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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지아 Oct 11. 2022

하늘은 인자하지 않기에

2022년 예비창업자 패키지 필수 교육을 다녀왔다. 2박 3일간 함덕해수욕장에 위치한 유탑호텔에서 이루어졌다. 메인콘텐츠라는 창업자 교육 스타트업에서 담당했으며 제주창경에서 담당자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하였고 대망의 주인공인 창업자 대표님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작 당일부터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주살이 6개월 차지만, 평시에 이렇게 거센 바람은 드문 것이었기에 당황스러웠다. 갑작스러운 계절의 교차로 제주에 대한 기대를 품고 온 사람들은 다소 실망하는듯 했다. 그렇지만 중간중간 내비치는 햇볕을 쬐며 잠시 해변을 거닐 기회가 있었고 이는 좋은 대화와 이야기를 섞어가기에 적당했다. 


첫 날 밤은 12시, 다음날은 새벽 2시까지 모임을 가졌고 서로의 어려움, 고민을 토로했다. 고민 외에도 함께 창업하는 사람으로서의 공감대와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았다. 


각자 어려워하는 영역은 달랐지만, 어려움이라는 공통의 감정으로 많이 가까워졌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하나 같이 모두가 어려워하는 것을 보니, 천지불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노자의 도덕경 중 어느 한 구석에 나오는 말로 하늘은 인자하지 않다는 뜻이다. 


단순히 받아들이면 오해하기 좋은 말인데, 하늘이, 즉 어떤 신으로서 의지와 의욕을 가지고 사람을 험하게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치우침이 없기에 늘 좋기만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과는 다르게 세상 만물이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에게는 어려움이 따르고 이러한 인간의 숙명과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무위로써 매사에 임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다음의 연계까지 함축하고 있다. 


삶에서의 행복은 무엇인가. 나이가 들수록 커다랗고 휘황찬란한 스펙타클이 아닌, 작고 상서로운 일에서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삶에서 일러한 행복을 감지한다. 결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렇기에 또한 무엇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는 일들,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세수하고 요가를 하고 밥 먹고 일하고 돈 벌고 대화하고 커피마시고 책 읽고 딴짓하고 졸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행복하고 괴로워하고 이런 평범한 질서 속에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만나고 떠나 보낸다.


나는 내일도 같은 일을 반복하겠지만, 오늘 반복하는 일은 그저 뇌의 기억 속에 저장된 [같은 행동]이라는 인식이지, 결코 똑같은 것이 아니다. 세상 그 어떤 일에도 사건 그 자체로서 편파적인 것은 없다. 하늘은 인자하지 않기에, 세상은 늘 그럴 수 있기에 그렇게 흘러간다. 어려운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잘 풀리는 일은, 잘 풀리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며 이것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어려움으로 인해 이어지는 일의 연속, 사건의 지속이 우리를 또 다른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물론, 어려운 건 어렵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한다. 혹은 할 수 있다. 혹은 해야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이 어려움의 굴레, 그 어느 행위보다 계산적이고 이성적인 능력을 십분 발휘해야 하는 자본주의적 사업의 세계에선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상서로움에 감사하며 인생의 경이를 느끼고 그 다음에 다가올 또 다른 사건과의 만남, 사람과의 인연을 기대해본다. 하늘은 인자하지 않기에, 우리는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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