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이니 Feb 11. 2023

COVID-19 팬데믹에서 바라보는[면역에 관하여]


 

 면역에는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이 있고, 후천면역은 능동면역과 수동면역이 있으며 백신 접종을 통한 면역은 능동면역 중 인공능동면역에 해당된다. 



<면역에 관하여>는 인공능동면역인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받아들일 수 없는 집단 vs 백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집단 사이에서 갈등이 격화되던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한 미국인 저널리스트 엄마가 자녀가 생기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인간의 면역과 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지금까지의 나는 예방 접종을 한다는 것은 오로지 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행해지는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저자는 백신 행위의 의미를 그렇게 단순하게 보고 있지 않다. 옛날의 백신 행위란 주로 흑인이거나 가난한 아이들에게 실시되었기 때문에 이를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육체적 예속을 끌어내는 행위로 보고 있으며, 오늘 날의 백신 행위는 완전 접종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을 보호하는데 동참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어떤 백신이라도 특정 개인에게서는 면역을 형성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보면 내 자신을 위해서 접종을 한다는 생각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백신이라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접종하면,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져서 전파가 멎기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나 백신을 맞았지만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감염을 모면한다. 따라서 백신은 다수 집단을 동원해서 소수 집단(인플루엔자의 경우 노인, 백일해의 경우 신생아, 풍진의 경우 임신부)을 보호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한다. 


  저자 율라 비스는 자신의 아이에게도 손을 씻는 이유에 대해 “병균을 씻어 내야 다른 아이들한테 안 옮기지”라고 가르친다. 여태껏 질병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하는 행동이라 여겼던 내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이 베푸는 자비 중 하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백신 접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백신을 거부하는 일부 사람들은 홍역, 수두, 디프테리아, 백일해, 유행성이하선염, 독감 등이 치명적이지 않으며, 자연 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하는 것이 더 좋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백신 접종이 치료가 해가 될 수도 있고, 과학의 총합이 늘 진보만은 아니라는 믿음으로 접종을 거부했다. 백신 거부자들은 그냥 귀찮아서 맞지 않는 사람들과 달리 의도적인 결정으로 거부하는 자신들을 구별하기 위해 ‘양심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옛날 천연두 접종은 거부하는 자들에게 머리에 총구를 겨눠가며 강제적으로 시행하였지만, 그들이 조직적으로 운동하고 도전한 결과 오늘날은 자의로 질병에 취약한 상태를 고수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질 수 있다. 

 사람들은 백신 접종이나 타인의 피를 수혈 받는 것에도 오염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나 아닌 무언가가 몸속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자연적인 상태가 깨끗한 것이라는 믿음이 오염되는 느낌을 받는 것에 일조하기도 할 것이고, 저자는 에이즈 교육을 받은 세대라면 제 몸을 다른 몸들과의 접촉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았고 그 결과 또 다른 종류의 고립, 즉 완전무결한 개인 면역계에 대한 집착을 낳은 듯하다고 얘기한다.

 양심적 거부자들이 이해가 되긴 하지만, 백신을 거부한다면 늘 전염병에 기여할 잠재력을 품은 위태로운 위치에 있다는 것은 그들도 인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 또한 “백신에 대한 두려움은 존중하고 이해하지만,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결정은 존중할 수 없고 쓸데없는 위험을 지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기보다 스스로 면역계를 형성하고 증강하고 보충하여 아무리 우수한 면역계를 지닌 사람이라도 자기 자신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질병을 자신보다 더 취약한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는 데에 있어서 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닌, 좀 더 이타적인 마음가짐과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항체의 종류


 

 또한, 공중보건의 핵심 강령이란 삶의 본질적 가치에 바탕을 둔 강령이기에 자본주의와 겨룰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은 정부와 의학계에 무제한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약회사들의 이익추구 책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의 강력한 전염력으로 전 세계의 공중보건이 위협받고 있는데 이를 틈타 마스크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세계 경제 불황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러한 주장에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백신의 투여는 질병 확산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어린이에게 접종되고 있으나 이를 거부하거나 주저하는 부모들이 있어 각국은 의무적 예방접종 질병을 선정하고 백신 접종 의무화를 도입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로 의해 백신 접종률이 낮아지고 있어 최근 홍역이 다시 나타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근절될 것으로 여겼던 홍역과 같은 질병들의 발병이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정책의 재검토가 절실한 시점에 온 것이다.

 저자가 얘기하는 것처럼 자연 면역을 위해 ‘수두파티’를 여는 충격적인 모습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공통 전염병의 경우 백신 접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여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자율에 맡기면서 교육을 강화시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접종에 응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국가가 정한 예방접종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질병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라도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백신이 무조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읽고 난 후 어떤 결정이 옳은지 감히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

 다수를 위해서는 분명 백신 접종을 받는 것이 좋지만, 현재 중상층이 백신을 거부하는 사회 계급적 측면과 전쟁 중 무기처럼 사용했던 국제 정치적 측면, 백신에 대해 제약 회사의 탐욕이 개입할 수도 있는 경제적 측면을 알게 되니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이것은 내가 공중보건 정책에 대해 얼마나 수동적이었는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도를 하지 않았는지를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저자 : 율라 비스

*원제 : On Immunity 


작가의 이전글 [어바웃 타임]-"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