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도시를 읽는 법

by 박기종

도시는 하나의 책이다. 길거리의 간판, 벽의 낙서, 신호등 앞에 선 사람들, 낡은 창틀에 기대 선 고양이까지. 그 모든 것들이 도시라는 텍스트의 단어이자 문장이다.

우리는 도시를 걷지만, 실은 도시를 ‘읽고’ 있다.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연결하고, 느끼는 일이다. 사진가의 렌즈는 도시라는 거대한 텍스트를 읽어내는 눈이자 펜이다.

프랑스의 문화비평가 발터 벤야민은 ‘플라뇌르(flâneur)’라는 개념을 통해 도시를 방황하며 관찰하는 산책자를 이야기했다. 플라뇌르는 목적 없는 걷기를 통해 도시의 무의식과 마주하는 사람이다. 사진가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는 도시의 표면 너머를 읽기 위한 수단이다.

도시는 말한다. 그러나 아주 조용히, 부주의한 자에게는 들리지 않는 방식으로.
허물어져가는 담벼락, 빈 골목, 철거 예정인 가게, 그리고 빛이 닿지 않는 구석들… 그곳에 도시의 기억이 있다. 광고판과 고층건물, 번쩍이는 신호가 지워버린 흔적들이.

사진은 그런 흔적을 다시 되살리는 기호의 언어다.
한 장의 사진이 도시의 전체를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것은 도시의 결을 느끼게 만든다. 기억과 사라짐, 욕망과 침묵이 얽힌 감각의 지도.

우리는 도시를 소비하지만, 동시에 그 도시를 구성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진은 도시를 대상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하게 만든다.

“나는 이 도시 안에서 어떤 시선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도시를 찍는다는 것은 풍경을 담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정신을 읽어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읽기의 방식은 곧, 우리가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의 방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