좋은 좌석에서 공연을 감상하거나, 휴양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소비’의 형태다. 물론 거기에도 취향과 안목이 작용하지만, 기본적으로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반면, 사진은 능동적인 행위다. 좋은 장비를 가졌다고 해서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거리로 나가거나, 빛을 기다리거나, 앵글을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부자라고 해서 특별한 ‘관찰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아도 직접 발품을 팔고,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취미
사진은 때때로 육체적인 노동을 요구한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진가는 날씨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촬영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빛을 기다려야 하고, 길에서 몇 시간씩 걸어 다니며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부자들은 보통 불편함을 기피한다. 그들에게 취미란 편안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골프장이나 요트 위에서 굳이 길거리의 소음과 먼지를 맞으며 사진을 찍을 이유가 없다. 물론 예술적 열정을 가진 부자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들은 ‘경험을 소비하는 것’에 익숙하지, 직접 만들어내는 것에는 관심이 적다.
⚜️사진은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한 예술이다
부자들은 고급차, 명품 시계, 예술 작품 등 ‘소유’할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둔다. 그러나 사진은 결국 ‘경험’의 예술이다. 좋은 장비를 가졌다고 해도, 어떤 순간을 담을 것인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사진은 세상의 사소한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다. 길을 가던 아이의 웃음, 노인의 주름진 손, 해 질 녘 거리의 그림자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고, 호기심을 가지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부유한 삶은 때때로 이러한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취미
부자들은 흔히 명확한 결과물을 추구한다. 골프에서는 스코어가, 승마에서는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하지만 사진은 다르다. 단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수백 장을 버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사진을 찍는 것은 마치 삶을 관찰하는 일과도 같다. 어떤 장면을 포착할지 고민하는 동안, 우리는 주변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이 과정이 단순한 ‘소비’가 아닌 ‘탐구’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에, 부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취미가 되는 것이다.
결론: 사진은 ‘부자다운’ 취미가 아니다
부자들이 사진을 취미로 삼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이 요구하는 시간, 태도, 노력, 관찰력이 그들의 삶의 방식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추구하는 예술이다. 좋은 장비를 가질 수는 있어도, 순간을 포착하는 감각과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눈은 쉽게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사진은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취미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순간을 기억하며,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
부자들의 취미는 아닐지 몰라도, 사진은 우리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