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다시, 보는 존재에 대하여

by 박기종

‘본다’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인 감각 작용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자, 존재를 구성하는 태도다. 우리는 보는 방식대로 살아가고, 그 시선 안에서 자신을 만들어간다.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나는 보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그는 감각과 몸의 철학으로 전환시켰다. 우리는 세상을 본다. 그리고 그 본 것을 통해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느낀다.

사진은 이 ‘보는 행위’에 대한 자기 성찰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단지 보기만 하는가, 아니면 응시하는가?

응시는 관찰과 다르다. 관찰은 거리를 유지하지만, 응시는 자신을 노출한다. 어떤 사진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사진이 나를 응시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것은 착각이 아니다. 우리는 그 장면을 통해 나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는 건, 세상을 보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일이다. 셔터를 누를 때, 우리는 결국 자신의 시선과 마주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곧 “나는 어떤 존재로 세계를 인식하는가?”로 이어진다.



보는 존재가 된다는 건, 가만히 응시하는 용기를 갖는 일이다.
사진은 그 응시의 흔적이며, 보는 자로서 존재하는 사람의 기록이다.

보는 행위는 세계를 향한 침묵 없는 고백이다.
그 고백 속에서 우리는 존재하고, 함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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