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타이트한 엄마의 역할도 이제 느슨해질무렵, 오랜시간 경력단절 여성이었던 내게도 알바면접의 기회가 왔다
면접을 보러오라는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이력서를 쓰다보니. 경력의 대부분이 십여년 전 받은 각종 자격증과 경력들로 채워졌고. 최근 경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블로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서서평, 작년에 합격한 브런치 작가 이력까지 있는대로 모두 끌어모았다ㅎㅎ
드디어 면접 날 , 내 앞에 선 원장님은 이력서를 살펴보더니
"작가님이네요~ 오히려 제가 배울게 많을 것 같아요"
라며 겸손하게 웃었다
곧 이어 의아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돈 때문에 이 일을 하려는건 아닐텐데..왜 하시려는 거죠?"
나는 속으로 '기본급 만원이라도 제 스스로 버는 돈이 꼭 필요합니다 ' 라고 답한 뒤 겉으론이렇게 대답했다
"나중에 제가 이쪽으로 사업을 차릴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선 지금으로선 제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오래전 잃어버린 제 자리를 찾고 싶어요 "
내 간절함이 그녀의 마음에 잘 도달했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경력이 좋아서 당장 뽑고는 싶지만..
왠지 간절함이 보이지 않아요"
5년 전 내가 알바면접을 봤을 때 한 원장님은 이렇게 말했었다.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렇다. 그때는 언제라도 당장 일을 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이만큼 간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력단절 기간이 십여년이 넘어서고.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을거란 불안감에 이제는 간절함까지 저절로겸비한 것만 같다. (예전에 그 원장님이 언급했던 간절함이 돈에 대한 간절함인지 일에 대한 간절함인지 명확히 알 순 없지만, 여튼 간절함 외에도 지금의 나는 내 일의 부재로 인한 의욕상실까지 동반하고 있기에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허전함을 위해서라도 당장 일부터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다
면접이 끝나고, 친절한 원장님께 문자 한통이 도착했다
"여름휴가 잘 다녀오시고 이번달 내로 문자드릴게요^^"
어차피 결과는 알 수 없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내일의 결과는오직 신의 뜻에 따를 뿐이다..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한가득 사면서 세일 중인 옷가게에 들러 여름 바지 한 벌도 구입했다~ 누가 보면 오늘 취업 합격통보를 받은 줄 착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ㅎㅎ 그 순간, 며칠 전 읽은 알베르 까뮈의 소설 '이방인'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월세가 삼백 프랑, 식비가 육백 프랑, 가끔 스타킹을 사주면 총 천 프랑이죠. 그래도 그 여자는 귀부인이라도 되는 양 일할 생각을 안해요. 내가 '왜 반나절도 일하지 않지? 그럼 조금이라도 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잖아.
이번 달에는 옷 한벌을 사줬어. 매일 이십 프랑을 주고 집세를 내줬다고. 그런데 너는 오후에 친구들과 커피나 마시지. 친구들에게 커피를 대접하는건 너지만. 그 돈을 내는 건 나라고!!!" ㅡ이방인 책에서 ㅡ
나는 십년간 독박육아로 아이를 키웠고, 3년간 어떠한 보상도 없이 남편의 가게를 도왔지만. 그 누구에게도 고맙다는 소리 한번 듣지 못했다 . 오히려왜 더적극적으로 남편의 일을 돕지 않냐며 시댁으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나를 파괴하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한 기억들도이제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 이제는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택하고 당당하게 내돈내산 커피를 마실 터이니. 그동안 외로웠던 내 인생을 위해서라도 아르바이트는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내게 귀한 선물이 될 것 같다. 합격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