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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영화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앨런 킴 주연
영화에서도 대사로 등장하듯 미나리는 아무데서나 잘자라는 식물이다. 미국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삶을 꾸린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미나리의 특징과 맞닿아 있지 않나 싶다. 또한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 풍경
'미나리'는 미국의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만큼 시골 모습이 여한 없이 나온다. 연두빛의 풀들이 펼쳐진 들판과 녹음의 나무들이 우거지는 자연 풍경이 아름답다. 탁 트여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넓은 공간에 오직 주인공 가족 밖에 없다는 사실이 좀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커다란 화면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미나리'를 보면서 힐링할 수 있을 것이다.
- 연기
영화를 보기 전부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 칭찬의 말들이 많길래 꽤 기대하고 있었다.
윤여정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보았는데 '윤식당'이나 '윤스테이'같은 예능에서 먼저 윤여정을 접했기 때문인지 '미나리'에서 연기한 할머니의 모습이 그냥 인간 윤여정과 많이 겹쳐보였다. 그렇지만 이질적이거나 낯설지 않고 극 속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눈에 띈 것은 한예리 배우였다. 한국을 떠나 낯선 미국이란 땅으로 가서 느끼는 외로움, 금전적 문제로 남편과 갈등하게 되면서 점점 지쳐가는 얼굴, 그럼에도 일상을 살아내고자 하는 어떤 의지 등등을 아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80년대의 이주 가정 속에서 엄마란 존재란 정말 저랬을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이 나게 연기를 펼쳤다.
아역 앨런 킴의 연기도 놓칠 수 없다. 아들 '데이빗' 역할을 맡았는데,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과 정말 비슷하게 생긴 아역 배우였다. 이번에 2021년 '크리스틱 초이스 영화상 아역배우상'을 탔다. 상을 탄 게 이해가 갈 정도로 연기를 정말 잘했다. 초반에 할머니에게 거부감을 느끼다가 점점 할머니를 받아들이기까지의 그 어린 아이들이 가지는 감정을 날 것으로 생생하게 전달받았다. '이 아이가 연기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 보다 그냥 진짜 한 아이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 음악
음악 좋다. 음악들이 거의 비슷비슷하고 하나의 주제가 있는 듯 느꼈다. 영화 전체를 아울러 통일감 있는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영화의 몰입감을 높인다. 약간 자기 전에 들으면 좋을 음악 스타일이다.
제일 기억에 남는 사운드트랙
- 후반부 전개
초반에 캐릭터를 쌓아나가는 전개, 가족 구성원 파트 분배, 이야기의 흐름들이 다 좋아서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까, 이 가족들의 삶의 어떤 부분에서 영화가 끝나게 될까,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전잘하고 싶어하는 걸까 등등 초반에는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중간 이후 할머니가 쓰러지게 되면서 전개를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 앞에서는 천천히 느린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뒤로 갈수록 뭔가 빠르게 훅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개연성이 갑자기 떨어졌다고 해야하나? 왜 굳이 그런 식으로 클라이막스를 전개했야 했나? 설정을 위한 설정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영화관을 나와서 찾아보니 종교적인 해석도 가능하다는 설명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종교에 관한 부분이 이질적으로 들어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감독이 영화의 내용과 종교적인 부분을 엮어내고 싶어했다는 걸 알게 되니 조금 이해가 갔다. 그러나 비유가 별로 와닿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의 역량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 스티븐 연
아, 스티븐 연. 뭔가 이질적이었다. '워킹 데드'로 먼저 그를 알아서 그랬는지 이미 내게 그는 교포 이미지가 너무 컸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주한 한인 가정의 한 아버지를 연기하는 그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한국의 그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정서를 잘 표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한국어 발음도 연습을 많이했는지 거슬리는 것 없고, 중간 한예리랑 싸울 때도 감정 연기를 잘 해낸 것은 맞다. 단지 10프로 부족한 느낌이다. 한국의 정서가 결핍된 느낌? 좀 아쉬웠던 것 같다.
+ 여담
영화를 보면서 미국에 가 있는 이모 생각이 많이 났다. 이모도 참 미국에서 고생을 많이 한 걸로 아는데 대단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아마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서 해외로(특히 미국) 이주 간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생각이 날 것이다.
총 평점 3.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