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양철 지붕 위로 통통하게 살이 찐 밤알들이 떨어진다. 가을 햇살을 받아 성개입처럼 입을 쫘악 벌린 밤송이들은 가으내 길러낸 아람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밤알 크기에 따라 양철 지붕 위에선 다른 소리가 만들어진다. 그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던지 맛있는 새벽잠이 스르르 달아나 버린다. "밤 구르는 소리" "때구르르" 밤새 내린 새벽이슬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진갈색 밤알들이 마당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두 주머니 가득 밤을 주워 담는다.
가을이면 온 들녂은 태양빛을 닮아 간다. 태양빛이 스며든 과실들은 온 빛깔로 물들어 가고 제 몸을 태양빛으로 가득 담아 익어간다. 진갈색 빛깔로 반짝이는 밤알 안에는 그 빛깔을 만든 것들이 또룟히 들어있다. 조용히 바라보고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