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이 Jun 02. 2024

꿈누리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기

의왕 꿈누리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을 다녀와서


꿈누리 청소년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이제껏 봐왔던 전문가들의 오케스트라 공연보다 아름다웠다.

귀에 와닿는 화음과 몸짓들은 꽃보다 싱그러웠다. 중고등 학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주니어들은 단지 악기들이 좋아서 매주 토요일 모여 연습을 한다고 한다. 눈 보다 하얀 흰 옷을 입고 우아하게 바이올린을 켜는 정윤이와 그 또래의 아이들 그 옆으로 깊이와 열정의 악기 첼로를 켜는 고등학생들과 부드럽고 섬세한 독특한 음역으로 몽환감을 만들어주는 목관악기 플르트와 오브에 그리고 클라리넷 그 옆으로 강하고 화려한 묵직한 음역대를 만들어주는 금관악기인 호른과 트럼펫 그리고 타악기인 큰북과 작은북 건반악기 피아노까지

모두가 완벽하진 안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빈틈들이  만듵어내는 조율되지 않은 신선함이 음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켜는 사람들의 마음이 듣는 사람들의 심역을 울리는 게  음악이 지닌 선물인 듯하다.


오브애를 배운 지 삼 개월 된 학생은 지휘자에 소개가 끝나자 자신 있게 입으로 불어 나갔다.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완벽한 화음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건 지휘자의 말처럼 이 공연을 가슴 가득 즐기고자 했던 여학생의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였다.


음악을 듣는 그 잠깐의 시간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리를 과거의 시간으로 데려다주었다. 한때 누구나 한 번쯤 그럴 기회가 있었고 또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음악회나 공연들 , 왜 그때 더 적극적으로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가정법 과거 문법으로 추억이 소환되는 건 피할 수가 없는 듯하다. 지금 저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찬란하게 즐기고 있겠지, 사진첩 한편을 차지할 인생 사진이 만들어지는 이 순간을 말이야..


유월의 하늘은 순도 높은 푸름으로 펼쳐져 있었고 바람은 기분 좋은 풍향과 풍속으로 불어 주었다. 연녹의 나뭇잎들은 따뜻한 햇살을 받아 호흡하고 있었고 수많은 연녹들의 심호흡 소리가 잔잔히 들려오고 있었다. 푸른 하늘 위로 솜이불을 붙여 놓은 것처럼 뭉툭한 흰구름은 계속해서  모양이 변해갔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공명처럼, 자연은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된 것처럼, 지휘자의 손길에 맞추어 반짝이고 있었다.

진녹색 잔디밭 위에서 아이들은 비눗방울을 쏘아 올리고 있었고 엄마와 아빠들은 겹겹이 목을 빼고 공연을 보고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이벤트는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다섯 살 꼬마가 부르는 "나는 문어" 노래는 떼창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아이만이 만들 수 있는 순도 높은 순수함이 터져 나왔다. 그런 순수함 이여야만 뭉클함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듯이,

한 팀의 게스트로 다섯 명의 중학교 일 학년 생들이 부르는 "양갱이"  노래는  수줍어하는 여학생 콘셉트를 가면 벗듯 벗어던진 이것도 반전 콘셉트의 승리였다. 무엇 하나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던 완벽한 무대, 그건 부족함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부족함을 메우고도 남을 여운과 감동들을 음악으로 빚어낸 아이들의 열정이 있어셔였다. 나에겐 없는 것들을 보아서였는지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반전이란 이런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