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패션 브랜드 '모제이' 대표
나는 한 번도 도시를 떠나 살아본 적이 없었다. 눈앞에 주어진 일들에 집중하며 여러 도시들을 경험했고 성인이 다 되어 여행지로 제주를 찾았다.
제주는 여러 의미에서 상당히 아름답고 건강한 섬이었다. 도시에 살 때는 자연과 가까운 삶에 갈증을 느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것은 자연적인 삶이 어떤 것인지조차 모른 채 정해진 삶의 과제들만 풀어내듯이 좁은 시야 안에서 살아왔던 까닭이다. 여행을 와서 머무는 동안 제주의 자연이 주는 해방감과 즐거움을 경험한 나는 앞으로의 삶이 훨씬 더 생기 넘칠 거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소비와 유행으로부터 벗어나 나 혼자의 힘으로, 또 나만의 시간을 채우며 천천히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삶과 꿈을 시작해보기에 제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여러 의류회사에서 근무하며 오랫동안 품었던 ‘나의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을 이곳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슬로우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 ‘모제이’의 대표 김지영이다. 제주에서의 내 삶은 바쁘지만 단순하다. 여섯 마리의 강아지들, 다정한 남편과 한적한 제주의 시골 마을에 살다 보면 몸은 분주하다.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깊숙하게 느끼며 나만의 방식으로 내 삶과 주변 환경을 바꾸어가며 산다.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삶이지만, 생각만은 전에 없이 명료하다. 계절이 안내하는 대로, 날씨가 권하는 대로, 또 내 몸이 원하는 대로의 방향과 ‘슬로우’라는 속도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내 일상은 다음과 같다. 자연과 맞닿은 시골 마을에서 계절에 몸을 맡기며 파도가 좋으면 서핑을 한다. 소소한 텃밭을 가꾸고 귤 농사를 지으며, 1년 내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옷을 기획하고 디자인한다. 자연 염색과 더불어 다양한 수작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는, 즉 모제이의 실체를 만들어가는 일이 나의 업이다.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 재료와 도구들을 찾아 새로운 작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제주에 물들면서 내 삶과 직업 모두가 훨씬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 프로젝트 <나다운 진짜 제주>는 나답게 제주도를 경험하고 있는 제주 로컬 8인에게서 영감을 얻었어요.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자가 제주에서 나다움을 실현하길 바라요. 소수만 알고 있는 제주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여행하려 해요. 우리가 소개할 가장 제주다운 동네, 작은 가게, 숨은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에 쏙 들었으면 좋겠어요. 훗날 마음에 담아둔 제주 곳곳에서 “나다운 진짜 여행”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서핑을 좋아하는 나는 제주에 살게 된 뒤로 매일 날씨를 살핀다. 모든 일상을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파도는 얼마나 센지, 하늘은 흐린지, 비가 오는지 등 날씨에 맞추고 계획을 세우곤 한다. 표선해비치 해변은 날씨가 좋다면 바로 찾아가는 곳이다. 바닷바람과 파도를 느끼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커서 썰물 때 너른 모래사장이 펼쳐지면 다른 바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개방감이 느껴진다. 밀물 때 잔잔하게 들어오는 아름다운 파도의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파도가 있는 날에는 카이트보드나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고, 아름다운 나무들과 모랫길로 번갈아 이어지는 비밀의 숲길 같은 상당히 매력적인 올레길을 걷기도 좋은 해변이다. 날씨가 좋으면 층을 이루며 펼쳐진 인디고블루의 바다색을 만날 수 있으며 가까운 곳에는 해비치 호텔과 제주민속촌도 위치해 있다.
보통 제주에서는 서쪽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한다. 드라마틱한 노을과 멋진 색의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기에는 서쪽 바다가 좋다. 하지만 동쪽에 위치한 해비치의 노을은 그만의 특별함이 있다. 선셋서핑을 할 때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면 노을에 물들어 아름답고도 낯설게 느껴지는 집과 나무들, 멀리서 손짓하는 친구의 자몽색 뺨이 보인다. 육지와 바다 위의 나, 우리 모두가 따끈하게 덥혀지는 듯한 느낌은 벅찬 행복을 준다.
