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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리얼트립 Jun 09. 2021

[김소영] 소소한 제주의 삶 시작

식당 '소규모식탁' 사장

나는 제주에서 ‘소규모식탁’을 운영하고 있는 식당 사장 김소영이다.

제주는 내가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낸 곳이다. 남편도 마찬가지인데, 어느덧 우리 두 사람은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식당을 둘러싸고 있는 감귤밭을 가꾸는 농부이기도 하다. 반려견 두치, 그리고 한라와 함께 제주의 자연을 찾아다니며 산책하기를 즐긴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는 이 산책을 빼놓지 않는다. 고단한 하루를 위로받고 활력을 되찾는 시간이자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쌓이는 일이니까. 얼마 전 태어난 아기와 함께 그동안 우리가 찾아낸 제주의 보석 같은 장소에서 산책과 캠핑을 할 날들이 기다려진다. 

제주에서 태어난 나는 언제나 제주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대학 진학과 함께 드디어 섬을 떠나게 되었다. 당시 나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보낸 서울 생활은 분명 내게 유익한 시간이었음이 틀림없다. 대학 졸업 후 이어진 직장 생활 또한 만족스러웠지만, 갑자기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서 불현듯 이런저런 고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효한 삶 안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이 커질수록 내가 일궈 나가야 할 삶의 터전은 내가 그리도 벗어나고 싶었던 곳, 바로 제주라는 생각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마음 하나면 충분했다. 

제주에 살며 가장 좋은 점은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어디서든 초록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정말 간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게는 너무나 친근하고 익숙한 곳이지만 제주의 낯선 모습을 발견할 때면 갖가지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설레고, 또 때로는 화도 난다. 이 모든 감정은 제주에 대한 나의 애틋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제주의 참모습을 알게 될수록, 제주 환경을 지켜내야 한다는 고민이 커져만 간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섬이자, 그리고 오늘날 내 삶의 터전이 되어준 제주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찾고 있다.


✈ 프로젝트 <나다운 진짜 제주>는 나답게 제주도를 경험하고 있는 제주 로컬 8인에게서 영감을 얻었어요.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자가 제주에서 나다움을 실현하길 바라요. 소수만 알고 있는 제주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여행하려 해요. 우리가 소개할 가장 제주다운 동네, 작은 가게, 숨은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에 쏙 들었으면 좋겠어요. 훗날 마음에 담아둔 제주 곳곳에서 “나다운 진짜 여행”을 할 수 있을 거예요.


1. 알뜨르비행장, 드넓은 해안선을 한눈에 담는 진한 시골 풍경

일제강점기 일본이 대정읍 상모리 아래쪽의 너른 벌판에 제주도민을 강제 징용하여 건설한 군용 비행장이다. 일제강점기 다크투어 장소로 역사 공부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올레코스와도 연결이 되어있어 올레꾼들도 자연스레 이곳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간다.

너른 벌판에는 다양한 밭작물들이 심어져 있어 사계절 내내 재미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얼마 전엔 청보리가 어여쁘게 바람에 살랑이더니 요즘엔 하얀 감자꽃들이 제주의 초록과 어우러져 가득 피어났다. 저만치 보이는 한라산과 산방산, 송악산, 단산, 그리고 모슬포에서 사계까지 이어지는 멋진 해안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2. 화순 곶자왈, 이토록 향기롭고 한가로운 산책로라면.

사실 제주 곳곳에 있는 곶자왈은 어디를 가든 좋다. 그 지역의 주변 풍경과 문화가 어우러져 각각의 매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화순 곶자왈은 접근성도 좋을뿐더러 방목해서 키우는 소떼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어 언제 가도 편안하고 좋은 곳이다. 탐방 코스가 그리 길지 않고 또 험하지 않아서 산책길로 매우 이상적이다. 게다가 다른 곶자왈에 비해 찾는 이가 적어 한산하고 조용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지금 이맘때는 늦봄의 꽃향기가 진동하고 깊은 내면 속 나만의 공간을 찾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작은 곶자왈이지만 지형이 나름 굴곡이 있어 잠시만 걸어도 동화 속 깊은 마법의 숲 속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3. 수리코, 편안한 분위기에서 깊어지는 내추럴와인 한잔의 맛

와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종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시골에서는 와인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은 나머지 항상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옆 동네에 다양한 내추럴와인을 선보이는 와인바가 생겨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장엄하고 멋진 분위기의 외관과 달리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무드의 내부 공간이 무척 매력적이다. 동네의 작고 예쁜 단골 식당에 온 느낌이다. 음식의 가격들도 합리적이고 또 맛있다. 바의 다양한 음식과 어울리는 내추럴와인을 발견하며 자신의 와인 취향을 알아가면 좋을 것 같다.

터틀룸이라는 별도의 장소에서 와인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함께 와인을 고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단 수리코는 예약제로 운영 중이니 방문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미리 예약을 하도록 하자.

14:00 ~ 16:00 & 17:00 ~ 22:00 ┃ 수~토요일 영업
주의사항: 예약제 운영, 노키즈존, 주류 주문 필수
인스타그램: @surico_ttr



4. 허상점, 마음이 느껴지는 예쁜 선물가게

'다양한 업종에서 좋아하는 일만을 해온 '주인장 허'가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잡화점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허상점을 표현할 올바른 문장을 찾느라 애를 쓰다가 결국 나는 물음표를 남기고 만다. 돌담으로 이어지는 제주만의 아름다운 동네 골목들을 걷다가 쓱 들어오게 되는 허상점. 자신의 취향을 자랑하기 위한 게 아닌 여태 자신이 해온 좋아하는 일을 통해 느끼고 배운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주인장, 허. 이곳에 들어오면 그런 그의 마음이 깊이 느껴져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든다. 허는 모두의 취향을 존중하며 모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통해 상대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세심하게 제안한다. 식당 오픈을 앞두고 남편의 앞치마를, 임신하고 맞는 옷이 없을 때 낙낙하지만 아름답게 떨어지는 라인의 리넨 원피스를, 시어머니 생신 선물로 그녀의 작고 귀여운 얼굴에 딱 어울리는 테오 안경을 구매했었다. 그녀의 섬세한 손길과 배려로 생활에서 오래도록 편안히 쓰일 물건들을 찾을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 여러분도 제주 여행에서 허상점에 들러 오래도록 내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물건을 찾길 바란다.

11:00 ~ 17:00 ┃ 토,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eosangjeom



5. 소규모식탁, 작지만 정성을 가득 담아

나와 남편, 그리고 어머니가 함께 꾸려가는 ‘소규모식탁’은 우리 식구의 각각의 특색이 드러나는 세 가지 가정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건강하면서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나의 캐주얼 브런치 ‘소정식’, 어디선가 먹어 본 음식에 새로운 요리를 섞어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 규형의 퓨전 메뉴, ’규정식’, 그리고 규형과 소영의 엄마들과 주변 엄마들의 재료와 레시피, 그리고 손을 빌려 만들어내는 한식 ‘모정식’이 준비되어 있다. 각각의 콘셉트는 유지하되 계절감을 살리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메뉴 구성에 변화를 주고 있다.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는 마치 집을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정성스럽고 정직하게 준비하려고 애쓴다. 오며 가며 들르는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11:00 ~ 15:00 ┃ 월, 화요일 휴무
저녁 예약문의
인스타그램: @sogyumo_table
☎ 0507-1392-0844




글: 김소영

사진: 전신재

에디터: 지은경

제작: 마이리얼트립


✈ 마이리얼트립에서 나다운 진짜 제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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