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3원칙

이해, 기억, 표현

by 비평교실

우리는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움직이고 뛰고, 놀고, 활동하도록 만들어졌다. 많은 생명체가 그렇다. 움직임을 통해 배워나간다. 글쓰는 행위는 좀 유별난 행위긴 하다. 반대로 말하면 그건 좀 더 인간적인 행위이고, 나를 만들어가는 행위다. 통사구조와 복잡한 문법 체계를 이용하여 의사소통하는 건 인간만의 유별난 행위다. 인간으로 태어난 김에 글쓰기도 왕창 해보자.

글쓰기는 매일 조금씩 늘어난다. A4의 두께만큼 늘어난다고 믿자. 처음에는 아무런 성과도 느껴지지 않을 거다. 아무리 써도 이전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거나 내가 이기고 싶은 혹은 내가 동경하는 사람과 닮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A4 한 장이 쌓이고, A4 10장이 쌓다 보면 글 실력이 늘어 있을 거라 보장한다. A4 100장의 두께는 1.15cm다. 100장을 써도 1cm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1cm가 얼마나 단단하냐에 따라 아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글쓰기처럼 미세함을 다루는 곳에서 1cm는 아주 큰 효과가 드러난다. 키를 잴 때 1cm는 자존심을 좌우하기도 한다. 큰 것을 다룰 때 1cm는 엇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촘촘하고, 단단하고, 미세한 것을 다루는 1cm는 강철로 만들 수 있다면 강력한 위력을 뽐낼 수 있다. 미세한 차이가 감동을 만들어 낸다. 똑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누군가는 사람을 웃기게 만들기도 하고 싸늘하게 만들기도 한다. 디테일은 무섭다. 작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반복 속의 미세한 틈, 세밀한 차이가 만들어낸 거다.

5천 자를 쓰기 쉽지 않다. 자신과 타협하고 싶을 때도 있다. 쓰는 소재가 고갈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표를 세웠고, 자신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약속을 하나씩 어길수록 스스로가 작아진다. 하지만 어떤 날은 정말 글이 안 나오는 날이 있고, 정말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있다. 5천 자를 차마 못 쓰는 날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하루 실패하였다고 해도 내일은 온다. 미루는 핑계로 오용하지 말고 재기회를 주는 것에 관대해지자.

이제 목적도 생겼고, 목표도 세웠고, 5천 자를 쓰기 마음 먹었다면 지금부터 실행하자. 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자. 글쓰기는 어렵지만 재미있다. 나 자신과 싸우는 건 힘든 일이지만 성장하는 재미가 있다. 나를 뛰어넘고 성장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한 자 한 자 쓸수록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고 끊임없이 써내려가자.

글쓰기는 어렵다. 글쓰는 건 고도의 지적 행위다. 지식을 기계적으로 표현한다면 입력, 저장, 출력 세 단계를 거쳐서 나오게 된다. 사람으로 말한다면 이해하고, 기억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입력하는 행위는 저장과 출력에 비하면 쉬운 편이다. 듣기만 해도 되고, 저장과 출력에 비하면 CPU를 덜 잡아먹는 행위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장기기억으로 저장시켜놔야 다음에도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무용지물로 만들지 않으려면 반드시 기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억을 잘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모든 공부는 암기다. 암기는 가장 귀찮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작업이다. 모든 공부법은 얼마나 더 피로하지 않게 더 많이 암기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데 매몰되어 있다. 더 쉽게 외우는 방법이 얼마나 인터넷에 많이 있던가. 앞 글자만 따서 외우고, 자주 보고, 끊임없이 정리하고, 시각화시켜서 어떻게든 암기하기 쉽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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