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이 Apr 16. 2024

산책로에서 만난 할아버지 이야기

할아버지들의 사는 이야


수리산 산책로에 들어섰습니다.

봄 햇살이 내리쬐는 벗 꽃길을 걷고 싶었거든요. 꽃들은 서서히 봉우리 져 피어오르지만 화들 쫙 아름답게 핀 날은 딱 하루인 것 같아요. 365일 중에 딱 하루 꽃이 만개하는 날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아무튼 어딘가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들 있겠죠. 어쩌면 운 좋게도 그 하루를  꽃과 함께 보내는 이들도 있을 거예요.

하얀 벚꽃잎들이 봄바람에 한들한들 날아오르네요. 휘휘 날리다 어느 구석에 내려앉았네요. 그 마저도 하얀 눈이 쌓인 듯 참 보기 좋더라고요.


산책로 귀퉁이를 돌아을 때였지요. 수리산 산책로를 내려오고 있는

할아버지 세 분이 보였어요. 산책로의 경사가 완만하진 않아서 젊은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길이였지요. 봄 햇살을 쬐러 나온 듯 할아버지 세 분은 서다 걷기를 반복해 가며 천천히 걸어 내려오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들은 모두 까만 선글라스를 썼고 한 손엔 등산지팡이를 들고 있었지요. 그냥 보기에 좋아 보였어요. 할아버지들은 창이 넓은 등산 모자와 가벼워 보이는 가방을 메고 있었어요.


세분은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티격태격 서로를 손짓하며 웃고 있었지요.


"네가 여기서 제일 젊으니까 노래 한곡 해봐라 "


"그래 내가 너보다 몇 달 젊긴 하지! 부럽냐! "


마치 초등학생들이 나누는 대화처럼, 이야기는 단순했고 해맑게 들렸어요. 난 할아버지 세 분에게 인사를 드렸어요.


"안녕하세요. 조심히 내려가세요 "


선거가 끝난 터라 할아버지들은 우리가 어느 정당에서 인사차 나온 줄로 아는 듯하시네요.

세분의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알고 지내는 친구였을 거예요.


아침 일찍 전화 걸어 별 볼 일 없을 대화를 나누는 사이일 거예요.


"뭐 하냐 젊은이"

"응 지금 일어났어 별 볼 일 없으면 산에나 가자 "

"그래 조심히 와라"


대강 이런 대화들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할아버지들의 대화 소리는 산책로가 멀어지도록 지저귀는 새소리처럼 끊기지가 않았어요.


세분의 할아버지와 따뜻한 봄 햇살과 산책로길 위에 벚꽃잎 그리고 이야기   모든 게 행복을 부르는 조합이지요.


행복해 보였어요.

따뜻한 봄 햇살이 세분의 할아버지 어깨 위로 내려앉았어요.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을 거예요. 할아버지들이 같이 걷고 있는 사월 어느 날에는..

작가의 이전글 자투리 시간 활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