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밥 사준데
할머니의 가슴엔 빨간 카네이션이 달려 있었어요. 하얗게 센 머리카라과 빨간 카네이션, 베이지색 코트 안으로 검은색 니트, 잔주름까지도 할머니를 곱게 단장해 주는 듯 보였어요.
오랜만에 반가운 이웃을 만난 걸까요
두 손을 꼭 잡은 두 분의 할머니가 담소를 나누시네요.
"딸이 밥 사준데 "
"멀리 살아서 안 와도 되는데
매년 거르질 않아!"
"좋겠네 표정이 밝아 보여 맛있게 드시고 와"
딸이 밥 사준다며 좋아하는 할머니의 표정 안에는 시와 소설과 드라마가 완벽하게 들어 있었어요.
할머니에게 딸과 먹는 밥 한 끼는 보약이 되겠지요.
아마도 멀리 살고 있는 막내딸이 아닐까요 보는 것 만으로 좋았을 거예요. 할머니에게 밥은 구실일 뿐 본질은 아닐 거예요. 그러고 보니 어버이날이네요. 할머니는 곧 딸을 보겠지요. 아마 딸은 중년의 나이 정도 되겠지요. 아름답게 늙어가는 모녀의 사랑이 참 좋아 보였어요.
"딸이 밥 사준데 " 행복을 부르는 완벽한 조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