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과나무"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나는 아직도 딸입니다》

by 유인숙

아흔여덟 엄마의 사랑을 따라

나는 다시 ‘엄마’라는 이름을 불러봅니다.

여덟 남매의 막내로 사랑만 받던 내가

어느새 가정을 이루고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힘든 날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이름, 엄마.

이제는 내 아이들이 부르는 그 이름이

나의 몫이 되었음을 배웁니다.

거꾸로 나이를 드시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도 한때는 누군가의 딸이었음을,

그 시간의 감정을 시로 천천히 풀어냈습니다.


I 프롤로그 l

낯선 사람끼리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함께 생활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우리는

또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킨다.


부모가 된다는 건!

누구나 다 되는 거라 생각했고,

나도 잘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는 잘 몰랐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움이 많은 줄을...

쉰이 넘은 지금이 되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동안의 부족함과 나의 무지에 대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사람이 바로 부모이고,

처음 경험하는 환경이 가정이며,

그 경험이 모여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기초를 만들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몫이라는 것을..

8남매의 막내로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금쪽같은 내 새끼"

엉덩이를 토닥여주시던 엄마가 지금은 "거꾸로 2살" (98세)

이제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요양원에서 하루를 맞이하고 계시지만

아직 우리를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시는 건강한 모습에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고,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작성하는 그림일기

거꾸로 7살이 되던 해, 엄마는 한글을 잊지 않기 위해,

자식들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예쁘게 색을 입히고, 엄마의 이름을 써보며,

작성했던 그림일기

요즘 들어, 엄마의 그림일기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엄마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작년 이맘때 엄마에게 편지를 쓰며,

내년 이맘때도 꼭 다시 엄마를 볼 수 있기를 기도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올해 또다시 내년을 기약하는 글을 쓴다.

3남 5녀를 기르며 모진 풍파를 견디어낸 엄마의 사과나무에는

모든 희로애락이 달려있다.

지금은 밑동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가지의 사과나무

떠듬떠듬 읽어가며, 회상을 해 가게 될 엄마를 생각하며..

추억을 실어본다.

유 인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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