♢ 주차 가능
♢ 버스 221번 제주민속촌에서 하차 후 도보 100m
행원리의 꼬불꼬불한 마을 안 길을 따라 들어가면 화단에 다양한 허브들과 식물들이 자라나는 예쁘고 재미있는 장소와 마주하게 된다. 취향에 따라 두유나 우유를 선택하면 따끈한 짜이 한 잔이 주어지고 홈메이드 비건 케이크를 대접받을 수 있는 곳, 이곳은 단다사랑방이다.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곳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곳 사랑방 안으로 들어오면 인도와 네팔 어디쯤엔가 머무는 듯한 기분이 난다. 이국적인 실내 분위기와 분명 대한민국, 제주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장님의 유쾌한 입담으로 인해 사랑방에서는 시간이 금방 흘러가 버리는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앞마당에 앉아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명상이나 요가할 때 피우는 좋은 향과 오일들이 다양하게 비치되어 있고 주인장이 손수 만든 에스닉한 소품과 의류도 구경할 수 있다. 체인점이나 대형 카페에서는 만날 수 없는 세심한 돌봄의 마음을 느끼고 싶다면 이 다정한 공간을 꼭 한번 들러보시라. 작은 마법에 걸린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될 테니. 단, 1인 운영 시스템이니 방문 전에 반드시 전화로 문의 및 예약을 해야 한다.
13:00 ~ 17:00 ┃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dandahandicraft
☎ 010-5608-5811 (방문 전 문의 및 예약 필수)
♢ 주차장 없으므로 마을 초입 주차장 이용 권장
♢ 버스 201번 행원리 하차 후 도보 약 3분
관광객뿐만 아니라 제주 로컬도 많이 찾는 모제이 쇼룸은 제주를 기반으로 하는 내추럴 모던 스타일의 슬로우패션 브랜드다. 피부에 상냥한 유기농 소재, 혹은 자연소재를 주로 사용하여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시즌리스 아이템(계절과 관계없이 사시사철 입을 수 있는 옷)들을 만든다. 오랫동안 애정을 담고 곁에 둘 수 있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게 하는 에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곳의 옷과 소품에는 핸드 스티치, 자연 염색, 베틀 직조, 손뜨개 등 수작업 요소가 곳곳에 있어 따뜻한 온기가 묻어난다. 거기다 모던한 스타일로 다른 옷들과의 매치가 좋아 도시 생활자에게도 유연한 연출이 가능하다.
올여름에 오픈 예정인 2층 공간은 자연염색 및 핸드메이드 워크숍 등 풍부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대흘초등학교 맞은편의 유명한 태국 음식점 타무라와 로스터리 카페 포빈즈 뒤편에 위치하니, 식사와 차를 즐긴 다음 슬쩍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11:00 ~ 19:00 ┃ 월, 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moj_official ┃ 공식 홈페이지 jejmoj.com
☎ 064-783-9199
♢ 주차 가능
♢ 버스 260번, 701-1번, 702-1번 대흘초등학교 하차 후 도보 3분
카페동백은 ‘콰이어트 존’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여행자를 비롯한 제주 로컬들도 많이 찾는 공간이다. 카페 내부에 앉아 큰 창밖을 바라보면 덩그러니 놓인 창고와 계절별로 춤추는 밭작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바깥 풍경을 액자 속에 넣어두고 작품처럼 감상하는 것처럼 바라보다 보면 그 풍경에 내가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깨끗하게 펼쳐진 넓은 잔디밭, 이곳 직원들이 올해 손수 만들어 새로이 완성된 온실과 화단은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이곳을 더욱 아름답게 조명하는 것 같다. 카페 내부부터 야외까지 모두 정성스럽게 관리되어 있어 어디에 머무르든 카페동백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동백에서는 텀블러를 지참하는 경우에만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며, 방문하기 30분 전에 연락하면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쫀득쫀득 동백치즈케익, 에스프레소에 연유를 섞어 마시는 스페인식 커피인 카페 봉봉, 부드럽고 촉촉한 동백 티라미수 등이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다. 카페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람사르습지로 유명한 동백동산으로 산책도 나가볼 수 있다.
11:00 ~ 18:00 ┃ 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cafedongbaek_jeju
☎ 070-4232-3054
♢ 주차 가능
♢ 버스 810-1, 810-2, 704-4번 동백동산 습지센터 하자 후 도보 1분
글: 김지영
사진: 류정철
에디터: 지은경
제작: 마이리얼트립
✈ 마이리얼트립에서 나다운 진짜 제주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