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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양 Jan 04. 2022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13

Don't look up

감독: 아담 맥케이(Adam McKay)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밥 모건(Bob Morgan), 마크 라이런스(Mark Rylance),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 등

2021년, 미국 영화, 139분


 아담 맥케이 감독의 이전 영화 '빅쇼트(2015년)'나 '바이스(2018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코미디를 기반으로 현실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이 감독의 주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영화 '돈룩업'은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을 자기 이익대로 이용하는 기업, 미디어, 정치인들 그리고 이들에게 휘둘리는 대중들을 현실적으로 풍자하는 블랙코미디 장르 영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 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흥미진진한 연기를 펼친다. 


<줄거리>

 랜달 민디 교수와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지구로 다가오는 커다란 혜성을 발견한다. 지구와 충돌하면 인류 종말이라는 커다란 재앙이 일어날 정도다. 두 사람은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자세히 보고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향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급급해 두 사람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고, 면대면으로 만나 안건을 말하는데도 진지한 태도로 받아들이기는 커녕 미국에서 일어나는 종말급 위기가 얼마나 많은 줄 아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하여 민디 교수와 디비아스키는 언론을 이용해 이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그러나 출연한 방송에서도 진행자들은 탑스타의 결별 문제에만 주목하거나 두 사람이 제기하는 문제를 농담처럼 받아들일 뿐 혜성이 다가오고 있으며 인류가 종말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이에 화가 난 디비아스키가 분노를 터뜨리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은 인터넷 상에서 웃긴 밈으로 양산되어 퍼져나간다. 

 한편, 정부에서는 스캔들로 떨어진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마침내 혜성에 대항하는 로켓을 쏘아올리겠다고 결정을 내린다. 민디 교수와 디비아스키는 문제가 해결되는 듯 보여 안심한다. 그러나 로켓을 발사를 하기 전 갑자기 마음을 바꾼 대통령이 발사를 취소해버린다. IT기업 '배시(BASH)'의 CEO인 피터 이셔웰이 혜성에는 희귀 광물이 많아서 거의 140조달러의 가치가 있다며 이를 잘 이용한다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그리하여 대통령의 협조하헤 로켓 발사 임무는 '배시'의 소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막막함을 느낀 민디 교수와 디비아스키는 더 이상 진실을 주장하기를 포기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며칠 뒤, 지구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 혜성이 맨 눈으로도 볼 수 있을정도로 가시거리에 들어오게 되고, 민디 교수는 사람들에게 혜성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보고 싶다면 그냥 하늘을 올려다 보면 된다고 한다. 그렇게 인터넷에서 #just look up 운동이 벌어지게 되고 미리 대응하지 못한 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이에 맞서 대통령과 반대측에서는 "Don't look up"이라는 구호로 다가오는 혜성을 보지말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미 하늘에 나타난 혜성을 더 이상 모른척 할 수 없게 된 대통령은 '배시'의 CEO와 함께 혜성 폭파 작업을 준비한다. 하지만 '배시' 기업의 기술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었고 결국 혜성에 대항할 마지막 방법도 불발된다. 다가오는 혜성을 그대로 맞이하게 된 지구는 그대로 재앙으로 직행한다. 

 +쿠키영상 : 그러나 긴급 탈출 우주선을 미리 마련해둔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은 지구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행성으로 가게 되는데 그 곳에서도 '멍청'하게 행동을 하다가 그곳의 생명체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끝>



<감상평>


-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다큐


 어디서 잘못된 정보를 봤는지 나는 영화 중간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줄 알았다. 아담 맥케이의 전작 '빅쇼트'는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루고 있었고 '바이스'는 미국 부통령 딕 체니의 삶을 다룬 것이었으니 이번 영화도 막연히 실제 사건을 다룬거겠지라고 혼자 추측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진짜 오해할만할 정도로 이 영화에서 그려내는 사람들의 행태가 현실과 밀접하게 닮아있다. 


 혜성이 다가온다고 하는데도 자신의 정치 생명이 더 우선인 대통령과 정치인들, 진실을 알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조회수와 정치놀음에 지나지 않는 언론, 시종일관 자극적이고 가벼운 이슈만 다루는 TV 프로, 그에 걸맞는 수준을 보여주는 쇼 진행자들, 연예인 소식에 환장하다시피 열광하는 대중들,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면 도덕성도 잃어버리는 기업인들, 정치적 스탠스를 위해서라면 진실을 왜곡하는 것도 마다않는 유권자들 등등. 


