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다 문득 다시 발견하는 것들
내가 항상 감사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다는 것과 매일 아침 일찍 마시는 커피 한잔이다.
얼마 전부터 프리랜서로 일을 해오다가 전에 있었던 직장에 다시 출근하게 되면서
여유도 없이 지내왔는데 그러면서 감사함도 조금씩 잊어져 가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두 손으로 눈을 비비며 빨리 몸을 씻고 난 후에 커피의 향을 느끼지도 못한 채
벌컥벌컥 마시고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알람소리 없이 내리쬐는 햇빛에 눈을 떴을 때 상쾌함이 느껴졌다.
프리랜서로 일하던 때처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켜두고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니
엔돌핀이 휘감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감사함이었다.
머리를 덜 말린 채로 향이 좋은 커피 한잔과 전봇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피로감을
가시게 만드는 풍경이기도 했다.
잠시만 내려놓으면 감사할 것이 이렇게도 많은데 너무 진지했던 모습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이미 번아웃을 여러 차례 경험했던 나는 너무 진지하고 진심을 다하면 그만큼
빨리 소진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욕심내지 말고 하나씩 해나가며 나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도 능력이었다.
업무에 진심을 다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나의 한정적인 에너지를 삶과 일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 나에게 필요한 기술이었다.
그리고 에너지가 고갈되기 전에 충분한 휴식과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도
나에게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일과 중에 하나였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가다 보면 반드시 될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지금 너무 달리지 않아도 하던 그대로 나를 믿어주는 것.
에너지 충전이 필요한 상태일 때 나에게 화내지 않고 수용해 주는 것.
그런 것들이 불편하게 하지만 가장 나에게 필요한 과정이었다.
나를 믿고 또 나를 의지하며 항상 감사한 것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