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플레임 영적소설 5
냉정했던 우빈과의 만남 후, 불안하고 초조했던 수지의 마음도 서서히 고요한 평화를 찾아갔다. 매일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던 사랑의 속삭임도, 이상한 텔레파시도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우빈을 향한 자신의 강렬한 마음이 스스로 키워낸 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빈만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가까이에서 그의 눈을 맞추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선 아직도 우빈과의 사랑을 꼭 붙들고 그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밤, 수지는 자신이 우빈을 인간적으로 깊이 사랑하고 집착하고 욕망하는 것이 그의 소명을 흔드는 일이며, 이것은 하느님께 절대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앞으로는 그와 마주치는 기도모임을 포함하여 수도원 근처에 얼씬도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하느님께 헌신하기로 서약한 우빈에게 자신의 뜻대로 우빈과의 사랑을 열망하고, 하느님이 아닌 자신에 대한 헌신을, 나만 바라보길 원하는 소유적 사랑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하느님이 분노하여 자신을 벌하실까봐. 그와 동시에 누군가 우빈을 향한 자신의 속마음을 눈치채고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사회적 비난을 받을까봐 몹시 두려웠다.
다음날. 수지는 용기를 내어 고백성사를 보기로 결심했다
성당에 들어가자 하루종일 심하게 요동치던 심장이 조금은 진정되는듯 했다. 고백소에 불이 켜지고, 수지는 잠시 묵상 한 후 차분한 걸음으로 고백소 안으로 들어갔다.
”저의 죄를 고백합니다. 하느님께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아야한다고 하셨는데. 그분의 손을 놓기 싫어서 끝까지 붙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뜻을 어겼습니다. 저는 수도자를 사랑합니다. 인간적으로 그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큽니다. 이런 제 사랑이 그분의 소명을 흔들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하느님의 뜻이 아님을 알면서도, 제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그분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고 계속 키워갔습니다. 제발.. 저를 용서하소서 “
수지의 진실한 고백을 들은 신부님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다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자신을 더 사랑하세요. 하느님은 당신의 죄를 용서하시는 너그러운 분이십니다“
고백성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수지는 마음속에 깊이 웅크리고 있던 죄책감과 서운함, 혼란스러움에서 영혼이 해방되는 느낌을 받았다. 무겁던 발걸음이 가벼워지면서 마음 속이 후련했다. 금지된 사랑이라는 억눌린 죄책감을 정면으로 바라본 후, 고백성사로 자신의 죄를 정화하고서 성화되었던 것. 그날 저녁, 신기하게도 수지의 왼쪽 볼에 차가운 느낌이 닿으며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야,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용서한다.
나는 너를 여전히 사랑한단다 “
그것은 평화로움으로 가득한, 조용한 강물처럼 흐르는 하느님의 목소리였다.
다음날 아침, 수지는 심장이 다시 활짝 열리며 박하사탕처럼 상쾌한 느낌을 받았다. 코에서 폐까지 모든 호흡이 막힘없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마치고 근처에서 커피를 한잔 테이크아웃하고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 그녀는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았다. 묵묵히 거리를 청소하는 아저씨,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친구와 수다를 떨며 웃고 지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순간. 이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아릅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창조주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이 모든 풍경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감사하게 여겨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 그 자체가 경이롭고 아름답게 느껴지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수도자 우빈을 포함한 다른 모든 사람들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생겨난 것이다. 그녀는 하느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