 거기다 미국 특유의 엘리트주의, 미쳐버린 극한의 낙천주의, 이기주의, 곳곳에 산재하는 성차별적 요소까지 더하면 정말 대환장의 쇼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 나 현실에서 저런거 본적 있어.'하면서 헛웃음이 터지다가도 현실을 생각하면 절대 웃을일이 아닌 그런 장면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특히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지내면서 벌어졌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웃을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혜성'이 중심 소재이긴 하지만 사실 아담 맥케이 감독이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기후위기'이다. 기후위기가 존재하는 것인지 여부를 두고 미국 사회에서 큰 갈등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이를 우회적으로 빗대어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원래 맥케이 감독이 생각했던 제목은 '돈룩업'이 아니라 '붐!(Boom!)'이었는데 그러다가 '저스트룩업(Just look up)'과 '돈룩업(Don't look up)'라는 두 가지 제목이 떠올렸고 이 둘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미국인과 전세계인들이 나쁜 소식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고 여기서 착안해 "Don't look up, Avoid the truth that's coming.(다가오는 진실을 피해, 위를 보지마.)"라는 뜻으로 '돈룩업'을 최종 제목으로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포스터에도 쓰여있듯이 "Based on truly possible events(진정 있을 수 있는 사건을 바탕으로 함)"라는 말은 어쩌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로 바꾸어도 무방할 정도다. 사람들은 기후위기가 다가오는 걸 알지만 그걸 바라보고 싶어하지 않으며 과학자나 통계가 그 사실을 보여주더라도 지금 눈 앞에 보이지 않으니 별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더 얻기 위해 기후위기가 진짜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기업가들은 자연과 자원이 파괴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담 맥케이는 이렇게 다가오는 진실(기후위기)을 회피하고 외면하는 이들에게 "그래, 어디 그렇게 계속 외면해봐.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고.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거 같아?"라며 냉소적인 일침을 놓는 것 같다.  

 

https://www.netflix.com/tudum/articles/adam-mckay-dont-look-up-interview

아담 맥케이의 '돈룩업' 인터뷰를 더 보고 싶다면 참고하길.


- 연기, 편집, 인물


 '돈룩업'을 보면서 한 가지 거슬렸던 부분은 편집인데 활활 타오르는 집에 폭우가 내려 갑자기 불이 꺼지는 듯한 빠른 장면 전환이 여러 부분 있었다. 속도감 있고 유쾌하게 장면을 넘기는 것도 좋지만 초반부에서는 약간 정신없게 느껴지기도 했고, 영화 내용 자체가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 아니라서 좀 오버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빅쇼트'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 걸 보니 그냥 이건 맥케이 감독 자체의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하다. 


 배우들도 자신의 기량을 발휘해 연기를 한 것 같은데 특히 피터 이셔웰 역할을 맡은 마크 라이런스 배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은은한 광기를 띈 눈빛이 계속 기억나는데 실제 특정 기업의 특정 인물을 묘사한 캐릭터라기 보다는 그냥 빅테크 기업가들 전반의 특징을 전부 모아 둔 캐릭터같았다. 자신의 기업이 인류의 진화와 미래를 위해 공헌하고 있다고 여기고, 기술과 알고리즘을 무한히 신뢰하며, 무한한 긍정주의로 전부 다 잘될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낙관주의적 면모 등등. 마크 라이런스가 나온 다른 영화들도 여러 개 봤었는데 그 영화들보다 이번 '돈룩업'에서 유독 캐릭터가 강했던 탓인지 배우와 시너지 효과가 좋았던 듯하다.   


