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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SI Nov 10. 2022

우울하다는 건 말야,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찌뿌둥하다. 몸이 무겁고,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밤새 꿈을 꿨기 때문일 것이다. 어렴풋이 꿈이 기억날 것 같지만 애써 외면한다. 기분좋은 꿈일 리가 없다. 그래서야 이렇게 몸이 무거울 리가.



 턱이 아프다. 이를 악물고 자서 그런 거겠지. 누구나 그런 날이 있을 것이다. 이유없이 몸이 무거운 날.


 그냥 ‘잠을 제대로 못 잤나봐’라며 넘겨도 될텐데, 그 한 가지가 나를 다시 수렁으로 밀어 넣는다.


 수많은 날 중 하나일 뿐인데, 누구나 그런 날이 있을텐데. 그 한 가지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기 싫다.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선뜻 손을 뻗을 수 없다. 하기 싫어서, 마주하기 싫어서, 미루고 또 미룬다. 하기 싫어. 필사적으로 다른 일을 찾는다.


 하기 싫어, 하기 싫어, 하기 싫어.


 때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든 피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분명히 잘 찾아보면 오늘 잘 한 일이 있을텐데. 분명 칭찬할만 한 일이 있을텐데. 자꾸 못한 점만 보이고, 못한 것만 보이고, 내가 작아지고 위축된다.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겠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나도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란 걸 알고 있는데. 머리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마음이 따라주질 않는다.


 아무리 되돌아 봐도 나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이런 나를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책에서, 영화에서, TV에서, 모두가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라고 말한다.


 ‘맞아, 스스로 사랑할 줄 알아야지.’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저 사람은 저런 장점이라도 있잖아.

 나는 그것조차 없는 걸.

 저 사람은 내가 아니어서 몰라.

 나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걸’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심한 일이지. 그런데 그 생각들이 자꾸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더 커지고 늘어난다.








 밤이 찾아오면 후회한다.


 ‘오늘도 한 게 아무 것도 없구나.’


 오늘이라는 시간을 버려 버렸구나.






 내가 낭비한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원하던 내일이었다. 그 사람이었다면 1분1초를 금보다 귀하게 썼을 것이다. 나처럼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사람에게 오늘이 주어지지 않고, 나에게 오늘이 찾아온 걸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본다. 숨만 붙어있다면, 그게 사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죽여도, 살아있다면, 과연 그 삶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 누구도 나보다는 의미있게 하루를 보낼 것이다.






 우울이그런 것이다. 자꾸 안 좋은 것만 보게 되고, 안 좋은 것만 듣게 되고,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맴도는 것.


 이 트랙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나는 벗어나는 법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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