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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Oct 14. 2024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사는 분의 이야기 1

지인분의 주변 사람들 이야기 중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김이사가 들려준 사람 사는 이야기다.

김 이사는 가끔 자기 주변 사람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김이사가 들려주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김이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왠지 문학적이고 예술적이면서도 가정적인 걸 포기하지도 않고, 창조적인 사람들, 예술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시간을 보낸다. 마치 그리스인 조로 바처럼..


 이성보다는 본능 데로, 미래보다는 현실을 위해서,  

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은 같은 성격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마치 주파수를 읽어내는 아테나처럼, 여름밤 가로등불 빛으로 모여드는 벌레들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보다 재미난 게 또 있을까?  김이사는 젊은 시절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한마디로 딴따라였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서 이런 끼 있는 사람들은 어딜 가든 대접을 받는다. 김이사의 노래는 회식 후에 이차로 가는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었다. 김이사는 국내 이름이 알려진 그룹에서 노래 실력을 다진 언더밴드 가수다. 자기가 작곡한 미니앨범이라고 몇 장을 선물 이라며 나눠줄 때 도 있었다. 아주 가끔 김이사의 노래를 들을 때가 있었는데 역시나 창법과 안정감이 달랐다. 블랙홀처럼 빠져드는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잿빛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말할 때와 발표할 때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처럼, 말할 때와 노래 부를 때의 목소리는 확연히 달랐다. 김이사는 어느 날 자기 지인분의 이야기를 그렇게 노래 부르듯이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그가 들려주는 아는 사람 이야기는 시리즈물로 엮어 출간해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고퀄이다. 이야기가 이야기지 뭐 다를게 뭐 있어하다가도 드라마 작가나 피디들이 흔히 취재하고 싶은 부류 축에 속한 극소수 일거라에 큰돈을 걸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런 것에 돈을 거는 사람이 없겠지만 말이다.



춘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이사는 친구들이 많았다. 공부를 잘해서 대학을 간 친구들도 있었고 또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몫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 친구들 중 한 명이 태국 코사무이라는 섬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파도만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핑을 탔다. 파도를 좋아하다 보니 서핑과 스킨스쿠버 전문가가 되었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한국 관광객과 외국인들도 가리키며 그 분야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유명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곳에서 결혼까지 하고 두 딸을 낳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던 중 코로나가 터졌다.


여기서부터가 재미가 있는데,

그렇게 잘 나가던 친구의 여행사가 순식간에 망하는 데는 몇 달도 걸리지 않았다.

사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전 세계적으로 자기를 찾아주는 여행객들이 끊이질 않았는데, 코로나는 이 모든 걸 빼앗아 갔다.

희한했던 건 그 친구가 20년 넘게 살았던 태국을 떠나 제주도로 이사를 했다는 거다. 그리고 김이사한테 전화를 걸었다.


"왜 제주도로 간 거냐" 물었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태국 코타이섬과 비슷했던 게 제주도 밖에 없었다고 했다.


친구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알바를 했다. 그런던 중 우연히 서귀포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들어갔다. 그 친구 아내도 같은 시기에 일반 관리직으로 조그만 회사에 들어갔다. 공무원 계약직은 1월부터 10월까지 계약하고 계약해지가 됐다. 남은 두 달은 제주도 감귤농장에서 귤을 땄다. 대단한 생활력이었다. 평생 해보지 않은 일들이었는데 생존 앞에서 못할 일이 없었다. 친구에게 몸으로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계약직 공무원이 가진 불공정을 평소 관심에도 없던 근로 기준법이 이렇다 저렇다 구시렁대더니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된다며 애국자가 되었다가도, 또 금세 다시 계약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코로나가 끝나갈 즘 그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가 걸려온 건  태국 코사무이 섬에서 그가 가르치던 중국계 캐나다인이었다. 중국계 캐나다인은 꽤 부자였다. 중국계 캐나다인은 필리핀 보울 섬의 리조트에 큰돈을 투자했다며 친구에게 총지배인을 맡아달라며 이야기했다. 친구는 고민해 보겠다며 이야기했고, 김이사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전화가 왔다.


 "도대체 무슨 고민을 하는 거냐며 고민할 게 뭐 있어 네가 좋아하는 일인데 빨리 가야지"


"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친구는 지금 한국을 다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10월 말 친구는 두 딸과 아내를 데리고 다시 필리핀 보울섬에 간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이 친구가 김이사에게  리조트 내 클럽을 맡아 달라며 전화를 했다.


영어학원 몇 달만 다니고 바로 필리핀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너 정도의 노래 실력이면 클럽을 잘 이끌 수 있다며 노래 실력과 클럽을 운영하는 게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여기까지가 김이사가 들려준 이야기인데 마치 인간극장 한편을 보고 있는 듯 이야기에 푹 빠져 들었다.


김이사의 이야기는 그 친구가 자기를 필리핀 보울섬에 데려가고 싶은데 나보고 어떡했으면 좋겠냐고 물어왔다.


 " 뭘 고민해요 친구처럼 좋아하면  바로 가야죠 "


김이사가 친구에게 해주었던 말을 나도 김이사에게 똑같이 해주었다.


다는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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