또, 케이트 블란쳇 역시 '캐롤', '블루 재스민', '토르:라그나로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등에서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어서 캐릭터를 보면서도 처음엔 케이트 블란쳇인지 몰랐다. 이번 '돈룩업'에서는 냉소적인 성격으로 'The Daily Rip'이라는 쇼프로의 진행자이자 민디 교수와 바람이 나는 브리라는 인물이다. 솔직히 너무 전형적인 인물이라서 '또 이런 캐릭터군.'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제니퍼 로렌스도 자기 배역 찾아간 것처럼 좋았는데 다만 스타로서 이미지가 너무 세서 영화 속 인물을 보는 것보다 그냥 '오, 디카프리오가 민디 교수를 연기하네. 제니퍼 로렌스가 디비아스키를 연기하네.' 이런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아리아나 그란데가 팝스타 라일리 비나 역을, 티모시 샬라메가 디비아스키와 엮이는 남자 율 역을 맡으며 감초같은 재미를 더해주었다. 


- 이야기와 결말 


 어쨌든 현대인의 인간 군상을 잘 관찰하고 그려낸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어떤 면에서는 인간들이 지나치게 천박하게 보여져서 우리 사회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을 저런 식으로 만들었지, 하고 재고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여러모로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터라 영화의 내용이 계몽적이거나 무거워질 수 있었는데 코미디의 결을 잃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딱 맞게 진지해져서 좋았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뽑아 살펴볼까 한다. 


1. 로켓 발사가 '배시(BASH)'의 책임이 된 후, 격납고를 방문해 탐사 채취 드론을 살펴보던 민디 교수는 피터 이셔웰에게 드론의 폭발 싱크가 걱정되지 않느냐, 이 문제를 두고 많은 동료 과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하다가 해고됐다, 그러니 동료 심사 과정(scientific peer-review process)을 거치자, 당신은 이 임무를 너무 사업가처럼 접근한다 등등 여러가지 걱정을 표출한다. 이에 피터 이셔웰은 "사업가라고? 내가 그저 사업가 같아요? 당신이 날 알아요? 사업? 이건 진화예요, 인간의 진화."라고 하면서 민디 교수의 개인 정보를 막 줄줄이 읊어놓기 시작한다. 


- 배시는 당신의 정보를 4천만건 갖고 있어요. 1994년부터 내린 결정을 모두 알죠. 당신의 대장 용종도... 검진 결과 나오기 몇 달전에 알았어요. 지금은 네댓 개쯤 있더군요. 걱정할 건 아니지만 최대한 빨리 확인해봐요.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난 당신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안다는거예요. 내 알고리듬은 소비자 유형 8종을 분석하죠. 당신은 라이프스타일 이상주의자예요. 높은 도덕적 신념을 근거로 행동한다고 하지만 실은 쾌락을 좇고 고통에서 도망쳐요. 들쥐처럼. 

- 저는 그냥... 이 프로젝트의 계산이 정확하길 바랄 뿐이에요. 이해해 주셨으면...

- 우리 알고리듬은 심지어 사망 방식도 예측해요. 96... 96.5%의 정확도로. 우리 만난 후로 좀 알아봤죠. 당신의 죽음은 아주 하찮고 따분했어요. 다 기억 못하지만 하나는 기억나네요. 혼자 죽을거예요. 외롭게.


