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초 Apr 28. 2021

마주 보고 이야기:對話

SNS상에서의 대화는 사실상 대화라기보다는 표면적인 글에 대한 '읽기'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대화라는 것은 상대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능력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좀 더 입체적인 대화는 서로 간에 나누는 대화의 뉘앙스, 억양, 음성과 리액션, 표정과 제스처, 주고받는 대화의 분위기, 서로의 교감 등 현장의 밀도를 높여주는 세세한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개인적으로 '현장의 밀도를 높여주는 세세한 모든 것'이라는 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직접 만나서 시선을 맞추고 대화하는 것이, 문자만 주고받는 표면적인 대화보다 친밀감을 높여주고, 신뢰감을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SNS상에서의 오가는 말들은 표면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오래 기억하기도 쉽지 않은데 반해, 직접 주고받는 대화는 상대방의 목소리 톤이나 성량, 그리고 순간순간 다채롭게 변하는 표정까지도 직접 보고 들었기 때문에 기억하기도 쉽다. 이렇듯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라이프 핵스'라는 해외 매체에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말하기에 대해 소개한 바 있는데, 핵심 키워드는 '30%'라는 수치였다. 이 30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대화 속  '새로운 정보'의 비율이라고 한다. 뭔가 주목할 만한 신선한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고, 흥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단순히, 말하고 거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동조하는 식의 대화는 금세 단절을 가져온다. 이야기의 내용도 자칫 밋밋해질 수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뭔가 새로운 소재를 덧붙여나가며 나누는 대화가 그만큼 중요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흥미 없는 주제의 경우는 제 아무리 30%의 새로운 정보를 추가한다고 할지라도 재미를 못 느낀다고 하니,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흥미 있는 소재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하겠다.         < 뉴스는 팩트다 Dispatch >의 기사(2017.7.26.) 내용을 읽고 설명을 참고했습니다.


이 30%의 신선한 정보를 업데이트하려면, 그러니까...... 음...... 정신 번뜩 차려야겠네?

요즘 세대의 신조어도 좀 알고, 사회적 이슈도 놓치지 말아야 하고, 뉴스의 헤드라인 만이라도 인지를 하고 있어야 술술 풀리는 대화를 할 수 있겠네. 최근 이슈가 아니고도,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좋겠다.

가족이나 친구, 자녀들의 이야기는 쉽게 꺼내지만, 순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나 현재 자신의 감정상태를 솔직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음은 요즘 내가 자주 듣는 질문이고, 자주 하는 대답이다.

묻는 입장에서는,

"지금 기분이 어때?"

"그래서 네 기분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 건데?"

"오늘 하루 일 중 가장 잘한 일이 뭐야?" 등의 구체적인 대답을 기대할 수 있는 질문으로,

답하는 내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컴퓨터 작업 때문에 어깨와 등이 너무 아파서, 퇴근하고 곧장 병원부터 가고 싶어 지더라."

"저녁 식사 준비하는 거, 진짜 당번을 정해서 했으면 싶어."

두루뭉술 한 덩어리로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조목조목 최대한 잘게 쪼개서 구체적으로 해보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한다. 질문이 간단하고 구체적이면, 대답도 세세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으니, 공감도 쉬워질 것이다.


대화를 할 때 리액션이 큰 사람은 그만큼 대화의 분위기를 한껏 올려주고, 대화의 몰입감을 높여 준다. 낮은 톤과 부드러운 음성만으로도 직접 마주하는 대화는 큰 힘을 갖는다. 똑같은 대화를 나누더라도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분위기에서의 대화라든가, 너무 멋진 풍경을 마주하고서 나누는 대화는 더 큰 힘을 갖게 되는데, 썸을 타는 사람들끼리의 대화라면 그런 분위기에선 사랑에 빠지지 않기가 어려울 것 같다.


가끔 이런 재미있는 생각을 하곤 한다. 멋진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옆에 누군가 함께 있다면 그 사람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져서 그때 갖게 되는 감정도 무척이나 개인적이면서도 특별한 것이 된다고.

그러니 여행을 할 때는 함께하는 그 누군가가 굉장히 중요해지는 것이다. 단순히 여행의 질을 높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감정까지 특별하게 해 주어서 여행 자체가 갖는 의미까지도 남다르게 만들어 준다.

어떤 깨달음을 얻고자 찾게 되는 인도의 갠지스 강가, 혹은 프랑스 노르망디의 몽생미셸이 갖는 이미지와, 여행지로서의 각각의 장소가 갖는 이미지는 기억되는 것부터도 분명히 다르니까.




점점 귀찮은 게 많아진다. 얼마간 감정선이 와르르 무너져 버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망할 놈의 감정 같으니라고!

이제는 감정을 어쩌지 못하는 나이가 돼버렸다.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한 나이가 돼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短想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