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르는 게 약이다

연인과 SNS를 공유하면 안 되는 이유

by 박기종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상대를 더 잘 알고 싶고, 더 가까워지고 싶고, 때로는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연인 사이에서 SNS 계정을 공유하거나 서로의 비밀번호를 알게 되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사랑을 더 깊게 만들어 줄까?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SNS를 공유하지 않는 것이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일 수 있다.

⚜️사랑과 감시는 다르다

SNS를 공유하면 연인의 일상을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 누구와 연락을 하는지, 어떤 글을 올리는지, 누구에게 ‘좋아요’를 눌렀는지까지 모든 것이 투명해진다. 하지만 과연 이 투명성이 사랑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까? 상대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일들을 보게 되면서, 혹은 별 뜻 없이 한 행동들이 의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우리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게 된다. 작은 오해가 쌓이고, 신뢰가 아닌 감시가 시작될 때 사랑은 점점 무거운 짐이 되어 간다.

⚜️과거라는 이름의 그림자

SNS는 우리 삶의 기록을 남긴다. 좋아요 하나, 댓글 하나, 예전에 올린 게시물 하나까지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연인은 나의 현재이지만, SNS에는 나의 과거도 함께 존재한다. 상대의 SNS에서 뜻밖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과거일 뿐’이라며 쉽게 넘길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으려 해도, 어딘가에 찝찝함이 남을 수 있다. 지나간 사람들과의 관계, 예전의 감정들이 SNS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듯한 착각을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모르고 지나갔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일들이, 너무 많은 정보를 알게 되면서 현재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

⚜️사랑에도 거리가 필요하다

연인과 SNS를 공유하는 것은 곧 나만의 공간을 포기하는 일과 같다.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도 한 명의 독립된 개인으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SNS를 공유하면 더 이상 그것이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둘이 함께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 된다. 글을 올릴 때마다 ‘이걸 올려도 괜찮을까?’ 고민하게 되고, 친구와 나눈 사적인 대화도 의식하게 된다. 자유롭고 편해야 할 공간이 점점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곳이 되어 간다. 사랑에도 거리가 필요하듯, SNS도 적당한 거리에서 각자의 공간으로 남겨 두는 것이 더 건강할 수 있다.

⚜️헤어진 후에도 남아 있는 것들

사랑은 영원할 것 같지만, 이별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SNS를 공유했다면, 그 이별은 더욱 복잡하고 아프게 남는다. 함께 찍은 사진들, 주고받은 메시지들, 서로를 태그했던 순간들. 관계가 끝난 후에도 그것들을 지우고 정리하는 과정은 또 하나의 이별을 겪는 것처럼 힘들 수 있다. 과거를 정리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새로운 시작도 쉽지 않다. SNS를 공유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알아야만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당히 모를 때, 그리고 서로를 믿을 때 더 단단해진다. SNS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보인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상대를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안하지 않기 위해 SNS를 공유하려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진짜 신뢰는 모든 것을 확인해야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연인과 함께하는 시간은 SNS 속에서가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속에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어야 할 것은 비밀번호가 아니라, 함께하는 순간의 진심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은 때로는 사랑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알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그냥 흘려보내고, 정말 중요한 것들에만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사랑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