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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는 젖어도

공정한 의자

by 둥이

로키 산맥 해발 3000미터 높이에 수목 한계선인 지대가 있다. 이 지대의 나무들은 너무나 매서운 바람 때문에 곧게 자라지 못하고, 마치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한 채 서 있단다. 눈보라가 얼마나 심한지 이 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그야말로 무릎 꿇고 사는 삶을 배워야 하는 것이지. 그런데 세계적으로 가장 공명이 잘 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무릎 꿇은 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 온갖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나름대로 거기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며 제각기의 삶을 연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슬픈 선율을, 그리고 또 때로는 기쁘고 행복한 선율을...너는 이제 곧 네 몫의 행복으로 더욱더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할 연습을 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라고...이것이 아까 네 뒷모습에 대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사랑한다.

장영희 -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中에서


공정한 의자


이화여대 석좌 교수인 최재천교수는 며칠전 서울대 학위 수여식에서 후배들을 위해 졸업 축사를 했다. 스티븐잡스나 빌게이트등 한시대를 대표하는 많은 인재들은 곧잘 그들이 졸업한 학교나 대학에서 후배들을 위한 강연이나 졸업축사를 한다. 그중 스티브잡스의 스텐퍼드 졸업식 축사는 한권의 책으로 펴내도 손색없을 만큼 훌륭한 잠언집 이였다. 최재천 교수는 평소에도 한국사회의 교육문제와 자연의 신비에 대해서 저술활동과 강연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최교수는 졸업식 축사에서 서울대 출신들의 카르텔에 대해서 축사의 말을 빌려 이야기 하는 내용이 마음을 울린다. 공정한 기회의 정의란 무엇인지를 후배들에게 이야기 해준다. 어제는 가을비가 많이 내렸다. 아침자 뉴스에는 골판지 박스를 리어카에 실어나르는 한 할아버지께 가진 우산을 씌어드리며 정작 자기몸은 반이상이 젖어들어가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비가 쏟아지던 경기도 안산시의 한 거리에서 등이 굽은 노인이 양손으로 빈 수레를 밀고 있었다. 날씨 탓인지 수레는 텅 비어 있었고, 노인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걷고 있었다.

그때 바로 옆에서 길을 걷던 한 여성이 노인에게 가까이 붙어 우산을 씌워줬다. 여성은 다른 한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있었지만 자신의 몸과 짐이 다 젖는데도 노인을 위해 묵묵히 우산을 기울였다."


기사를 읽으며 마음이 뭉쿨했다. 하느님의 사랑이 어려운게 아니다.


딱 저만큼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최교수님이 졸업식 축사가 생각이 났다. 신부님이나 목사님 강론보다도 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기계적 평등’으로서의 공정이 아니라 주변과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공정’이 필요하다.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니다. 가진 자들은 별 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는다” “키가 작은 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해진다”


부의 대물림과 가진것 없이 출발할수 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적 현실을 키가작은

사람들의 의자로 빗대어 진정한 공정을 이야기 한다. 최교수님의 축사를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져 갔다.


성당 미사가 끝나면 신부님은 주보 뒷면에 올라온 성당소식 들을 알려준다. 대개 성당 미사나 행사일정과 관련된게 대부분 이지만 요즘 들어 성당안에서 분실 사고가 자주 일어 났다고 귀중품이나 가방 을 의자에 두고 다니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절이나 교회에서도 자주 겪는 있는 일인지라 놀라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켠이 편친 않았다. 장발장의 주교신부님이 생각이 났다.


성당과 교회가 가난하고 힘들고 수고하는 사람들을 위한곳 인데 어찌 된일인지 지금의 성당과 교회는 권력과 돈을 움켜줜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가난한자들과 갈곳없는 자들이 쉬어갈수 있는곳으로, 그들을 위한 맞춤 의자를 그래도 성당은 마련해 주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산을 씌여준 천사분 처럼 내 주의에 보이는 낯선 이웃을 향한 따뜻한 배려 하나가 그들이 쉬어갈 편하고 안락한 의자가 아닐까 딱 그만큼만 할수만 있다면 그것들이 쌓여 공정한 의자가 만들어 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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