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화영 Sep 26. 2024

나의 길을 향한 첫 도전이 시작되었다.

엄마도 자신의 삶이 있단다

 "오늘 새 신발을 신고 왔는데 새 선생님이 오셨네요♡"


낯선 아이에게 환영인사를 받았다.

그렇다. 지난번 면접을 보고  깜깜 무소식이어서  면접에서 떨어진 줄 알았는데. 몆 주 후 합격이라 전화를 받았다.  드디어 길고 긴 경력단절을 졸업하고  이제부턴 독서논술 선생님이 된 것이다.


출근 하는 날,  거울 앞에서 여러벌의 단정한 옷을 고른 후   지각하지 않으려고 예상시간보다 일찍 지하철을 탔다.   시간에 맞춰  학원에 도착하니 학원 안에는 이미 초등학생 아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호기심과 존경의 눈빛으로 나를 보았는데 예의를 갖추고 나를 공손하게 대하는   아이들을  보니 나는 첫날부터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집에서 매일 마주치는 사춘기 아들은 예의를 밥 말아먹은 나에게   반항적인 눈빛과 공격적인 말투를  보내곤 는데 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난 사회에서  엄마가  아닌 선생님으로 만난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   내가 원하던  사회활동 늦게라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한결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   읽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  흐르는 강을 보며 자신을 버리고  '옴'에 이를 만큼 마음을 수행한  싯다르타도 아들에게 만큼은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했는데.. 고통에 휩싸인 싯다르타에게 바수데바는 이렇게 말한다.


" 당신이 그를 위해 열 번 죽는다고 해도 당신은 그의 삶의 한 부분도 덜어주지 못할 거요. 늙고 조용한 늙은이의 심장이 저 아이의 심장과 같을거라 생각하지 말아요.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을 누가 대신해 주겠소?"



그렇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방황하고 도전하고 스스로 부딪히며 앞으로  걸어가야하는 존재이다.   아들의 삶을 엄마가 대신할 수 없듯   아들의 삶도  남편의 삶도 그리고 나의 삶도  다른 누군가가 대체할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 구성원 각자의 삶은 존중되어야 다.


앤 나폴리타노의 소설 <헬로 뷰티풀> 에서도 각자 다른 네 자매의 삶이 등장하는데, 엄마의 개입으로 딸의 성공과 실패를 구분짓자  엄마의 목표를 따르지 못한 딸들은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가 떠나고 난 후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않았던가.


나도 아들도, 그리고 남편도 자신의 길에 굳건히 서서 가족을 바라보아야 서로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늦은 나이도 포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길 잘한 건 같다. 집이라는 좁은 공간을 벗어나길 잘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경력단절을 셀프 축하하기 위해  한달 후 받게 될   첫 월급은 가족외식, 그리고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련다... 











작가의 이전글 알바면접을 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