 민디 교수는 단지 배시의 기술 안전성에 대해 당연히 던질 수 있는 질문을 한 것뿐인데 피터는 마치 수치스러운 말을 들은 사람처럼 갑자기 역으로 민디 교수를 공격한다. 내가 당신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아느냐, 당신은 자신의 건강상태도 제대로 모른다, 우리는 당신의 죽음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등등 배시가 가진 정보와 알고리듬을 무기로 정보의 우위에 있는 것은 '본인'이며 감히 배시에 의혹을 던지는 민디 교수에게 불쾌함을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좀 소름돋았던 이유는 피터 이셔웰처럼 진심으로 알고리듬과 기술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일상생활에 접목되기 시작하고 고도화된 정보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점점 기술전체주의의 풍조가 도래하고 있다. 모든 것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피터 이셔웰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와 반대되는 의견이 힘을 잃게 되면 그 때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과연 밝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면이 유독 뇌리에 박혔고 이런 인물에 대해서도 고찰해봐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2. 피터 이셔웰을 만난 후, 민디 교수는 tv쇼 '데일리 립(the daily rip)'의 초청석에 멍하니 앉아 있다. 혜성 충돌일까지 이제 겨우 25일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혜성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기술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배시의 임무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데일리 립(the daily rip)'의 쇼진행자들은 신간영화 개봉일이나 배시 주식 이야기로 농담따먹기를 할 뿐이다.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며 여전히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진행자들을 바라보는 민디 교수는 이성을 잃고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랜들 민디 : 제발 즐거운 척 좀 씨X 그만해요. 미안한데 모든 대화를 재치있고 매력적이고 호감 있게 할 순 없는거예요. 어떨 땐 할 말을 제대로 전해야 하고 듣기도 해야해요. 한번 더 정리할게요.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오고 있어요. 혜성이 존재하는 걸 아는 이유는 우리가 봤기 때문이예요. 망원경을 이용해서 우리 눈으로 봤어요. 아니, 씨X 사진까지 찍었네.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해? 에베레스트산만한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날아오는게 좋은 게 아니잖아요. 우리끼리 그런 최소한의 합의도 못하고 처앉았으면! 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거예요? 아니, 서로 대화가 되기는 해요? 어디가 망가진 거예요? 어떻게 고치죠? 기회가 있었을 때 혜성 궤도를 틀었어야지 하다 말았잖아요. 왜 그랬나 모르겠어요. 이젠 저처럼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들을 해고하고 있어요. 분명 시청자 중에 많은 분이 지금 이 말도 안 들을 거예요. 본인들만의 정치 이념이 있으니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어느 쪽의 편이 아니라 그냥 진실을 말하는 것뿐이에요. (중략) 저도 여러분과 같아요. 제발 대통령이 생각이 있는 거면 좋겠고 국민을 생각하는 거면 정말 좋겠는데 아무래도 이 정부는 싸그리 미친 것들 같다고요! 우린 전부 다 죽을거예요! 집에 가야겠어요. 정말 간절히 집에 가고 싶어요. 


 이 부분은 약간 감독 본인이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을 민디 입을 빌려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확실히 분노 연기를 잘하긴 한다.) 그래서인지 차곡차곡 쌓아왔던 울분을 터뜨리는 민디 교수에게 확 몰입이 되면서 이제까지 느꼈던 답답함이 약간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과 별개로 민디 교수가 하는 말은 우리 사회에도 명확히 적용되는 대화라서 마냥 시원하지는 않고 주의 깊이 공감을 하면서 듣게 된다. 


3. 결말로 향하면서 "어? 뭐야? 진짜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점차 확신으로 바뀌게 된다. 상식적인 인간이 있어서 그나마 교훈적으로 마무리 되는 다른 영화와 달리 '돈룩업'은 끝까지 일관된 태도로 이야기를 극한으로 몰고간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지한 이성이 얼마나 큰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 있는 '뭐, 어쨌든 잘 되겠지' 식의 대책없는 무한긍정 사고와 '기술로 해결하면 되지 않나?'하는 기술전체주의적 사고는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가 점점 알고리듬과 기술에 의존하는 만큼, 그리고 데이터와 미디어로 돈을 버는 빅테크 기업들이 더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우리는 제대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편파적이고 치우쳐진 시각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더 자주 노출시키는 알고리듬의 특성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술이 정말로 우리의 판단을 돕게 놔두어도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앞서 피터가 민디 교수에게 혼자 외롭게 죽게 될 확률이 96.5%라고 예측했지만 결말에서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과 함께 죽게 된다. 알고리듬이 3.5%의 확률로 틀렸던 것이다. 배시처럼 정보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고, 기술이 얼마나 뛰어나냐 한들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을 그렇게 데이터와 통계로 바라보는 일이 진정 합당한 일인지는 더 심사숙고해야할 문제다.  


 코로나가 3년째 지속되면서 점점 사회가 분열되고 분노와 우울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다보니 '돈룩업'같은 영화가 주는 의미가 뜻깊게 다가온다. 코로나같은 전염병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전세계가 '기후위기'같은 지구재앙적 위기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의견을 모으고 힘을 합치지 않으면 결국 지구의 위기는 '돈룩업'의 혜성처럼 계속 우리를 향해 다가올 것이다. 가감없이 현재 인류의 민낯을 까발리고 시원하게 인류 종말로 마무리 짓는 '돈룩업'을 보고 말이되냐고 비판하거나 지나친 코미디 아니냐고 비웃을 수 없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점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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