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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Apr 21. 2024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방법

영점이초가 지닌 시간의 의미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창가에 앉아 창밖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내 옆을 스쳐가듯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던 건 커피숍 창가와 인도가 가깝게 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구조적으로 그렇게 느껴지게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 커피숍에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이러했다. 사람들마다 걷는 모습이 달랐다. 두 무릎을 용수철 튕겨내듯 터벅터벅 걷는 사람과 오른발과 왼발이 드럼을 치듯 규칙적으로 걷는 사람과 그냥 멍하니 앞만 보고 걷는 사람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이 걸음에 묻어나고 있었다. 그 순간 나의 시선과 마주치며 걸어가는 여자가 있었다. 그 순간은 일이 초 정도 아니 일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다. 나의 검은 동공과 여자의 검은 동공이 조금은 확장되었다. 아니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여자는 그 거리를 다 접수한 듯한 표정으로 걷고 있었다. 그녀만의 아우라가 있었다. 헝클어진 파마머리가 잘 어울렸다. 한쪽 머리를 귀 위로 감아올렸고 얼굴에 반은 머리카락이 내려와 가려 있었다.  검은색 카디건 안에 하얀 니트를 받쳐 입었다. 베이지색 단화가 청바지에 잘 어울렸다. 키는 170 정도, 비율이 좋았다. 짙은 색조 화장을 하지 않았고 입술만 유난히 빨게 보였다.  한마디로 굉장한 미인이었다.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

상대방을 훑어보고 판단하는 시간,

 남자는 여자를 매력적으로 판단하는데 영점이초가 걸린다는 유튜브 강의가 생각났다.

영점이초 그 정도면 충분했다.

때론 시간을 들여 바라본 거리의 풍경은 모두 지워진 체 하나의 영상만 또렷이 기억남을 때도 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남자 뇌의 기본적인 본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나는 가끔 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큼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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