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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개 Feb 23. 2022

현실비판에서 라떼타임까지

직장인의 개인 프로젝트 작업기(3)


마지막 녹본 체크

17년도의 친구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16년도 첫 직장 시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그러니까 한 번 슬펐다고 영원히 슬플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것이다. 


16년도의 경험이 17년도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 질문을 굉장히 오래, 많이 했는데 사실 당시의 개같은 경험은 그닥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오히려 대외활동 성격이 강했던 15년도의 경험이 훨씬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 정신병과 눈물과 슬픔과 분노를 안겨준 첫 직장의 시간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나에게 무의미한 시간이라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쨌든 그 시간과 상처는 본인에게 남아있는 것이다. 그게 참 짜증난다. 왜 폴더 삭제하듯 지워버리지 못할까? 현대과학이 좀 더 힘을 내주면 어떨지. 부탁합니다. (문과올림)


인터뷰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내가 좀 멋져서 넣음


정말, 원래 다 그런 걸까?

업무 이야기는 마무리되었고, '첫 시기'라는 것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사회 초년생은 원래 힘들까? 그게 당연한 일인걸까? 당연하다면 왜 당연한 걸까, 당연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성긴 질문에 대한 친구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조직 특성에서 이유를 생각하는 모습

미성숙을 견디지 못하는 사회. 완성된 인재만 바라는 욕심. 


물론 회사는 돈과 책임을 주는 만큼 우린 아웃풋을 내야 한다. 당연한 말인데, 그럼에도 매번 능숙하기만 한 사람은 없지 않은가. 모두에게 크던 작던 그런 시간은 있었을 것이다. 그 후에 누군가가 들어왔을 때, 그걸 새까맣게 잊어버려서 문제지. 


라떼시간

사회 초년생들에게, '원래 다 힘들어' 라는 위로말고 좀 더 효율적인 한 마디를 건넨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요? 물었다. 

친구는 도망의 필요를 역설하고 있었다. 16년도 첫 직장에서 바로 도망가지 못해 아쉽다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나의 당시를 떠올렸다. 지금 돌아보면 당연히 버티길 잘했다 싶지만. 그 때의 나에겐 자기 학대나 다름 없었구나 싶다. 각자의 과거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 질문

처음에도 말했듯, 엠케이는 기존 기획과 딱 맞아 떨어지는 타입은 아니었다. 프리랜서고, 일한 기간도 꽤 오래되었고. 하지만 아직 아무 시작도 안한 타이밍에 만든 조건이라면, 그 자체로 이미 프로토 타입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키는 완고함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기획이란 것이 책상에서  끝나진 않는 법이니까. 


친구의 인터뷰도 끝났다. '이런 거(=인터뷰)'를 많이 해본 그에게 오늘 인터뷰의 소감을 물었다. 있어보이는 거 말고 날 것의 생각을 부탁했다. 그의 눈은 아직도 광기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희번득!


어쩔티비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과거의 (개같은) 경험도 본인의 일부분이라 여기는 친구가 멋지다. (굉장히 영혼없는 문장 같은데 진심이다) 그리고 과거의 친구에게, 그건 당연하거나 있어야 할 경험이 아니었고, 그럼에도 그것을 겪어내야 했던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쨌거나 존재하는 시간들에 심심한 위로를. 나는 친구가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 더더 잘 나갔으면 한다. 화이팅. 나중에 큰 상을 받거나 뭔가를 해서 이 인터뷰도 떡상할 수 있기를. 


마지막 녹본 체크

3시간 넘은 녹본 체크, 그리고 취합까지 끝났다. 


클로바 친구가 열일을 해줬다. 이제 체크하면서 작성한 메모를 보면서 어떤 식으로 발행할지 구상해야 한다. 그건 지금 계속 하고 있는 작업인데.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정말 대화로만 이을지, 아니면 잡지처럼 '엠케이는 자리에 앉았다... 나를 보는 미소 끝에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는 커피잔을 들다 말고 나에게 물었다...'이걸 어떻게 글로 쓸 건데?'... 다음 회에 계속...' 이렇게 할건지. 

우리집 노트북 발열을 좋아해

사실 브런치에 올린 이 작업기들은 본문 정리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블로그에 던지듯 남긴 글이다. 완벽한 뭔가를 꿈꾸다가 하려던 걸 못하는 건 팔자려나? 그래도 이렇게 옮겨적으니 당장이라도! 본문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어기여차! 


최종적으로 만들고 싶은 형태는 사실 책인데.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다른 형태를 먼저 떠올렸고, 그 과정에서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찌끔씩 갈래를 만지면 되는거 아니었나, 라는 생각. 그러니 굳이 인디자인을 켜서 이런저런 것들을 하지 않더라도, 취합해서 질문과 답변을 잇고, 구성을 잡아두었으면 되는 것. 




본 내용은 인터뷰 본문이 아닌, 녹음본을 따면서 적어둔 작업기 모음집. 인터뷰 내용 정말 좋은 거 많은데. 어떻게해야 잘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참고로 엠케이 인터뷰를 마친 후 다른 이들과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누구냐면? 아직 비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몇몇 친구들을 승냥이처럼 바라보는 중이다. 


첫 직장이란 원래 힘든가? 

명제에 비해 아주 미시적인 접근이지만 이러한 탐구가 모이면 유의미한 결과를 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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